<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래픽 노블)>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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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찌 어찌 하다보니 피츠제럴드의 이 작품을 소설로 영화로 그리고 만화로 보는 호사를 누렸다.
원작을 두고 영화로 만화로 보는 이 작품은 조금씩 달랐고 과연 누가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이토록 달라질 수 있구나 새삼 인간의 창조력에 경의를 보낸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하면 앞으로 5년 뒤 또는 10년 뒤에 이 작품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소설로 한 번 읽었을 땐 그냥 이런 특이한 이야기도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영화로 보고 만화로 보면서 역시 울림이 있는 좋은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우화적으로 풀어냈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영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워낙에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배우의 탁월한 연기 또한 볼만했고 무엇보다 가슴 저미는 사랑이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나 싶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특이한 소설이 있었구나 정도에서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영화든 소설이든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소설은 원작의 맛과 함께 상상력을 배가 시키지만 영화는 실사에 충실해 한 번 보고나면 더 이상의 상상을 불허하게 만든다. 그러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로 얘기할 수 있을 뿐 중간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만화는 어찌보면 소설과 영화 사이의 장단점을 중화시켜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만화로 보는 <벤자민 버튼...>은 영화 보단 원작에 제법 충실해 보인다. 특히 러브 라인을 그다지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러브 라인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지만 또 다른 관점에선 작품전체를 너무 도드라지게도 만들 수 있다. 원작이 뜻하는 바는 인생이지 사랑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주인공 벤자민 버튼을 처음으로 등장시킬 때 영화와 만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는 어린 아이 몸에 얼굴은 우굴쭈굴한 노인의 얼굴이었던데 반해 만화는 노인 그대로를 등장 시켰다는 것인데 이건 사실적이지도 않거니와 억지스러워 영화가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내가 만화로 보면서 느끼는 것은, 처음부터 노인인 벤자민 버튼이 그 정신 연령 또한 노인에 맞게 그렸다는 것인데 나는 오히려 몸은 노인이지만 정신 연령은 어린 아이의 그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뇌가 받아들이는 지식과 생각의 깊이는 몸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같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특별히 뇌를 다치거니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상엔 말이다. 그러므로 몸은 점점 어린 아이가 되가 돼 정신은 노인의 감각을 유지해야 더 실감이 나지않을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는 지난 날의 모든 것을 잊고 갓난 아이의 평화로움인 상태로 죽음을 맞는다고 했을 때 공감하면서 이런 설정도 나쁘진 않겠구나 비로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우리 인간의 죽음도 때론 이래야 하지 않을까? 인생의 이루지 못한 꿈과 상처 받은 과거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하면 너무 안타깝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한 인물의 특이 인생 역정의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성찰하게 만드는데 그 의의가 있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벤자민 버튼은 자신의 특이한 삶을 비관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은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비록 평범하지 않지만 그 주어진 조건에 굴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 우린 또 그들 때문에 다시한 번 용기를 내며 살지 않는가? 그렇게 보자면 이 작품은 비록 우화이긴 해도 독자들에게 많은 용기와 생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범상치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만화로 각색되었다는 점에서 작품을 보는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여전히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책으로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어린아이가 된 벤자민의 꿈에 괴로운 기억은 머물지 않았다.
용감한 대학시절과 수많은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매력 넘치던 시절의 추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
잠자리에 들기 직전 나나가 창밖을 가리키며 "해"라고 부르던 커다란 오랜지색 공이 있을 뿐. 해가 사라지면 눈이 스스르 감겼다......
어지러운 꿈 같은 건 꾸지 않았다.(11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