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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 Marriage Is a Crazy Th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보니 소설이 읽어졌다.(하지만 난 아직 소설은 읽지 못하고 있다.)
정말 똑똑한 이야기가 아닌가?
많은 사람이 결혼을 한다. 사랑이 없이도 하고, 사랑하니까 결혼을 한다. 아마도 이 영화의 전제는 사랑없이도 하는 결혼에 대한 조롱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 더 나아가 결혼 자체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사랑이 없는 결혼은 많은 위험과 스스로 일탈을 감행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까지 꼭 결혼을 해야하는 것이냐고 묻는 것 같다.
주인공 연희(엄정화 분)를 보라. 준영(감우성 분)과는 진정한 섹스와 사랑을 하면서(처음 섹스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발전한다.) 결혼은 다른 사람과 하고, 준영이 방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평일은 결혼한 남편과 함께 보내고 주말은 준영과 함께 보내는 진짜 결혼한 주말부부 같다.
하지만 그들의 불안한 동거는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이야기가 하도 설득력이 있어 이땅의 거의 대부분의 결혼한 사람들이 배우자를 두고 이런 형태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어수룩한 상상을 해 보게도 된다. 물론 이런 형태가 없으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런 형태의 사랑 또는 가상의 부부는 지양되어야 되지 않을까 한다. 괜히 영화가 그런다고 따라했다가 파탄지경에 이를 테니. 이혼에 드는 경제적 손실 또한 적지 않다지 않은가?
난 솔직히 이즈음 결혼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데, 과연 결혼이 미래에 그렇게 부정적이고 없어져야할 것이냐라는 것에 오히려 회의적이다. 물론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결혼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지만 고래로부터 결혼이란 제도는 있어왔고, 그런 악순환 속에서도 결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단지 우려가 되는 걸 한다하는 학자들이나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너무 정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결혼은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할 것처럼 터부시 된다. 왜 결혼의 긍정적인면을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물론 잘못된 결혼 또는 불행한 결혼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결과를 낳긴 하지만 결혼을하고 가정을 이루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기심을 다스리는 것으로서 결혼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도 어차피 연희와 준영이 그런 관계는 언젠간 종지부를 찍을거라는 걸 드러내주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충분히 감지하고도 남는 일이 아닌가? 적어도 그렇게 결혼에 관해 부정적으로 뇌까리는 준영이 언젠간 결혼할거라는 건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은가?
영화는 참 화끈하게 보여줄 건 다 보여주는 것 같다. 중간중간 낮뜨거운 장면이 혼자 보고 있음에도 좀 민망하더라.
왜 나는 이런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알았으면 내가 먼저 썼을텐데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들 정도로 탐나는 스토리였다.
새로운 발견은 작년에 시나리오를 공부하면서 거기모인 젊은 수강생들이 의외로 엄정화를 의외로 많이 좋아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40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탄력과 당당함이 마음에 든다는 중론이었다. 불론 저 영화는 그녀가 40이 되기 한참 전에 찍은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덩달아 나이 많아 시나리오를 공부한 나도 어부지리로 좋게 봐주는 건 아닐까? 어줍잖은 기대를 잠시 가졌더랬다.ㅎ 나는 엄정화는 잘 모르겠고 감우성은 확실히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