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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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이 책을 읽었다. 2007년에 나왔으니 2년이 되온다. 출간 당시, 아니 이 작품이 모일간지 연재 소설로 연재될 때부터 이 작품은 화재였다. 지금 나는 그 일간지를 끊은 상태지만, 난 그때 당시만 해도 그 일간지를 보고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도 있었는데 연재 형태는 계속 이어지는 맛이 없어서 눈길도 주지 않았다. 가끔 일러스트는 봐왔지만.  

그런데 단행본으로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작가의 이전까지의 작품은 호불호가 명백히 갈리는 양태를 보이는 것 같은데, 난 애석하게도 불호쪽에 가까운편이었다. 작가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10년도 더 된 세월 전에 읽었는데 그때의 당혹감이란...!  

사람은 편견의 존재라고 했던가? 한번 안 좋은 인상이면 여간해서 바뀌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 이후에도 매스컴에선 작가의 작품들에 찬사의 수식어를 부치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때도 여간해서 작가의 작품을 읽기를 주저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가에게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또 어쩌랴, 독자는 소비자인 것을. 취향의 문제겠지만, 내 지갑 열어 책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또는 좋아할만한 책에 책값을 지불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래도 이 작품 만큼은 대중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심지어 나와 같이 불호의 태도를 보여  돌아 앉았던 사람들이 바로 앉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나쁘면 끝까지 나쁘라는 법이 없고, 좋으면 끝까지 좋으라는 법이 없듯, 결국 작품이 작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팔랑귀라서 그럴까? 사람들이 좋다고하니 마음이 동한다. '그래? 그렇다면 어디 한번...?!'  

그렇게 마음 먹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이 작품을 오래도록 읽지 못하고 있었다.(예나 지금이나 나의 책 읽어 내는 능력은 지진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왜 이리도 더디 읽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다른 책에 치어 여간해서 읽을 틈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엉뚱하게(?)도 정작 읽어야할 이 작품은 여전히 읽지 못하고 <엄마를 부탁해>를 먼저 읽었다. 이 책은 '리진' 이후에 나온 작품인데 그때 읽었던 은은히 퍼져오는 감동이란 굳이 '리진'을 먼저 읽지 않아도 왜 사람들이 작가에 대해 그렇게 입을 모으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아무튼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정말 작가가 와신상담한 흔적이 역력하다. 책 말미에 작가가 이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 그 과정을 말해주기도 했지만 정말 궁중무희였던 리진을 형상화하기 위해 흘렸을 작가의 땀과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특히 우리나라 개화기와 그 시대 프랑스의 역사적 배경을 잘도 직조해 냈다. 물론 역사 소설인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겠지만, 리진이 프랑스에서 모파상을 만나고, 당대의 프랑스 문화를 풀어내고 있을 때 정말 감탄할 정도였다.  

단지 내가 약간은 불만스러웠던 건, 물론 풀이와 이해를 위해서겠지만 작가가 비슷한 상황과 문체를 반복해서 쓰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에 인상지어줬던 작가의 과거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래도 뭐 그게 그다지 크게 불만스럽진 않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으니까.  

이 작품에서의 압권은 단연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아니었을까?  이 부분을 대하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개화기의 대표적 인물을 들라면 그것은 당연 명성황후와 흥선 대원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관계야 그동안 드라마로도 잘 알려져 있긴한데 어찌보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을  우린 너무 우리가 편한 방법으로 그들을 알려고 해왔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정말 역사적으로 옳은 것인지 알려고 하는 노력을 얼마나 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연 자료가 얼마나 나와있을까? 출판물을 중심으로 알아 봤더니 이 또한 별로 나와있지는 않아 보인다. 역사학자들의 게으름인건지 아니면 매스컴의 무관심인건지 알 길이 없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장이라면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동시대 프랑스의 문화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더불어 봉숭아 꽃물처럼 서서히 하지만 강하게 사람을 매료시키는 리진의 청초하고도 강렬한 이미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역시 좀 욕심을 내자면 리진의 형상화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와 오늘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동시대성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A4 용지 한장 반에 갇혀 있을 뻔했던 리진이 작가의 입김에 가슴이 아리도록 형상화 됐다. 그렇다면 아직도 역사의 빛 한자락도 받아보지 못한 묻혀진 영혼들을 무엇으로 다 펼쳐 보일 수 있을까? 작가들이 할 일이 참 많아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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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1-3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오랜만이죠^^ 새해 신명나는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리진,은 제가 사뒀다고 읽지 않고 누군가에게 선물한 책이에요.
읽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안 읽고 넘어갈 것 같은...
작가의 비슷한 상황묘사와 문체가 독자에겐 식상할 수 있겠단 생각은 드네요.
참 그걸 벗어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stella.K 2009-01-31 10:54   좋아요 0 | URL
앗, 혜경님! 제가 먼저 인사 드렸어야 했는데...부끄.
맞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그래도 지적하신 것에서 많이 벗어난
느낌은 있어요. 차라리 좋기론 '엄마를 부탁해'가 더 좋다고 보아집니다.
근데 전체적으론 작가가 감성의 작가라 읽다보면 좀 우울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이 작품은 역사 소설이라 좀 나은 편이었다고나 할까?
가끔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참, 혜경님도 잘 지내시죠?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