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에서 <러브레터>를 방송하더니, 지난 주에 mbc에선 <철도원>을 방송한다.

일본 영화 개방은 벌써 몇년 전에 했는데 안방 극장은 이제야 개방된 것이다.

<철도원> 내가 보았나? 잠시을 더듬어 보니 보았다. 그래서 보지말까 하다가 그때 기억이 거의 나질 않아 다시 보기로 했다.

그때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영상은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서울엔 몇 년 전부터 웬만해서 눈이 소복히 싸이는 법이 없는데, 화면에 담긴 설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영화가 영상이 아름답다는 것외에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처음 개봉했을 당시엔 일본 영화 개방하고 거의 들뜬 마음에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당시 개봉을 앞두고 얼마나 선전을 해 댔던가? 그리고 그 영상에 도취되어, 나는 무슨 집단 최면에 걸렸던 것 같다.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한 역장이 한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나갔던 그의 소박한 삶이었던가? 갓난 어린 딸이 죽어 가는데도 그 자리를 아내와 함께 하지 못했고, 아내의 임종도 역을 지키느라 보지 못했다. 임무 완수를 위해 자기를 포기하는 희생 정신도 좋긴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감상적으로 포장한다.

또한 죽은 딸이 초등학교 취학 전, 초등학교생, 고등학생으로 세번 주인공을 찾아 온다는 것도 동화적이라고 봐 줄 수도 없고, 귀신의 출몰이라고도 볼 수 없고. 하여간 너무 자뻑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점도 너무 단선적이다. 어떻게 주인공의 모든 추억은 겨울에만 이루어졌을까? 영화는 사 계절을 다 담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평단에서는 이 영화에 별 3개 혹은 3개 반을 주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주었을까? 영상미가 뛰어나다고? 아무리 영상이 뛰어나도 감상적이고, 자뻑적인 영화에 나는 별 하나 반 또는 두 개 이상은 줄 수 없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을 영화화 한 것이다. 나는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보았다. 문체는 뛰어 나지만 감상적이다. 그런 일본 작가의 작품을 몇 읽었는데 그때마다 실망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전여옥 씨 말마따니 일본은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일본을 너무 대단하게 보는 걸까? 그러다 아닌 것에 실망하는 걸까? 아니면 너무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만 그들을 보려했던 걸까?

아뭏든 난 이 영화를 보다 시간만 죽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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