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깊다] 서평단 알림
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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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한번도 서울을 떠나 산적이 없다. 그래서 일까? 어렸을 땐 가끔 명절 때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고, 시골에 외가나 친가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그것은 내 어린 마음에도 서울은 너무 삭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나마 어렸을 적 외가가 부천에 있었기 때문에 방학 때 놀러가는 재미가 좋았다. 그래도 부천은 서울과 가까운 편이라 내가 시골에 갖는 동경을 완전히 채워 주지는 못했다.

왜 나는 서울을 싫어했던 것일까? 그것도 그 어린 나이에 말이다. 이 책에서도 "내기"와 "뜨기"란 말의 어원과 구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기는 한데, 사람들은 '서울내기'에 대해 안 좋은 형용사를 붙이기 좋아해서가 아닐까 한다. 그중 하는 말이 "서울 깍쟁이"란 말이다. '깍쟁이'란 말은 얌체 같고, 사리에 밝으며, 필요에 따라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를 이를 때 하는 말이 아니던가? 그만큼 삶이 진중하지 못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나도 정말 깍쟁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세태가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서울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내가 서울 토박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이것은 다른 타지방과 비교해서 무엇무엇이 좋다는 비교의식이나 지방색을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내가 태어난 곳에서 오래도록 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져서 하는 말이다. 이것은 내가 타지방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나고 생활하는 곳을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습성이 있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게 오래 서울에서 나고 자라도 내가 정말 서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다지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 서울에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내가 가본 곳 보다 안 가 본 곳이 더 많으니, 세계 지도 아니 당장 우리나라 지도를 놓고 서울은 한 점에 불과해도 나에겐 서울은 너무 넓어 보인다.

내가 이렇게 서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을 때 운 좋게도 나에게로 온 책이 <서울은 깊다>였다. 저자는 (아마도) 소장파에 속하는 역사학자이다. 그는 28개의 쳅터로 나눠 속속들이 서울의 명물로부터 시작해서 골목 골목을 누비며 지난 날 역사속에서 서울을 문화사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특히 그 글의 시작은 항상 비교적 최근의 사회적 또는 문화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사안들을 가지고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우리를 과거속 서울로 안내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가히 깊다 하겠다.

다알겠지만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그러니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역사는 깊다. 누대에 걸쳐 몇번의 개명을 거쳐 지금의 서울이 되었다. 지금의 서울이 서울로 불리기까지의 그 의미도 깊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것과 더불어 서울을 서울답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고, 생활양식이며, 건축이고, 소소한 물건에도 녹아져 있음을 필자는 전방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때 우리 가족은 서울을 떠날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서울 자체에 살기 보다 좀 더 쾌적한 삶을 위해 서울의 위성도시로 빠져나가는 추센데 우리도 그 대열에 끼일 뻔했던던 적이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서울에 눌러 살고 있다. 그것이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땐 편하기도 하다. 모든 것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공존하기 마련이니 어떤 것에 의미를 둘 것이냐는 역시 선택의 문제이고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한곳에 올해 살고 보니 그곳의 변화를 지켜 볼 수 있다는 게 나름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서울은 디자인 혁신 도시로 거듭날려고 하고 있다. 그런 서울을 서울 토박이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 볼 수 있다는 게 자못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겉모양에만 관심을 갖기 보다 서울이 어떤 역사와 문화적 단계를 거쳐 발전하고 변모해 왔는가를 알고 앞으로의 서울을 지켜보는 것도 서울을 아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에 대한 교양서로 이 책은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일독을 권한다.

사족을 달자면, 나는 이 책이 도판이 많아 금방 읽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 보다 그리 만만하게 읽힐 책은 아니었다. 원래 깊은 것은 음미하게 되기 마련인데 그런 의미에서도 제목이 상징하는 바도 깊다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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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7-1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평단에 떨어져서 너무 섭섭했어요. 진중하게 읽히나 봐요.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가 몹시 인상 깊었는데 또 다른 느낌의 서울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stella.K 2008-07-13 17:18   좋아요 0 | URL
저도 얼마만에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노아님은 더 좋은 책에 서평단 될 거예요.
그래도 <돌베게>가 저력있는 출판사잖아요. 여기서 나오는 책
다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기회되면 읽어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