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서평단 알림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좀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다. 코미디언이란다. 코미디언이 뭐가 특이하단 말인가? 단지 특이하다면 코미디언이 기행문을 썼다는 것이겠지. 웬만해서 없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까? 더구나 저자는 독일 사람이다. 내가 시야가 좁긴 좁은가 보다. 기껏 외국의 코미디물이래 봤자 미국 아니면 영국이 고작일텐데, 왜 독일에도 코미디언이 있다는 걸 생각 못했을까?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인하면 웬지 근엄하고 써렁할 것만 같은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어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분명 그 나라도 사람이 사는 나라고 희노애락의 엄연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독일인들은 어떻게 웃길까? 궁금해 진다.

사람 저마다 웃음의 코드가 다른 것 같긴하다. 어떤 사람은 웃음에 인색하며, 어떤 사람은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배꼽잡고 웃는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책 갈피 갈피마다 웃길려고 나름 애쓴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난 웬만해서 잘 웃지 않으며 한번 웃기 시작하면 어깨가 들썩일 정도도 웃는 극단이 있어, 저자가 자기 직업의 성향을 들어냈다고 해서 배꼽이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웃겨야 먹고 사는 사람으로선 사람들이 많이 웃어주면 고마운 일이겠지.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김이 빠지는 느낌이다. 왠지 자꾸 논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니면 내가 이 책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걸까? 그래도 모름지기 야고보가 걸었다는 산티아고가 아닌가? 산티아고는 파울로 코엘료에 의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난 그닥 코엘료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과연 그가  자신의 책에서 산티아고를 어떻게 그렸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오히려 작년 여름, 어떤 지인으로부터 직접 쓴 산티아고 기행을 접했을 때야 비로소 그곳을 알았다. 그리고 그 책은 참 재밌게 읽었다. 단지 그 지인의 책엔 산티아고가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 걸었던 길이라는 것을 몰랐고, 이 책을 들었을 때야 그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지인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으니 그것까지는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알았어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거나.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또한 순수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자는 아니다. 그는 본인을 말하기를 불교적 기독교  신자라고 했던가? 암튼 그런 신앙인이 없으라는 법은 없겠지만, 좋게 말하면 너무 자유주의적이다. 그래서 일까? 야고보가 걸었다는 산티아고를 별로 순례의 마음으로 걸었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고전적인 의미로) 그 길을 걸어야 한다고 했을 땐 뭔가의 영적 목마름이 있을 것이다. 저자도 그런 의지가 없지는 않아 보이지만 오히려 그 길을 걸어 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더 많지 않았을까? 신은 누구이고, 나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품어 볼만한 질문이긴 하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을 법한 여행은 이 책에선 그다지 찾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 하루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만나고 했던 것을 스케치한 것으로 일관한다.

그것도 나름 중요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기록은 중요한 거니까. 하지만 산티아고가 갖는 아우라를 이 책은 그다지 충실히 감당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엿다. 오히려 그런 영적인 순례 어쩌고 하는 것을 빼고 읽는다면 그냥 편하게 읽는 여행서쯤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 길을 걸어야 했던 저자로선 괴로웠겠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5분의 1쯤 남겨 놓고 덮어버린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나의 기대를 좀 많이 비껴 나갔던 책이라 완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지루하기도 했고...또 하나 유감인 건 이 책을 분류할 때 '기독교 에세이'이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산티아고를 막연히 야고보가 걸었다는 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이 책을 기독교 에세이에 분류해 놓는 건 좀 무책임한 분류 같아 보인다. 이 책엔 신앙적 동기가 거의 드러나 보이지도 않고,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여행한 것을 스케치한 정도인데, 어느 믿음 좋은 기독교 신자가 다른 이유라면 모를까 나와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펼쳐 읽기 시작했다면 실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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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07-12-0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리뷰 제목만 보고 갑니다.
지금 읽고 있는데 너무 진도가 안 나가요. ㅠ.ㅠ
스텔라님 리뷰 제목과 제 진도 사이에
무슨 연관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

stella.K 2007-12-06 15:0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로 평점이 좋던데 그걸 이해할 수가 없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