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학계간지 겨울호들이 일제히 올해 한국 문단의 역사소설 붐을 집중조명하는 가운데 소설 ‘남한산성’이 가장 큰 논쟁거리로 대두됐다.


병자호란의 극한상황 속에서 조선의 주전파와 주화파 사이에 벌어진 논쟁을 세밀하게 그린 ‘남한산성’은 지난 4월 중순 출간 이후 지금까지 33만여 부 팔리면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계간 ‘창작과 비평’ 겨울호 특집 좌담에 나온 문학평론가 윤지관(한국문학번역원장)과 임홍배(서울대 독문과교수)는 ‘남한산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임홍배 교수는 “김훈의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빌려오긴 했지만 역사성을 제거한 실험세트 같다는 느낌이 컸어요”라고 지적했다.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로 평론가 김영찬은 지난호 ‘창작과 비평’에서 IMF 사태 이후 국민들의 박탈감을 건드린 점을 얘기했는데, 독자들이 처해있는 무력감을 불가항력적 사태로 절대화해서 울분을 자극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그런 효과는 사이비 카타르시스일 뿐이고 진정한 역사소설로는 함량미달이다 싶어요.”








▲ 문학계간지 최신호에서 논쟁거리가 된 소설‘남한산성’의 작가 김훈. /조선일보 DB 사진

윤지관 원장도 “김훈의 소설은 역사를 차용했지 역사소설은 아니거든요”라며 “독자들의 민족주의적 정서에 호소하면서도 거꾸로 역사 자체에 대한 허무의식을 부추기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뭐랄까 좀 부정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역사학자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곧 나올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를 통해 ‘남한산성’이 역사소설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역사의 소설적 구성을 지향하는 역사소설로부터 소설의 역사적 구성을 목표로 하는 ‘소설역사’로의 이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세계문학의 경향성”이라고 한 김 교수는 ‘남한산성’을 가리켜 ‘탈근대적 소설역사’라고 규정했다. “김훈은 민족이라는 거대담론에 의거한 거시사적 역사소설 대신에 부르크하르트가 역사연구의 변하지 않는 중심이라고 말한 ‘고뇌하며 노력하는 인간’의 삶을 미시사적(微視史的)으로 조명하는 ‘소설역사’를 썼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계간 ‘문학과 사회’에 게재될 서평을 통해 ‘남한산성’이 오늘의 독자들에게 던지는 ‘참혹한 진실’을 긍정했다. “분명한 것은 ‘남한산성’의 미덕은 ‘역사물’의 카테고리에서든 아니든, 뜻 없이 허공에서 부딪치는 말들 속에서 곧 과거가 될 아니 역사가 될 현재의 진실성이, 그 참혹한 진실이 오롯이 새겨진다는 데 있다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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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1-2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간 결과물들이 당대에는 늘 신랄한 비평을 받았던 경우가 많지요.
탈근대적이란 말이 상찬이 될 것도 같아요.

stella.K 2007-11-21 10:18   좋아요 0 | URL
제가 김훈을 좋아해서일까요?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좀 씁쓸하더라구요. 이미 김훈 선생도 말했거든요. 이건 역사 소설이 아니라고. 이쯤되면 독자들(평론가들을 포함한)이 역사 소설을 너무 편협하게 보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 소설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