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도구들의 공통점은?…생활에 꼭 필요하다? 아니죠~
  • 기발한데 민방하다? 맞습니다~
    라면 먹을 땐 ‘긴 머리카락 고정기’
    작은 글씨 볼 땐 ‘돋보기 붙은 티셔츠’

  • 글=박은주 기자 zeeny@chosun.com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 진도구협회는 진도구를 크게 다섯 부류로 구분한다. 우선 합체형 진도구. 2가지 형태와 기능이 합쳐진 것이다. 진도구협회는 “전혀 다른 성격과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의 DNA가 합쳐져서 완전히 새로운 아이가 탄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라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 올 인 원(all-in-one)형 진도구는 여러 기능을 스위스 군용 주머니칼처럼 합친 것. 개량형 진도구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개선했다. 진도구협회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불편함을 만들 수도 있지만, 이조차 무시하는 추진력이 있어야 진짜 진도구”라고 강조한다. 원래 기능을 다른 기능으로 이용하도록 만든 전용형 진도구는 도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시했을 때 탄생한다. 진도구협회는 “바로 이때 새로운 발명의 블루오션이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도구는 신안형(新案型) 진도구로 분류된다. 진도구 발상법 중에서도 가장 도전적 발상법. 진도구협회는 "예술 분야에서 보여준 백남준의 놀이정신도 어떻게 보면 신안형 진도구 정신에 속한다. 그가 만든 수많은 비디오 아트 작품이 그렇다"고 주장한다.






    • 개량형 진도구


      여름용 와이셔츠


      한여름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고 재킷까지 입으면 무지 덥다. 민소매 웃도리를 입을 수 있는 여성들이 부럽기 그지없다. 이러한 남성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내 진도구로 승화시킨 것이 ‘여름용 와이셔츠’다. 진도구협회는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입어도 너무나 쾌적하다. 와이셔츠가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앞모습뿐. 재킷을 벗으면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바쁜 비즈니스맨들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고 소개한다. 촬영을 위해 이 와이셔츠를 입은 한국진도구협회 직원 김도한씨. “제가 육덕(肉德)진 편이라 그런지 끈(와이셔츠 앞면이 펄럭거리지 않도록 뒤로 묶는다)이 살을 파고드네요.”


      ●단점_누구나 예상하듯 재킷을 벗으면 변태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재킷을 벗었다면 항상 벽 쪽을 등지고 앉는 센스와 심지를.



    • 신안형 진도구


      애완동물용 아기인형 옷


      사랑하는 애완동물, 하지만 데려갈 수 없는 공간이 너무 많다. 이럴 때 유용하게 쓰일만한 진도구이다. 진도구협회는 “이 아기인형 옷을 입히면 아무리 격식을 차려야 하는 호텔까지도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털북숭이라는 점과 코가 검정색이라는 점만 빼면 어디서 어떻게 보더라도 사람 아기 같다. 소품으로 우유병 등을 준비해 놓으면 가게 점원들 어느 누구도 감쪽같이 속을 거다.” 세인트 버나드 등 덩치가 큰 개는 이용 불가능하다. 강아지 모델은 요크셔테리어종 ‘둘리’.


      ●단점_개가 한번 짖으면 아무 소용 없다. 개털은 어쩔려구!



    • 라면용 긴 머리카락 고정기


      긴 머리카락이 국물에 빠지지 않도록 손으로 잡고서 라면을 먹기란 얼마나 불편하던가. 해바라기처럼 생긴 이 진도구를 얼굴에 끼우면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는다. “국물을 마실 때나 요리를 할 때도 유용하다. 이외에 머리카락 날리면 곤란한 모든 작업에 아주 유용할 것 같다”고 진도구협회는 자평한다. 정다정씨는 “얼굴에 꽉 낀다. 오래 착용하면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빨리 먹어야한다”고 말했다.


      ●단점_인터넷 초기부터 너무 많이 알려진 도구라 신선함 제로인데다, 제법 쓸모가 있어 보여 진도구치고는 너무 ‘상업적’이다.  스프링 턱






    • 스프링 턱


      입을 벌리고 음식을 입에 넣는다. 얼굴 양옆에 달린 강력한 스프링이 턱을 자동으로 닫아준다. 직접 씹을 필요 없고, 턱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초절정 귀차니스트’들에게 희소식이다. 진도구협회는 “딱딱한 육포도 턱을 사용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끈을 당기지 않고 먹으면 턱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기구로도 변신할 수 있다.” 정다정씨는 “머리가 웬만큼 작지 않으면 착용 불가능하다는 점만 빼면 썩 괜찮은 진도구”라고 평가했다.


      ●단점_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면 ‘씹는 것도 귀찮냐’고 면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1개월 이상 무직자, 월수 20만원 미만인 자 등이 사용할 경우, 밥이 끊길 수도 있겠다.


    • 전용형 진도구

      다리떨기 방앗간

      다리를 떨면 어른들은 “복 나간다”며 야단 친다. 나쁜 습관을 보다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까 궁리하다 탄생한 진도구가 바로 ‘다리떨기 방앗간’이다. 작은 냄비처럼 생긴 용기 아랫부분에 달린 금속 링으로 다리를 넣는다. 볼트를 조여서 용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꼭 조인다. 용기 안에 떡쌀 찐 것을 넣고 다리를 떨면서 손잡이를 돌린다. 떡쌀이 뜨거워 다리가 델 지 모른다? 걱정 안해도 된다. 용기 외벽을 단열재로 감아 열이 차단된다. 내부는 불소 수지로 가공해 떡쌀이 들러붙지 않는다.

      하지만 웬만큼 흔들어서는 떡이 완성되지 않는다. 일본진도구학회는 떡 비슷한 걸 만드는데 겨우 성공했지만, 한국진도구협회는 실패했다. 한국진도구협회 김지경 회장은 “떡이 되려면 다리 근육이 파열될 때까지 다리를 30분 이상 떨어야 한다”고 했다. 또 뚜껑은 고정되지 않으니 다리를 흔드는 내내 손으로 붙들어야 한다.

      ●단점_‘다리 떨기’가 혈액순환을 돕고 두꺼운 종아리를 풀어준다는 반항적 속설을 과학으로 증명한 케이스. 그러나 지나친 근육 운동이 대퇴부의 발달을 촉진, 백두장사형 허벅지가 될 우려가 커 보인다.





    • 합체형 진도구

      돋보기 붙은 티셔츠

      돋보기를 어디다 뒀는지 ‘깜박깜박’ 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도구. 돋보기 2개를 아예 티셔츠 가슴팍에 붙여놓았다. 잃어버릴 염려가 전혀 없고 어디다 뒀는지 찾지 못해 허둥댈 필요없다. 정다정씨는 “글씨가 실제로 크게 잘 보인다”면서도 자꾸 티셔츠 아랫단을 끌어내렸다.

      ●단점_‘뱃살맨’에겐 천적이다. 집중적 독서에 빠질 수 있는 훌륭한 도구지만, 돋보기를 사용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등의 행위를 알아 차릴 수 없다. CCTV 등 보안도구 필수.





    • 개량형 진도구

      ◀기름 방패 튀김 젓가락

      튀김요리를 할 때 뜨거운 기름이 튈까 두려운 새댁들을 위한 진도구. 불에 타지 않는 투명한 판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있다. 젓가락 하나는 투명판에 고정됐고, 다른 하나가 움직인다. 튀는 기름을 철저히 막아주면서 튀김은 잘 보인다. “고정되지 않은 젓가락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진도구협회측 주장과 달리, 젓가락을 쥐는 각도가 어정쩡해서 튀김을 잡기 어렵다.

      ●단점_침이 많이 튀는 사람과 밥을 먹을 때 ‘방패’로 활용할 수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무겁다는 단점을 갖고 있어, 두터운 팔뚝을 염려하는 주부들에게는 외면을 당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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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땋은 머리용 헬멧

      스쿠터로 출퇴근하는 여성들을 위한 진도구. 멋지게 딴 머리를 헬멧으로 망가뜨리기 싫은 여성이라면 대단히 환영할 듯하다. 정수리부터 후두부까지 모두 4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땋은 머리를 방향에 맞춰 구멍으로 뽑아내면 된다. 단, “헬멧 강도가 떨어져 사고시 머리를 보호하는 기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도구협회측은 밝히고 있다.

      ●단점_각종 분쟁이 발생해 승강이를 할 때, 상대방에게 머리채를 잡히기에 좋은 조건이다. 뚫린 구멍으로 각종 해충의 습격도 예상된다.



      (모델=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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