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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와 광기 번갈아 풀어놓는 박신양 인터뷰
‘쩐의 전쟁’에서 길바닥을 뒹굴며 사나운 기를 발산하는 박신양. 하지만 그도 새벽 1시가 되니,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요즘 촬영하는 기분 어떤가”라는 질문에 “한참 촬영을 하다 심각한 질문을 받으니 몸이 움츠러든다. 3일 밤낮을 1~2시간 새우잠으로 버티며 촬영하고 있다”고 답하는 음성이 낮게 깔린다. “피곤해서 목소리가 그런가?” 물었다. “아니다.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긴장해서 그렇다.” 어깨를 짓누르는 드라마의 무게 때문일까? 무척 예민하다.
SBS 수목 드라마 ‘쩐의 전쟁’ 초반 돌풍은 브라운관을 헤집으며 무섭게 몰아치는 박신양의 힘이 절반. 돈에 한이 맺혀 사채업자의 길에 들어선 그는 순수한 미소와 악마적 광기를 번갈아 얼굴에 풀어놓으며 응축된 내면을 폭발시킨다.
“돈이오? 하하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경제 관념이 희박해요.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돌진하는 것은 멋지지만, 돈만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추악하지 않습니까?”
박신양은 ‘쩐의 전쟁’이 “적중한 기획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필요하며 공감이 가는 이야기잖아요. 생소한 소재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청자들이 감상하기에 모자라지 않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모험이 성공한 거죠.” 그는 “이런 파격적 소재가 아니었다면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격적 소재가 불안해서 끌렸다”
박신양은 극 초반부 지저분한 노숙자 연기로 눈길을 모았다. “검댕 투성이 얼굴에 쓰레기통 뒤지는 연기가 어렵지 않았냐?”고 묻자 “워낙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면이라 어느 정도로 해야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지 판단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매 신, 매 순간 제작진과 협의하며 카메라 각도, 연기의 강도 등을 결정했다”고 했다. “연기 자체는 재밌었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연기의 매력이잖아요.”
박신양의 전작(前作) 드라마인 ‘파리의 연인’은 시청률 50%를 넘겼다. ‘쩐의 전쟁’ 또한 초반 기세로 보면 ‘파리의 연인’ 못지않다. “‘박신양 출연=대박 드라마’ 공식이 생길 것 같다”고 하자 쑥스러운 듯 웃으며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작품을 고르거든요. 나름 나쁘지 않은 판단을 하고 있는 거죠.”
박신양 또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애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학교 유학 시절. 그는 “당시 러시아에는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로 할 만한 일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돈으로 살다 보니 쪼들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번씩은 겪게 되는 경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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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이 꼽은 ‘쩐의 전쟁’ 명대사…
남자는 상처를 남기지만 돈은 이자를 남긴다.
■남자는 상처를 남기지만 돈은 이자를 남긴다.(서주희, 2회)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독고철, 3회)
■대한민국은 돈이면 다 됩니다. 낙타가 아니라 코끼리, 항공모함도 바늘귀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요.(금나라, 4회)
■싸구려 사채업자는 서류에 연연해 하지만 유능한 사채업자는 오직 인간심사만 한다. 서류는 조작될 수 있어도 인간은 조작될 수 없거든.(독고철, 2회)
■법보다 주먹, 주먹보다 쩐이 앞서는 세상.(마동포, 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