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나오는데 비가 많이 온 관계로 버스를 탈까하다가 지하철을 타자했다. 지하철을 타려면 교회 입구에서 발을 돌려 한층을 내려가야 한다. 그러니까 난 애초에 그러기로 했다면 한층을 더 올라 올 필요가 없고 그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키가 작달막한 한 남자 집사님이 갑자기 나 있는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혹시 내가 예전에 알고 있는데 얼른 알아 보지 못하는 걸까? 아님 내 뒤에 누군가 있어 그에게 알은 척을 하려고 저러나? 어쨌든 쉽게 알은 척을 못하고 못 본 척 내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사람 정말 나에게 볼 일이 있었다. 그는 내가 방역을 위한 체크를 안하고 예배 드리러 가는 사람으로 오인을 한 것이다. 물론 난 즉시 해명을 했다. 버스 탈까 하다가 지하철을 타려고 다시 내려가는 것 뿐이라고. 금방 오해는 풀렸지만 뭔가 모를 찜찜함이 한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언제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방역 차원에서 예민하게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긴한데 뭔가 감시 받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엿 같았다. 더구나 그는 그렇게 오해가 풀렸는데도 사과 한 마디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물론 감시사회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 때문에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안전을 담보로 사람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게 어쩔 수 없다지만 코로나가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생각해 보라. 코로나 감염자들. 집이나 카페에서 넋놓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문자라도 받으면 얼마나 당황할 것인가. 순간 모든 것을 중단하고 공안에 체포되듯 끌려가 어딘가에 격리된다고 생각하면 옛날 전체주의 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지난 번에 교회에 감염자가 발견되서 2주간 폐쇄되기도 했는데 2주간 현장 예배를 드릴 수 없게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짜증 보단 그 감염자가 그날 어느 좌석에 앉아서 예배 드렸는가가 나중에 모니터링 되어 보고되기도 했는데 좀 서늘했다. 물론 그 사람에 대해선 나이와 성별 정도외엔 알려진 게 없는데 그렇더라도 그 사람도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고, 그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냥 가슴만 쓸어내릴 수마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이 언제 코로나에 걸릴지도 모르고 안 걸린다해도 잠재적 환자 취급 받고 감시 받고 있다는 걸 이렇게 피부로 느껴야 한다는 게 정말 인류의 비극 같다. 그저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엔 없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0-08-10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간에 불신이 자리하게 되는, 우리가 요즘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는 거죠.
코로나로 인해 잃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를 만나 본 지도 오래되었어요. 올해 들어 한 번도 못 만났으니까요.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stella.K 2020-08-10 14:14   좋아요 0 | URL
역시 코로나 이후 사람을 자유롭게 못 만난다는 게
제일 아쉬운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그나마 저는 지인 둘을 2월무렵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땐 이렇게 확산될 줄 몰랐죠. 잠시있다 사그러들 줄 알았는데.
유럽 사람들 왜 마스크 안하려 하는지 이해되기도 해요.
거긴 워낙 개인주의 사회잖아요. ㅋ

2020-08-10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0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3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3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08-1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상한 팬데믹 시절,
뉴노멀이라는 이름의 규제
들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stella.K 2020-08-15 11: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뉴노멀, 뉴노멀 하는데
과연 이러고 살아야 하나...?
물론 적응하기 나름이고 적응을 잘하는 자가
살아남는다잖아요. 그래도 감시받고 통제 받는 건 정말 싫습니다.
확실히 디스토피아의 세상인 것 같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