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 소설 ‘남한산성’ 남성을 사로잡다
  • “이처럼 부지런히 사전 찾아가며 책 읽은적 없어”
    … ‘남한산성’ 독자
  •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김훈씨의 소설 ‘남한산성’이 출간 2주 만에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3위에 오른 것은 한국 문학에 내린 또 하나의 ‘벼락 같은 축복’이다. 실용서뿐만 아니라 일본 소설의 융단 폭격 아래 놓였던 한국 소설이 모처럼 남성 독자층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인문학상 수상작가이자 30대 작가 그룹을 대표하는 김연수씨는 6일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실용과 명분의 싸움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란 점에서, 역사 소설이라기보다 당대의 발언을 하는 소설에 가깝기 때문에 30~40대 남성 독자들이 그 진정성에 동감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진지하게 쓰면 잘 안 팔린다는 통념을 우리 젊은 작가들이 갖고 있지만, 김훈 선배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한 김씨는 ‘남한산성’ 성공이 젊은 작가들에게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반겼다.

    • ▲병자호란의 치욕을 재구성한 소설‘남한산성’으로 요즘 30~40대 남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작가 김훈씨. 사진작가 이강빈씨 제공.
    •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칼의 노래’ 연장선상에서 ‘남한산성’을 분석했다. “극적인 장면 몇 개가 ‘칼의 노래’의 경우처럼 전체 서사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재료가 덜 다채롭다는 아쉬움을 느꼈다”고 지적한 박씨는 “하지만 워낙 김훈의 문장과 생을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이 역시 압도적”이라고 평했다.

      인터넷 서점 YES 24에는 잇달아 김훈 마니아를 자처하는 독자들의 서평이 뜨고 있다. “김훈, 과거에는 이태준이 문장의 으뜸이라 했다지? 오늘날은 김훈이 아닐까?”(아틀리에) “책장을 넘기면서 이처럼 부지런히 사전을 찾아가며 읽어본 적이 없다. 모처럼 단어장이 만들어졌다.”(훗)

      출판 시장에서 열띤 반응의 주체가 ‘남성’이란 것에 대해 작가 김훈 씨는 “나는 남성주의자가 아냐, 그걸 주의라고 할 수 있나”라면서도 “오랫동안 독서 문화에서 완전히 소외됐던 중년남성들을 책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소설에서 흔히 생각하는 ‘국가의식’보다 ‘개인들의 구체적 필연성’을 더 강하게 그렸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성안에 갇힌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현실에 대한 태도가 극단적으로 달랐던 여러 사람들의 입장에 각자 정당성과 필연성을 부여하려고 했다. 소설 속의 민족반역자, 그놈에게도 필연성을 그려주려고 했다.”

    • 당시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립에 대해 김씨는 “둘 다 옳기 때문에 둘 다 옳지 않을 수 있다는 모순 속에서 현실이 전개된 것이고, 양대 담론의 축이 부딪쳐 무화(無化)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주화파는 화친하자고 좋은 말을 썼지만, 사실 투항하자는 것이었고, 주전파는 그 고귀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현실을 망각했기 때문에 둘 다 딜레마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무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허무주의라기보다는 삶의 구체성의 편에 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개인인 임금이 거대한 치욕을 받아들여 국가를 구했다”고 당시를 평가한 김씨는 “이 소설에 정치적 외연(外延)을 설치해서 읽는다면, 그것은 문학을 손상하는 위태로운 책 읽기”라고 말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