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의 이야기꾼들, 한반도에 말걸다
  • “저평가 우량주” 中소설 올 30여종 출간
    포화상태 국내 일본소설 시장에 도전장
  • 상하이=김태훈 기자 
    • 문학평론가 전형준(서울대 중문과) 교수는 얼마 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수록할 중국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의뢰를 출판사로부터 받아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지금까지 140여권이 발간됐지만 중국 문학 작품을 싣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수 년간 중국 문학 작품을 내지 않았던 문학동네 출판사도 올해 중국 소설 2~3권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최고의 인기작가로 떠오른 쑤퉁(蘇童)의 소설을 앞세워 여름 소설 성수기를 노린다는 전략을 짰다.

      중국 소설의 올 한 해 움직임이 심상찮을 전망이다. 국내 문학시장에서 고공비행중인 일본 소설을 향해 중국 소설들이 도전장을 내민 양상이다. 교보문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중국 소설 가운데 삼국지 등의 역사소설과 전기·무협소설, 개정판 등을 제외한 순문학 작품은 고작 12편이고, 2005년에는 10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4월 현재 시장에 나왔거나 출간을 대기하고 있는 소설 목록만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30여 종에 이른다. 민음사, 문학동네, 웅진지식하우스, 황매, 비채 등이 중국 소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 올해 소개되는 중국 소설가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가는 쑤퉁. 소설집 ‘이혼 지침서’가 지난해 번역된 데 이어 ‘쌀’(米), ‘무측천’(武則天), ‘푸른 노예’(碧奴), ‘나, 제왕의 생애’(我的帝王生涯) 등 4권이 이미 서점에 나왔거나 올 하반기를 목표로 출간 날짜를 고르고 있다. 옌롄커(閻連科)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한둥(韓東)의 ‘애정역학’(愛情力學), 주원(朱文)의 ‘나는 달러가 좋아’(我愛美元) 등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화제가 됐던 작가와 작품들도 올해 대거 국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중국 소설에 대한 이같은 전례 없는 관심 증가는 중국 문학이 일본문학의 뒤를 잇는 ‘블루 오션’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비채 출판사 이영희 대표는 “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 상을 받은 소설은 저작권료가 최고 10배까지 오르는 등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반면, 중국 소설들은 미래가치가 저평가된 우량주다”고 말했다.

      고전과 근대문학 위주로 번역 소개되던 중국 소설이 문혁(文革) 이후의 세련된 현대 소설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혼 지침서’를 번역한 김택규씨는 “올해 소개되는 소설가들은 문혁 이후 중국 문학의 최근 흐름을 대표하는 40~50대 소장파 세대”라며 “국내 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대부분 유럽 등의 세계무대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은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잇따른 중국 소설 출간이 본격적인 중국 문학 붐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에서 2003년 출간돼 130만부가 팔린 궈징멍(郭敬明)의 ‘환성’(幻城)이 국내에서는 초판 2000부를 소화하지 못하는 등 대부분의 중국 소설들이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전형준 교수는 “최근 소개되는 중국 소설들에서 1980년대 우리 문학이 보여줬던 활력이 느껴진다”면서도 “그것이 한국문학의 흘러간 옛 노래를 듣는 것 같은 촌스러움이 될지, 국내 문학의 활기를 자극하는 촉매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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