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만-높이 더 높이… 부풀어 오른 자만심은 질병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인간의 7대 죄악을 논한 에세이를 조선일보에 주간 연재합니다. 일곱 가지 대죄(大罪)란 가톨릭에서 교만, 인색, 음욕, 탐욕, 질투, 분노, 나태를 가리킵니다. 유네스코의 ‘영적 집중과 상호문화교류’ 프로그램 특별자문위원이기도 한 코엘료는 가톨릭뿐만 아니라 불교, 이슬람, 유대교, 도교 등 다른 종교의 가르침도 끌어오고, 현대 문명이 범한 잘못도 지적합니다.



7대 대죄는 초기 기독교 시대에 그리스의 수도자 에바그리오 도 폰토에 의해 처음 체계화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덟 가지였으며 인간이 그르치기 쉬운 부정적 성향들을 정의하고 있습니다(에바그리오가 꼽은 목록에서 가장 심각한 죄악이 탐욕(탐식)이라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죄악들 모두 우리를 지옥에 떨어뜨릴 수 있는 것들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6세기에 이르러 그레고리우스 교황은 이 목록에 ‘질투’를 포함시키고, 기존의 ‘교만’과 ‘허영’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17세기에 이 목록은 다시 수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하여 ‘멜랑콜리’를 더 이상 죄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나태’가 새로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쓰게 될 일곱 편의 칼럼은 7대 대죄에 관한 것입니다. 나는 7대 대죄들을 규정짓는 무수한 정의들을 따라가면서 우리의 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교만’의 고전적 의미

첫 번째 대죄인 교만은 라틴어의 Superbia에서 유래한 여성 명사로 오만, 자만심, 거만함, 무례함을 말합니다. 가톨릭교회에서 ‘교만’은 도를 넘어선, 신에 대한 사랑보다도 우위에 서고자 하는 자부심입니다. 이는 첫 번째 계율인 ‘너희는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라’에 반하는 죄악입니다. 가톨릭에서는 이 열망이 천사들의 반란을 부추기고 루시퍼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교만의 개념은 동양의 불교 우화 속에서 이렇게 나타나기도 합니다.일본 교토에 있는 동복사(東福寺)의 선사(禪師)는 승려들이 하나같이 바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일꾼들은 누군가를 영접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

선사는 궁금했습니다.

그때, 군인 하나가 선사에게 다가오더니 패를 하나 내밀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교토의 통치자 기타가키님이 지금 곧 도착하시는데, 만나 뵙기를 청합니다.’

“나는 이야기할 게 없소.” 선사가 말했습니다.

잠시 후, 통치자가 도착했습니다.

통치자는 선사에게 다가와서 예의를 갖춰 고개 숙이고는, 패에 쓰인 글 위에 줄을 긋고 고쳐 쓴 후 다시 선사에게 패를 내밀었습니다.

“기타가키가 만나 뵙기를 청합니다.”

“환영합니다.” 동복사의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 현대의 ‘교만’

미국의 한 항공모함에는 ‘임무 완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2003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의 주요 군사작전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했을 때 USS 링컨 호의 깃발에 새긴 문구입니다. 바로 그날, 사망한 미군 장병의 숫자는 217명에 달했는데 이 칼럼을 쓰는 지금, 사망자 수는 2700명을 넘어섰습니다.

◆유대교가 말하는 ‘교만’

랍비 아딘 스타인살츠의 ‘교만’에 대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곁다리에 불과한 비교방식을 사용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자 애쓴다면, 빈껍데기들만 발견하게 된다. 이 빈껍데기들이 그럴듯해지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다. 자신을 톰의 친구, 딕의 아들, 대단한 자리에 있는 중역, 이러저러한 업무를 하는 누구로 정의 내리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다. 이런 방식은 모두 우리들의 한 면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들은 대개 비관적이고 불완전한 것으로, 다른 이들을 희생시켜서라도 눈에 띄고자 하는 이들의 특성이다. 진실한 단 하나의 관계는 하느님과의 관계이다. 그 관계가 이루어진 다음부터 모든 것은 이치에 맞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보다 위대한 의미에 눈뜨게 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노자(老子)가 말한 ‘교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교만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자만심일 뿐이다. 부풀어 오르는 것은 커다랗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질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도덕경에는 ‘교만’에 관한 경구가 씌어있습니다. ‘만약 꽃병에 물이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을 나르려고 하기보다는 꽃병을 가득 채우지 않는 편이 낫다. 우리가 칼날을 지나치게 날카롭게 갈아놓는다면, 칼날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금과 옥이 방에 가득하다면, 그 주인은 그 물건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재산과 명예가 오만함으로 이어질 때, 틀림없이 악이 뒤따른다. 우리가 우리의 직분을 다해 이름을 얻기 시작할 때, 일이 완수되자마자 지혜는 미망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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