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우선 솔직히 말하면,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패러디 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가 얼마나 좋은 작품인데 이것을 거기에 비하랴?  그리고 톨스토이는 인간의 가치를 그 책에서 설파했다. 그런데 이 책은 여자의 존재를 돈에 국한시켜 바라봤다는 것인데 거기에 굳이 이만한 제목이 필요했을까? 어설픈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자는 무엇으로 사냐니...(심하게 말해서) 사육에 필요한 그 무엇을 연상시킨다.  차라리 그냥 직역했더라도 낫지 않았을까? 하기야 이만한 제목을 가져야 사람들이 좀 보지 않을까란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요즘엔 웬만한 제목 가지고는 꿈쩍도 않하니까. 그래도 전략이 너무 드러나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사실 한가지. 나 역시 돈으로부터 자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또 한번 차갑게 마주했다는 것.

이 책은 여자가 돈이나 경제에 관해 얼마나 취약한 존재냐라는 것을 동어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끝에가서 돈이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맺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이 정말 말하고자 했던 건 뭐였을까? 좀 더 총체적인 고찰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정말 돈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돈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린 이것에 너무 많이 갈등하고, 상처 받아왔으며, 시달림을 받았다. 도대체 그 놈의 돈이 뭐길래...솔직히 경제 관념이 여자가 남자 보다 떨어진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아직도 우리나라 여자들 중엔 계는 알아도 펀드는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 하니까. 경제관념이 없는 것엔 아마도 여자와 남자의 성역할이 오래전부터 굳어져 온 관습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자는 수렵생활을 해 왔고, 여자는 집안을 돌봐야 했던 그렇고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오늘 날엔 이 성역할을 특별히 규정짓지 않으려 한다. 여자도 바깥에 나가 돈을 벌 수 있으며, 남자도 가사 일을 전담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여자들도 경제관념이 생겨지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이혼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서로 마음에 안 드는 상대랑 한 지붕에서 사는 것도 고역이겠지만, 이혼 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책엔 다소의 헛점도 있어 보인다. 이 책이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저자가 이혼을 서두로 꺼냈는데, 왜 이혼하게 되었는지를 의도적으로 배제 하면서 이혼이 결정되자 그때부터 자신이 얼마나 돈에 대해 개념없이 살아왔는가를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난 오히려 저자가 왜 이혼을 했을까가 궁금했다. 그리고 이혼했을 때 경제적인 측면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따져 나갔다는 말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그냥 여자와 돈에 대해서만 서술해 갔다. 그점을 고려했더라면 이 책은 미덥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돈이란 건 인간의 삶 전반에 미치는 것인데, 왜 결혼 하면서 이 사람과 결혼하면 경제적으로 어떻게 될까를 고려하면서, 이혼하면 어떻게 될까를 고려하면 안되는 것인가. 물론 그렇다고 돈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결혼은 신중하게 하되 이혼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선 중요한 것이고, 전통적으로 이 부분이 잘 다뤄지지 않는 것만큼 이 책 또한 그것을 벗어나고 있지 않아 아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여자도 돈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일까? 회의가 들었다. 물론 모르면 안 되겠지.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 대해 좌시하거나 동물 보듯하지는 말아 줬으면 한다. 솔직히 나도 펀드란 말을 들은지는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 그러자 그것을 가르쳐 주었던 후배는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냐고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보는 바람에 좀 무안해 졌다. 자본주의 사회인만큼 그 패러다임으로 보면 난 정말 영 이상한 사람인게지. 하지만 인간을 돈으로만은 규정할 수 없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그 친구는 펀드는 잘 알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모르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좀 이렇게 넓게 보면 안되는 걸까?

여자의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할 때 93만 원이라는 말을 몇 년 전에 들었다. 그것을 어디가서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같이 사는 사람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같이 사는 사람이 그 여자에게 어디 나가서 돈도 못 번다고 타박하면, 타박하는 그 사람도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 뜨리는 행위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그 사람은 단순히 여자가 돈을 못 번다는 것 하나만을 보겠지만, 여자는 돈 못 버는 것 자체가 불만스러운 것이 아니다. 돈을 벌겠다고 하면 아마도 남자 보다 더 잘 벌 것이다. 그러면 남자들은 그런 여자에게 독종이라고 하며 자신의 열등감을 그런 식으로 분풀이 하겠지. 여자의 불만은 하나다. 인정 받지 못할 때 화가 나는 법이다. 남자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여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융합해서 서로 상부상조하고 평화공존 하고 싶다는데 그런 식으로 한가지만 보고 무시하면 화나지.

여자는 모성본능이란 게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여자는 무엇으로 사냐구?" 묻는다면 그건 필시 돈으로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의 노동으로 가정이 화목하고 건강하다면 그것으로 사는 거 아닌가? 결국 사랑으로 사는 것이겠지. 그러므로 남자들 여자 고를 때 그녀가 현재 돈을 잘 버느냐 못 버느냐 가지고 내조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며, 여자가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서 이혼했을 경우 그 여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국가는 이혼수당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여자의 인정 받지 못한 가사노동 93만 원을 위하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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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4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7-01-1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문제죠. 이혼의 경제학 같은 거 쓰는 사람 없나요? 가급적 돈 때문에 이혼하진 말자. 뭐 그런 내용의...
아, 저도 늦었네요.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01-15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