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이 작품은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되게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이 쏟아내는 대사도 상당히 유려하다.
영상도 나름 좋다. 요즘 제주도가 각광 받던데 그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결혼한 사람들의 성적 판타지를 건드린다.
영화가 분명 19금인 건 사실인데, 실제로 야한 장면은 생각 보단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영상이나 영화적 구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평이 대체로 낮은 편이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관객들이 (성)도덕성이 높아 도덕의 잣대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영화는 반드시 도덕의 잣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감독은 기본적으로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풍자가 살아 있다.
그걸 그냥 즐기면 되는데 편하게마는 봐줄 수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사실 나도 이 영화를 굳이 보고 싶어서 봤던 건 아니다.
난 언제부턴가 영화에 어떤 배우가 나왔는지 보다는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떤 생각과 취향을 가지고 만들었는가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 특히 감독이 배우들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있는가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건 최근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부터 더욱 그렇게 됐다. 그러니 이런 영화에 관심이 많아질 수 밖에.
영화를 보고나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뭐, 남자만 바람 피우는 것 같지? 사실은 여자도 바람을 핀다거나, 억울하면 당신도 바람을 피든지 하는 식의 권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도 같다. 특히 조신하고 순진하거나(담덕 역의 장영남), 현대적 현모양처(미영 역의 송지효)는 요즘 어디나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상이긴 하지만 그들에게도 알고 보면 애인이 있었다는 건 감독 혼자만의 생각인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것을 떠나 감독이 이 두 배우를 그렇게 설정해놨다는 게 왠지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세 유럽의 귀족만 하더라도 결혼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정략적 제도일뿐이었다. 그러므로 내연관계는 당연했던 거고. 그게 어떤 식으로든 변형이 되어 오늘 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봉수(신하균 분)가 영화 중간에 그런 대사를 날리지 않는가? 난 어제 와이프하고 키스까지 했다고. 익숙한 관계는 성적 흥분이 안 되는 것이다. 섹스는 그저 아기를 갖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 밖에는 없다.
그런데 흥분 너무 좋아하지 마라. 영화의 등장인물 석근(이성민 분)결국 흥분 좋아하다 패가망신까지는 아니어도 하루아침에 홀아비 신세가 됐다. 그런데 웃기지 않나? 아내를 잃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다니? 그런데 난 웬지 거기까지만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그럼 뭔가? 아내를 잃지 않았다면 그의 철없는 외도는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그의 절름발이 결혼은 계속된다는 말 아닌가? 왜 그놈의 성적 흥분이란 게 아내가 살아있을 땐 멀쩡히 작동하더니 죽고나자 작동을 멈춘단 말인가? 석근이 아픔을 통한 깨달음, 성숙이라기 보단 아내가 있어야 작동하는 남자. 뭐 이렇게 읽히기도 한다.
물론 여자들중엔 그래봤자 남편의 아랫도리 아니냐며 초탈한 여자도 있다지만,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반대로 아내가 외도를 했다면 초탈할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엊그제 아는 지인과 얘기하다가, 그 지인의 누구의 딸이 심한 화장을 입었단다. 그런데 하필 딸이 그렇게 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메고 있었을 때 남편(이란 작자)은 그 시간에 상간녀와 침대에서 딩굴렀단다. 그걸 알고 즉시 이혼했다고. 뭐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얘기지만 왜 우리가 결혼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행복하자고, 적어도 서로 좋자고 하는 결혼 아닌가?
암튼 영화가 아주 범작은 아니다. 성적 부도덕을 가지고 오히려 회개와 반성을 촉구하고, 각자의 배우자에게 잘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데 그게 억지스럽거나 진부하지만은 않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나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섹스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