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와 출판에 대한 이야기
정혜윤 지음 / SISO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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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운이 좋아서 책을 냈다. 책을 내려면 여기저기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데 난 그런 과정 없이 출판사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으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난 아직 인생작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책을 한번쯤 내봤고, 원고료를 받아 본 적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라고 생각한다.

 

책을 내봤더니 나는 어떤 과정으로 내 글을 세상에 알리고 작가로 인정받기를 바라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작가들 그들도 처음은 있을진대 어떤 과정을 통해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글을 끼적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떤 출판업자나 편집자의 눈에 띄어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마치 어느 연예인이 길거리 캐스팅 당해 연예의 길로 들어섰다는 고백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책을 내기위해 무수히 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는 고백을 들었다. 앞서 말한 경우는 정말 드문 경우고, 난 그 드문 경우로 그 꿈을 이루긴 했지만 언제까지 꿈만 꿀 수는 없었다.

 

꿈은 빨리 깰수록 좋다. 뭐든지 첫 번이 어렵고, 시작이 반이라지만 내가 첫 번째 책을 수월하게 냈다고 요즘의 출판 시장 상황을 볼 때 두 번째, 세 번째 책도 수월하게 낼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나의 책을 내준 출판사에서 또 내 책을 내준다는 보장도 못한다. 그렇다고 성격이 좋아 아무 출판사나 턱턱 문을 두들겨보는 배포도 타고나지도 못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이 책이다. 담력 키우기용이라고나 할까?

 

물론 난 자계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책들이 있긴 하다. 글쓰기를 자기계발로 연결시키는 책. 그래서 마치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내면 인생이 달라질 것처럼 말하는 책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난 그런 책들 믿지 않는다. 구라치는 게 환히 보이니까. 하루에도 몇 십 종의 신간들이 나왔다가 사라진다. 물론 책은 안 내는 것보다 내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이제 겨우 책 한 권 낸 걸 가지고 누가 알아봐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책 낸 기분을 한 달 넘게 유지했던 나는 (물론 그럴 만 했겠지만)어찌 보면 철딱서니가 없었다. 그래도 그런 나를 용서한다. 첫 책 아닌가, 첫 책.

 

작가는 글을 잘 쓰고 못 쓰고, 역작을 내고 안 내고 보다는 인지도와의 싸움인 것 같다. 꾸준히 성실하게 책을 낼 수 있는 힘 말이다. 그런 말을 들었다. 한 두 권의 책 가지고 알아봐 주길 기대하지 말라고. 적어도 다섯 권 이상은 내야 비로소 독자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그러는 중에 처녀작이나 초기작도 재조명 받는다고. 맞는 얘기 같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읽고 리뷰 한다는 명분이 있어 그렇지 이젠 어디가 첫 책 나왔다고 자랑도 못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 책을 내려거든 반드시 기획안을 제출한다.

그건 당연하면서도 상당히 중요한 말 같다. 첫 책을 내기 전, 나는 막연히 글만 잘 쓰면 작가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 만큼 처음 출간 제안에 동의했을 때 난 제안서를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게 꼭 필요하겠다는 걸 거의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건 또 오래 전, 시나리오를 공부할 때 과정 중에 피팅 실습이라는 게 있었다. 즉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어느 영화사를 찾아가 관계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세일즈 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다. 짧고, 간결하며, 임팩트 있는 것을 좋아한다. 출판사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 주었더니 꽤 흡족해 하는 눈치였다. 이걸 모르면 하나부터 상대 쪽에서 열까지 말해야 하고, 가르쳐 줘야한다. 꽤 성가신 일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배우는 것이긴 하지만.

 

작가가 실제로 책을 낸다고 하면 별로 내키지 않은 일을 할 때도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를테면 개인주의적이고, 내성적이어서 자신을 드러내는 걸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자계서 전문작가들이나 강의전문 작가는 안 그렇겠지만, 문학을 하는 작가들 중에 그런 은둔형 작가들이 있다. 내가 좀 그런 스타일이긴 하다. 내는 과정에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내키지 않거나 긴장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독자와의 만남이나 방송 출연이다. 예전 아날로그 시절엔 작가가 독자를 만나는 일이 그렇게 흔하진 않았던 것 같다. 작가는 오로지 글로 승부한다는 뭐 그런 가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를 맞고, SNS가 활성화되면서 이젠 작가가 마케팅 전면에 나서는 시대가 됐다. 천성적으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면 상관이 없겠는데, 일일이 쫓아다니고, 만나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도 일이겠구나 싶다. 그것이 안 맞는 사람은 얼마나 쑥스럽고 버거운 일인가? 그러나 그것이 인지도를 쌓고,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안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내 책을 내준 출판사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때로 나를 마케팅하고, 세일즈 할 줄 알아야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지적이 있지만, 책을 내려면 필히 편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듣긴 했다. 편집을 하려고 하면 전투적으로 쌍심지 켜는 작가가 있다고. 요즘도 그런 작가가 있는가 보다. 사실 이 말은 양쪽 말을 들어봐야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작가는 편집자들 중엔 더러 까칠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런 걸 볼 때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묘한 이상 기류가 존재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자존심만 앞세우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으면 어떤 출판사도 책을 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인쇄만 해서 소장만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소통을 해야 할 텐데 말이다.

 

난 첫 책이라 뭘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편집자의 편집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도 내 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최대한 그것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내 책은 오타나 어색한 문장 외에는 크게 고친 것이 없었다. 책이라는 것도 협업이고, 인간이하는 일인 만큼 불필요한 기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책이 누군가에 의해 조금이라도 더 좋아져 독자들이 편하게 볼 수만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물론 이것만큼은 작가로서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건 최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자세가 돼야할 것이다. 사람들과 두루 잘 사귀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원고는 작가의 품을 떠나면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또 모르겠다. 더 나이 들어 책을 낼 기회가 있으면 노욕이 들어 못된 마귀 할멈 역을 자처할지. 그러기 전에 미리 미리 수양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거절에 익숙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은 편안한 답을 준다. 그럴 경우 자신의 원고가 무엇이 문제인지 겸손히 조언을 구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후에 또 두드려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들 중엔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그 반대로 자나치게 자존심이 세서 그렇게 해 볼 엄두를 못 내기도 하는데 그래봐야 자기 손해다. 또한 출판사마다 전문 분야가 있는데 자신의 원고가 어떤지에 따라 서점에 가서 50개 정도의 출판사 이메일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렇게 출간 기획서와 함께 원고의 일부를 보내보라고 한다. 상당히 실제적인 조언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라는 말은 맞는 말 같다.

 

앞서도 말했지만 요즘은 작가도 어느 정도 마케팅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출판사에선 그런 것도 본단다. 그 작가가 SNS 활동을 하고 있는지, 팔로워들과 어느 정도 소통을 하고 있는지 등등. 작가의 입장에선 좀 뜨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출판사도 작가에 대해 모든 것을 다 해 주지 않겠다는 심산으로도 읽히고, 손해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나는 내 책이 출판된 이후 얼마나 애지중지 돌봤는가를 생각하면 할 말이 없다. 보통 작가가 책을 쓰는 과정을 애를 낳는 과정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출판사는 산부인과 병원이고, 편집자는 조산사쯤 될 것이다. 그들은 어느 일정 부분만 도와줄 수 있다. 그것을 돌봐야 하는 사람은 결국 작간데, 작가 역시 낳기만 하고 나 몰라라 하면 내 책은 버림받은 아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게다가 보통은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자기가 자기 책 자랑하면 꽤 쑥스러워 한다. 그게 유교적 사고방식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별로 바람직 한 것 같지는 않다.

 

나 역시도 블로그 활동 중에 출간 제의를 받았고, 책을 냈다. 사실 유명 작가일수록 또 그것에 가까울수록 블로그 활동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 역시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블로거는 자기 글은 올리면서 댓글 창을 막아놓기도 하는데 SNS는 소통이다. 그런 블로거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고, 실제로 블로그 활동을 하다보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보단 유익한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런 폐쇄적인 블로그를 보면 나 또한 마음이 가지 않아 아무리 좋은 글을 봐도 지나치거나 좋아요 누르기가 싫어진다. 나도 이럴 진데 출판사야 얼마나 꼼꼼히 따지겠는가?

 

출판 시장은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호황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안에 드는 출판 대국이라고 한다. 이 책도 출판 시장에 대해 우려하는 말을 하긴 한다. 그렇게 출판 대국이어서 읽을 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해졌는데도 책은 여전히 읽는 사람만 읽는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런 형상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다 하기 나름이란 뜻이겠지.

 

사실 이제까지 작가는 출판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든 신선처럼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집필의 기술이 아니라 집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쓴 책이다. 그래서일까? 이제까지의 작가의 자세 대해 반성을 촉구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같은 출판인의 마음이 되어보라고 하는 것 같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참고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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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7-06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책을 내기 위해 준비한 적이 있어요. 그 분은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는데, 잘 썼어요. 그 분이 출판하려는 책이 자서전 형식의 에세이였어요. 그 분이랑 연락 안 하고 지낸 지 오래됐어요. 책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

아무리 글을 잘 쓰더라도 댓글 기능을 막은 블로거, 자신의 글 내용에 대한 이견에 반응하지 않는 블로거의 글은 보고 싶지 않아요. 《리뷰 쓰는 법》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이견이나 비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면 공개하지 말라고요. 그렇지만 비판을 피하는 사람들은 자기 글을 공개하려고 해요. 상대방이 비판을 하든 말든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는 태도예요. 그러면 저는 ‘친구‘ 해제하고, 그 사람이 쓴 글 안 봐요.

stella.K 2018-07-08 14:38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책 내기가 쉽지가 않아.
사람들이 워낙 글을 읽지 않으니.
작가의 글이 아무리 좋아도 출판사가 안는 리스크가
없다고 볼 수 없지.
나야 출판사 사장하고 그전부터 친분이 있고
내 글을 좋게 봐줘서 그저 감사할 뿐이고...ㅠ

책에도 출판을 어떻게 할 거냐가 나와 있어.
출판사가 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자비출판도 있고. 이 둘을 절충하는 방법도 있더군.
우리나란 아직 자비출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아.
그저 친지끼리 나눠 볼 마음이라면 모를까
오죽하면 자비 출판이냐란 생각이 있는 것 같아.
그렇다면 첫번째나 세번째가 유력하겠지.

그런 사람이 좀 안타깝긴 한데 그 사람은 또 어딘가에선
소통하고 살겠지 그래.
보통 하나 이상 블로깅하잖아.
난 주로 여기서 활동하지만 몇군데 더 있긴 하거든.ㅋ

2018-07-07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7-08 14:44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저도 알라디너들의 덕을 많이 봤죠.
지금도 생각하면 늘 고마운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전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면 계속 책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론 사진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뀔거라고 봐요.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하시잖아요.
책 사진책 기대됩니다. 꼭 내주세요.^^

syo 2018-07-07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작가‘님이 이런 책을 읽으시면 그건 일종의 반칙인가요, 반칙이 아닌가요.....

stella.K 2018-07-08 14:47   좋아요 0 | URL
스요님도 책 한 권 내시죠.
자질이 충분한데!ㅋㅋ

공부는 잘 하고 계시죠?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겠어요. 횟팅입니다!^^

syo 2018-07-08 20:58   좋아요 1 | URL
아이쿠 별 말씀을요 ㅎㅎㅎㅎ
공부는 한다고 하고 있으나 해도해도 불안하네요 ㅎ 스텔라님 응원 기운 받아서 열심히 해볼게요

2018-07-08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8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ckrain 2019-09-2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답게 글을 참 잘 쓰신 것 같아요.
사소한 건데, ‘출판사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으니 얼마나 좋은가‘라는 부분은 말이죠. ‘출판사에게 먼저 제안을 받았으니~~‘로 쓰시는 게 맞습니다.

stella.K 2019-09-26 15:52   좋아요 0 | URL
아유, 뭘요. 벌써 오래된 이야기인 걸요.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