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다시 보는 영환지.

다시보니 정말 좋다.

핑계겠지만 영화가 너무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웬만해서 봤던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하지만 영화는 두 번은 봐야 그 영화가 가진 참 의미와 처음 봤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가 있다.

 

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하모니카인지 아코디언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주제 음악은 그동안 여기 저기 많이 인용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래 전, 어느 영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의 시그널 음악으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될 것만 같다. 배우의 연기도 좋았고. 과연 이렇게 삼합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영화가 흔간가 싶은 게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메타포 즉 은유를 완벽히 이해시킨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시인)네루다에게 편지를 배달해 주던 우체부가 너무 못 생겼다. 나도 여자이긴 하지만 이렇게 못 생긴 남자를 사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는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에 주면서 메타포를 알게 되고, 시인이 되고자하는 열망을 가슴에 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름다운 여자를 쟁취하고자 하는 열망과도 부합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후에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를 사랑하는데 성공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뻐꾸기(은유)를 잘 날려라는 교훈을 주는 걸까?

 

사실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 방법은 시 보단 연애비법서가 훨씬 효과적인지도 모른다. 영화 자체도 어찌보면 메타포인지라 시가 매개가 되어 사랑을 이룬다는 건 영화가 뿜어내는 낭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시 가지고 사랑을 이뤘다는 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또 다 맞는 말은 아니란 말씀.

 

그래도 사람이 시심을 품었다는 건 안 품는 것 보다 훨씬 아름답고 고상하다. 이 마음 하나 품을 수 없다면 이 각박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겠는가? 그건 그야말로 못 생긴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꾸는 기적을 낫기도 한다.

 

그건 정말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니 오래 전, 내가 교회 주일학교를 봉사하고 있었을 때 같이 봉사한 한 형제가 있었다. 그 형제는 내가 봐도 너무 볼품없게 생겼다. 왜소한 게 도무지 끌리는 데라곤 한 군데도 없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과연 저래가지고 장가는 가겠나 싶었다.

 

헉, 그런데 웬일인가? 내 예상을 깨고 어느 날 장가를 간다고 청첩장을 돌리고 있더라.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하긴, 그 형제가 인상 하나는 참하니 착하게 생겼다. 매사에 행동이 반듯하니 확실하고. 그러니 장가를 가는 거겠지. 또 그런 자신감으로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뻐꾸기를 날렸겠는가? 물론 여기서 말하는 뻐꾸기란 은유로 똘똘 뭉친 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건 사랑에 대한 믿음, 확신 같은 것이다. 그것을 계속 받고 있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대가 어떻게 생겼던지 간에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한다는 교훈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우편배달부가 네루다를 만나지 않았다면 과연 그런 시심을 품을 수나 있었겠는가? 또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점에서 시인은 위대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영화가 너무 좋아 며칠 전, 친구를 만날 겸 중고샵에 들러 혹시 영화의 원작인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있나 찾아봤는데 애석하게도 없었다. 평가도 약간의 호불호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원작 보단 영화가 훨씬 좋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와 원작이 다른 것은, 영화는 네루다가 노벨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고국인 칠레에서 그의 망명이 해제되 돌아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원작은 그가 칠레 대통령직을 수락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와 있는 것 같다. 원작과 영화가 다를 수 있는데, 실제로 네루다는 노벨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영화는 이렇게 네루다의 충직한 우편배달부가 헤어지고 그리움에 못 잊어하는 그의 순수한 마음을 후반부에 펼쳐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네루다가 이탈리아 섬에 머무는 동안 그에게 맡겼던 여러 물건들을 부쳐달라는 내용을 네루다의 비서로부터 명 받았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다고 어떻게 이렇게 쌀쌀 맞을 수 있나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우편배달부는 그것에 아랑곳않고 네루다가 머물렀던 곳의 여러 가지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함께 보내준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라면 결코 있을 법 하지 않을 일이다. 암튼 그건 당신은 나를 잊었을지 몰라도 나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선물은 가끔 그렇게도 쓰인다.

 

사람의 모든 인연은 다 우연 아닐까? 인공적인 인연은 거의 없다. 설혹 있다고 해도 그 끝은 자연스럽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연이다. 그래서 인연은 아름답고, 신비스러우며 각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 만나고 헤어졌던지 간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기서 그렇게 헤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서운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인연은 또 온다.  외롭고 쓸쓸할 때 보면 좋을 영화 같다.

 

너무 유명해 새삼 강추니 하는 말이 어색하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6-26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6-26 16:28   좋아요 1 | URL
ㅎㅎ 아뇨. 저는 올레 tv로 보는데...
아직 ip tv 신청 안하셨나요?
그거하면 편하게 볼 수 있는데...
물론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올레 tv로 보면 엄청 부지런 해야해요.
볼 영화며 드라마가 엄청 많아서.
좀 힘드실 수도 있어요.ㅠㅋ

2018-06-26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18-06-2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과 니르바나도 인연이지요.^^

stella.K 2018-06-26 18:22   좋아요 0 | URL
ㅎㅎ 다시 이어주세요. 항상 그리운 인연입니다.ㅠㅠ

페크pek0501 2018-06-2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책으로 읽지 못했고 팟캐스트로 들었는데 좋았어요.
메타포에 대해 말하는 부분,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책으로 접해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민음사 것 있군요.

stella.K 2018-06-27 20:2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래서 외출나온 김에 혹시 중고샵에
있을까 싶어 들러보았더니 없더라구요.
읽을 책이 많이 일부러 새책 사기는 뭐하고
중고로 나온 게 있으면 사 볼까 했거든요.ㅋ

언니도 이 영화 보셨죠?
혹시 안 보셨다면 영화 먼저 보세요.
정말 좋은 영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