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이 있습니다.

아이들 다 키워 놓고 늦게 상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맘 때쯤 종강하고 기말고사 체제로 돌입하겠구나 싶어 응원차 문자로 피이팅을 외쳐 주었는데 아까 저녁나절에 전화가 왔습니다.저는 제 문자의 답례 차원에서 전화를 한 줄 알았더니 일주일 전쯤 남편이 심한 화상을 입은 것을 알았습니다.

 

아, 왜 그런 일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부부에게 죄가 있다면 열심히 아이 키우며 산 죄 밖에 없는데.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밖거나, 누구에게 사기친 적도 없이 정말 선량하게 산 죄 밖에 없는데 왜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힘들어도 두 아이 자라는 것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 하나 이루며 사는 것을 위로겸 낙을 삼아 살았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지인은 사고가 일어나고 1주일쯤 지나서 그런지 많이 이성을 되찾은 느낌이었는데, 듣는 저는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파 어떻게, 어떻게를 연발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습니다.

 

두 내외가 아르바이트도 쓰지 못하고 아침 저녁으로 번갈아 가며 3평 남짓한 공간에서 각종 주스 팔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데, 실손 보험은 들어놨다지만 앞으로 치료비며, 고통스러운 치료를 어찌 감당할지? 이제 겨우 공부를 마쳐가는가데 공부는 마칠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또 앞으로 가게 운영은 어떻게 할지.

 

겨우 지인은 이성을 되찾고 나에게 담담히 그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으니 그도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전화를 끊었는데, 끊으면서 생각나면 기도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지인이 그런 고통을 당할 때 결국 부탁할 수 있는게, 또 해 줄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다는 게 서로 믿는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시는 위에 계신 분의 뜻이 있으시겠지만 그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지인이 그렇게 정신없는 한 주일을 보내고 있을 때 저는 뭘 했을까요? 그 지인이 그런 일을 당할 거라고 감히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오늘도 난 벼르고 별러왔던 책 세 권을 (결국)주문하고 받았으며, 몇자 안 되는 글을 끄적이고, 읽고 있던 책을 마져 읽고 있던중이었습니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무료하게 지나가고 있었고 이런 삶은 오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제도, 그제도, 그그저께도 하니 일주일 전, 한달 전에도 있어왔습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을 때 나의 사랑하는 지인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 지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미안했습니다. 남은 그렇게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때 되면 밥을 먹어야 하고, 화장실에 가야하고, 졸립고 피곤하면 잠을 자야하고. 이 모든 게 정말 죄스럽습니다. 결국 인간은 죄속에 태어나 죄 가운데 죽는다더니 그 말이 맞는가 봅니다. 본인의 당한 일도 깜깜하지만 나는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백세시대에 이제 겨우 중간에 왔을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도 해 보지만 우리 나이가 중년은 중년입니다. 이제 슬슬 노후를 준비하며 안정된 삶을 살아야할 텐데 이 나이에도 겪어내야할 고난이 있고, 헤쳐나가야 할 모험이 있다는 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인은 부정맥이 있어 절대 안정하며 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들 내외는 동갑내기로 대학 때 만나 모든 것을 함께 하기로 다짐하고 결혼했는데, 이런 일은 그들 생애에 꿈도 꾸지 않았겠지만 모든 것을 함께 하기로 했으니 그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는 것이 되겠죠. 그저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나시면 기도 좀 해 주십시오.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게해 달라고, 그 어느 순간에도 삶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포기하지 않게 해 달라고. 그들 가운데 평안이 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아니 그 어떤 기도를 하셔도 좋습니다.        

 

아아, 오늘은 그 어느 때 보다 아프고, 슬픈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지인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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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6-20 15:18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 밖에 없네요.
친구한테만 소곤대는 글이었는데...ㅎ

지금도 마치 내가 당한 일인 양 기운이 하나도 없네요.
뭘해도 신이 안 나고.
마감 전까지 써야하는 리뷰도 있고,
특히 오늘 저녁에 하모니카스트 전제덕이 콘서트 한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가 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만나면 뭐라고 위로를 해 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이 이런데 본인은 어떻겠습니까?
이럴 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어쨌든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06-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까운 친구가 큰 병이 나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해 줄 게 기도밖에 없더라고요.
삶이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평화로워도 내일은 어떤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를 통해 피살이니 실종이니 화재니 하는 사건을 접하면 두려움이 느껴져요.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나 봐요.

stella.K 2018-06-21 09:53   좋아요 0 | URL
그렇게 병이 낫다는 말도 듣기에 힘든데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하루아침에 그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힘들까요?
어젠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겠더군요.
제가 이런데 본인들은 어떨까요?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고 하는데
처음엔 하나님 왜 이러시냐고 원망이 나오더랍니다.
모쪼록 이 시련을 잘 극복할수있도록 기도해줘야죠.^^

syo 2018-06-2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다정한 친구사이여도 남의 고통에 내 일처럼 괴로워하기는 힘든 법인데, 내 생활의 안온함이 죄스럽게 느껴질만큼 안타까워하시다니, 스텔라님 이런 다정한 사람.....

모쪼록 스텔라님의 기도에 응답이 있기를 바랍니다.

stella.K 2018-06-21 09:52   좋아요 0 | URL
아유, 아닙니다.
저도 아는 사람의 누가 그랬다면 그냥
혀만 끌끌 차고 말았을 겁니다.
아무래도 오래 관계를 지속해 왔고
삶을 많이 나누다보니 자매 같고 친척같은 형제애
뭐 그런 게 생긴거죠.
스요님도 친한 친구가 혹시 어려운 일 당하면 저 같이했을 겁니다.
모쪼록 치료가 잘되고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