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폴란드에 들러 아우슈비츠를 방문했다. 넓다란 벌판에 세워진 그곳은 침울한 공기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그곳의 방문객들은 그런 분위기에 압도된 듯 조용하게 숨죽여 이곳저곳으로 이동했다. 특히 한 곳에서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박물관처럼 대형 유리관을 각각 채우고 있는 것은 도저히 셀수 없을 만큼의 안경들과 머리카락,신발,아이들의 인형 그리고 장애인들의 소유였던 것으로 보이는 각종 보조기구,의족. 의수였다.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짐 가방들도 한 편에 가득했는데 급박한 피란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물건들과 흔적들은 비참했던 당시 상황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당연한 의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곳에 끌어오고 희생시켰을까? 왜 머리카락까지 한곳에 모아 두었을까? 물론 그 여행 전후에도 2차 대전에 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관심있게 찾아봤지만 부족한 나의 수준은 그렇게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읽은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는 그런 나에게 스탈린의 자국민을 향한 만행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티머시 스나이더의 <피에 젖은 땅>으로 2차대전과 그 전후에 이르기까지 스탈린과 나치 체제의 접점에 있던 이른바 '블러드랜드'에서의 1400만에 이르는 희생과 그들이 처했던 비극적인 상황을 알게 된 것이다. 


스탈린

블러드랜드(bloodlands)는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서부, 우크라이나,벨라루스,발트 연안국들을 일컫는다. 스탈린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1933년 집단농장을 포함한 여러 정책실패 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대기근을 야기시켰다. 그는 강제이주와 1937~1938년의 대숙청, 대공포시대로 블러드랜드에 수많은 피를 뿌렸다. 그 중에서도 우크라이나 대기근에는 농민들의 종곡까지 빼앗아가 끝도없는 굶주림에 부모가 자식을, 가족들이 며느리의 인육을 먹는 등의 비극까지 만들어냈다. 

스탈린의 집단화와 기근은 당시에도 크게 해외에서 주목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서구의 이해와 맞물려 베일에 가려진 측면이 상당하다. 

히틀러가 자신의 에덴동산을 위해 타국민을 학살했다면 스탈린은 소련의 경제발전이란 미명하에 자국민들을 죽게 한 것이다. 


히틀러  

독일과 소련간의 물밑협상 뒤 1939년 9월1일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한다. 이후 기세등등해진 히틀러의 총구는 소련으로 향했다. 하지만 독일의 예상과 달리 상황이 장기전으로 흐르며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다. 패전이 짙어지며 전쟁포로 등을 대상으로 했던 가스를 활용한 나치의 학살은 유대인에 보다 집중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악행이 이어졌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나치의 잔학함은 소련과 달리 자신들의 악덕을 만천하에 드러내는것과 유대인을 학살하는 과정, 시체를 처리하는 것까지 그들 중 일부에게 맡기고 일이 끝난후에는 역시 이들도 처형했다는데 있었다.   



이 후 스탈린과 연합국의 반격으로 독일이 밀려나기 시작하며 소련군들은 빠른 속도로 독일까지 진격한다. 그리고 무서운 폭력으로 동독을 유린하며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독일 여성들을 강간했다.

그들은 독일 남성들을 모욕하고 경멸하는 의미로 그렇게 한 것이기도 했다. 소련 병사들에 의해 여성들은 그렇게 두 번 죽어야 했다. 그런식으로 2차 대전 종식 후에도 블러드랜드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의 희생은 이어졌다.  


스탈린과 히틀러는 독재체제 속에서 자신들의 이상과 열망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민간인들과 전쟁포로들을 희생시켰다. 두 지도자의 이상을 위해 민간인들은 이름과 개성은 물론 피와 살이 제거된 채 블러드랜드란 판 위에서 마치 체스의 말처럼 활용된 것이다. 혹자는 역사와 전쟁에 대한 시각이 감정적이 되어선 안된다며 냉정한 시각을 가지라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무감각해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했다.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그들의 추종자들은 자신들만의 가치를 위한 집념과 믿음으로 타인의 존엄을 끔찍하게 먼 곳에서 바라본 것이 아닐까?


P.703 희생자들은 사람이었다. 그들과 진정으로 동일시되고 싶다면, 그들의 죽음만 볼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봐야 한다. 정의상으로 희생자란 죽은 사람이며, 다른 이들이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이용하든 저항할 수가 없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내세우며 어떤 정책을 미화하거나 스스로와 희생자를 동일시하는 일은 쉽다. 범죄자들이 저지른 행동을 이해하는 일은 별로 매력이 없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어쨌든 도덕적 위험은 누군가가 희생자가 될 때보다 범죄자나 방관자가 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P.704 악은 선에 의존한다는 간디의 말이 있다. 모여서 악을 행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헌신적이며 그 일이 옳다고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헌신과 믿음이 있다고 당시의 독일인들을 선량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임을 알려줄 근거는 된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그들은 윤리적인 사고를 했다. 비록 무시무시한 착오를 저질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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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9 1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부터 누름 첫번째 댓글 자리 는 찜 해놓음(◞♥ꈍ∇ꈍ)◞♥

청아 2021-04-29 18:4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스콧님은 감동메이커예요🙆‍♀️♡

scott 2021-04-29 20:06   좋아요 4 | URL
올해 영화 미스터 존스를 보고 난후 미미님이 블러드랜드 책을 읽기 시작해서 따라 읽기 시작함 (나는야 따라쟁이 ㅎㅎ) 그동안 이와 관련된 영화 책은 많이 봤지만 한시대에 이토록 많은이들이 희생 당했던 20세기를 잊지 말아야 할것 같습니다!!
‘악을 행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헌신적이며 그 일이 옳다고 믿고 있으니까!!‘
어제 소개 해주신 ‘카틴 숲‘ 영화 본후 감독 인터뷰까지 봤네요. ㅠ.ㅠ

미미님이 츠바이크 스톼일로 분석하신 페이퍼도 인상 깊었습니다.

٩(^ᴗ^)۶

청아 2021-04-29 20:19   좋아요 1 | URL
언제나 제가 더 스콧님 따라쟁이죠ㅋㅋ❤❤
스콧님의 추진력에 또 감동! 리뷰 썼으니 저도 이제 맘편히 관련다큐랑 다 찾아볼래요!팔로팔로 점점 한번에 하나밖에 못하는 중임요.😆

새파랑 2021-04-29 19: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블러드 랜드를 체스판으로 둔 히틀러와 스탈린의 잔인한 대결 비유는 정말 좋네요. 깜짝 놀랄만한 비유~!! 체스이야기가 연결되는거 같은~~ 역시 아는만큼 표현할 수 있는거 같아요. 무감각 해지면 안된다는 말도 인상적이네요^^

청아 2021-04-29 19:21   좋아요 4 | URL
ㅋㅋ감사해요!!😊 <수용소군도>의 솔제니친이 그 책에서 스탈린을 비판하며 비슷하게 비유했었어요! 게다가 제 안에 츠바이크가 항상 있어서 이렇게라도 연결하고 싶었어요.

페넬로페 2021-04-29 20: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읽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의 결과가 이 글에 담겨 있네요^^
전쟁이나 침략의 형태는 왜이리 같은지요~~폭력과 유린과 죽음들^^
다른 나라에 의한 침략도 아닌 자국민들에 자행된 폭력들^^
이것이 인간의 한계인것 같아 씁쓸해지는 저녁입니다~~

청아 2021-04-29 20:10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맞아요! 그런 그의 폭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는 스탈린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 정서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아버지로 불리우고 전설로 기억되는 측면이 씁쓸했어요😔

붕붕툐툐 2021-04-29 20: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픈 역사네요. 블러드랜드라는 지역이 있을 정도로 욕심에 눈 먼 인간들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이 희생당하고..ㅠㅠ
미미님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볼 수 있는 따뜻한 페이퍼~🙆

청아 2021-04-29 20:14   좋아요 3 | URL
그렇죠? ㅠ 여기 기록된 내용도 끔찍한데 실상은 어땠을지..그렇다고 가해자들을 인간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답이 없다는 스나이더의 후반 결론이 반전이었고 여러모로 의미심장했어요. 감사해요! 🙆‍♀️

바람돌이 2021-04-30 0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다 읽으셨군요. 완독 축하 축하!!!
아우슈비츠 사진들이 비감하네요. 저는 이 책의 저자가 역설적으로 아우슈비츠는 생존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알려질 수 있었다고, 다른 절멸수용소들은 생존자가 아예 없어 얘기를 전할 사람도 없어 묻혀졌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 세계 어디선가에는 반복되는 것이 뭔가 싶어요.

청아 2021-04-30 00:24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 그러게 말이예요~예전에는 아우슈비츠가 가장 끔찍한 줄 알았는데 극히 일부분이라니.. 게다가 미얀마처럼 권력때문에 시민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반복이고 심지어 유엔이 있지만 넋놓고 바라만 보는 것도 당시처럼 반복이니 참 무섭네요.

mini74 2021-04-30 2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 저 지금 20쪽 정도 읽었는데 온통 밑줄입니다 ㅠㅠ 미미님 글 읽으니 뭉클. 도움도 많이 됩니다. 한 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읽고 싶은 책이에요 *^^*

청아 2021-04-30 21:28   좋아요 3 | URL
오오 미니님! 시작하셨군요~♡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난해하거나 지루한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읽는 내내 저 당시 상황 궁금해 폭풍구글링..ㅠㅜ초반 저도 테이프 마구마구 붙였어요👍 완독 응원드려요!!
 

<피에 젖은 땅>에도 몇 차례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카틴>숲에서 제2차 대전 중이던 1940년 소련군이 폴란드 장교들과 의사들, 지식인들을 학살한 사건입니다. 관련된 영화도 있네요.

몇년 뒤1943년 나치가 <카틴>숲에서 무더기의 시체(2만 2천구)를 발견했고 이후 괴벨스가 선전용으로 이를 적극 활용했지만 소련측은 나치의 소행이라고 전면부인.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을 인정했지만 시효가 지났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자료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어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상파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2010년 레흐 카친스키 당시 폴란드 대통령이 추모식을 위해 전용기로 카틴숲 인근으로 향하던 중 추락사합니다. 탑승객 96명 전원사망해 저도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후 당연하지만 각종 논란과 의혹을 낳았습니다.




폴란드와 악연 카틴 숲 학살 사건
출처 : 연합뉴스 | 네이버

http://naver.me/FMA9vTcX

p.537 미국과 영국 입장에서는 카틴 대학살에 대한 소련의 거짓 주장을 받아들여 독일에 비난을 퍼붓는 것이, 스탈린을 설득하기보다는 폴란드에 타협을 종용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한 일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폴란드인들이 거짓, 즉 소비에트가 아닌 독일이 폴란드 장교들을 학살했다고 받아들여 주길 바랐다. 아울러 폴란드가 주권이 있는 정부라면 결단코 취할 수 없는 조치, 즉 자국 영토의 절반인 동부를 소련에 넘겨주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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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8 16:5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폴란드의 거장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2007년 작품 숨겨진 명작!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죽음의 늪 ㅠ.ㅠ 기억과 진실에 대한 불굴의 사투를 벌이는 거짓에 굴복하지 않는 감독의 아버지가 카틴 숲에서 숨졌다고 합니다.ㅠ.ㅠ

청아 2021-04-28 17:00   좋아요 5 | URL
역시 스콧님👍👍 아 감독 아버지가요?ㅠㅇㅠ
일본과 우리나라를 보는것도 같고. 폴란드와 러시아의 악연은 어디까지일까요...

페넬로페 2021-04-28 17:1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 드뎌 제가 아는것 하나 나왔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에 카틴숲학살이 나오더라고요^^
카틴숲뿐만 아니라 그 주변 포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폴란드인이 거의 2만명에 이른다는 것^^ ㅠㅠ

청아 2021-04-28 17:16   좋아요 6 | URL
아 그러셨군요! 얼른 장바구니에 주워담겠습니다~♡
아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멈추지 않는 역사 공부인것 같네요. ㅠㅠ

coolcat329 2021-04-28 17:39   좋아요 5 | URL
아 이 책 눈여겨 봤다가 그냥 패스한 책인데 이렇게 만날 책은 또 만나는군요. 저도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청아 2021-04-28 17:43   좋아요 4 | URL
맞아요~책도 인연이 닿고 닿는 듯해요♡헤헷♡

페넬로페 2021-04-29 01:16   좋아요 3 | URL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가 예상했던 내용의 책이 전혀 아닌데요~~
수용소의 삶에서 프루스트강의를 하기 보다 그냥 프루스트에 대한 입문서 같아요^^
 

죽음의 고독

독일이 게토 습격을 감행한 1943년 4월 19일은 유월절 전날이었고, 다가오는 25일 일요일은 부활절이었다. 폴란드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는 자신의 시 「꽃밭」에서, 게토 안 유대인들이 싸우고 또 죽어가는 동안, 장벽 너머 크라신스키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회전목마를 타고 있던 당시 기독교 축일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미워시의 말을 들어보자. "그때 나는 죽음의 고독함을 떠올렸다." 게토 반란 기간 내내회전목마는 돌고 또 돌았고, 그것은 고립된 유대인의 상징이 되었다.

게토 장벽 너머 폴란드인들이 삶 그리고 웃음을 누리던 그 순간,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도시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많은 폴란드인은 게토안 유대인들의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또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고, 누군가는 이들을 돕고자 했으며, 몇몇은 이를 실행하다.
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 P524

바르샤바 게토 반란이 일어나기 딱 1년 전, 폴란드 국내군은 영국과 미국에 폴란드 유대인을 상대로 저지른 가스 학살에 대해 이미 전달한 상태였다. 분명 폴란드 국내군은 그들에게 헤움도 학살 시설에대한 정보를 넘겨주었고, 폴란드 당국은 그것이 영국 언론에 전달되는 것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서방 동맹국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않았다.  - P524

폴란드 정부는 동맹들에게 (유대인을 포함한) 폴란드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량학살에 맞서 독일 민간인을 공격 대상에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다시, 영국과 미국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폴란드 대통령과 바티칸 폴란드 대사는 교황을찾아가 유대인 대량학살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이야기해줄 것을 역28설했지만 이 역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 P525

서방 연합군 중 오직 폴란드 당국만이 유대인 학살을 멈추기 위한직접 행동에 나섰을 뿐이다. 1943년 봄까지 제고타는 숨어 있던 유대인 약 4000명을 돕고 있었고, 폴란드 국내군은 유대인을 갈취하는자들은 총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5월 4일, 바르샤바 게토 유대인들이 싸우고 있던 그때, 망명 정부 수반 브와디스와프 시코르스키는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모든 동포에게 요청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죽어가고 있는 저들에게 피란처와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십시오. 동시에, 지난 시간 너무나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온 전 세계에 밝힙니다.
나는 저들의 범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 P525

마이다네크 같은 곳으로의 강제추방 소식은 폴란드인들을 남녀할 것 없이 폴란드 국내군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언제든 강제노역 대상자로 붙잡혀 강제수용소로 보내질 수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 바르샤바 지상에서 사는 것보다 더 안전하게 보였다. 

또한 지하조직에서는 공포를 이겨내게 해줄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고, 복수를 통해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독일은 과거 1939년 침공 당시 수만 명, 1940년 AB 악치온 당시 수천 명에게 그랬듯이, 고등 교육 이상을 받은 폴란드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림으로써 자신들의 노동력 끌어모으기 과정에서 레지스탕스 조직이 생겨나는 사태를 막으려 했다.
- P529

독일군의 패배가 눈앞에 있다는 것은 분명 반길 만한 소식이었지만, 마찬가지로이내 소련군이 바르샤바를 접수할 것이라는 예상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폴란드 국내군이 독일군과 공개적으로 싸워 승리한다면, 그들은 붉은 군대가 자신들의 집을 차지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었다. 

반대로 그들이 독일군과 싸워 패배한다면, 곧 들이닥칠 소비에트에게 자신들은 손쉬운 상대이자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밖에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소비에트와(혹은 서방 동맹국들과) 협상할 자리조차 얻지 못할 것이었다.
- P536

스탈린은 카틴 발견(폴란드의 발견) 이후 폴란드 정부와 외교 관계를 끊어버렸고, 이는 소련을 신뢰할 수 없는 또 하나의이유가 되었다. 스탈린이 스스로가 벌인 대학살을 폴란드 정부와 외교 관계를 끊는 빌미로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자가 어떤 협상이든 선의를 가지고 임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카틴:소련군이 폴란드 장교들 학살한 곳. 자기네가 학살 한 후, 발각되자 되려 외교 끊음) - P537

그 개인의 집요한 끈기가 전쟁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윈스턴 처칠의 경우를 보자. 그는 영국의 동맹인 폴란드에게도움은커녕 소련과 타협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이미 1944년 여름처칠은 폴란드 수상 스타니스와프 미코와이치크에게 모스크바를 찾아가 그동안의 소련-폴란드 간 단교를 회복시킬 합의를 청해보라고,
조언했다. 미코와이치크가 모스크바에 도착한 1944년 7월 말 영국대사는 그에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말을 건넸다. 

즉 폴란드 영토의 절반인 동쪽 땅을 포기하고, (학살의 책임은 소비에트가 아닌 독일에 있다는) 소련 버전의 카틴 대학살을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미코와이치크가 알고 있던 것처럼, 루스벨트 역시 카틴에 대한 소비에트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쪽을 선호했다. 

바르샤바 봉기가 시작된 그 순간 미코와이치크는 모스크바에 있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인 미코와이치크는 스탈린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스탈린은 이마저 거절했다. 

이에 이번에는 처칠이 스탈린에게폴란드인들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스탈린은 8월 16일, 자신은그런 "멍청하고 위험한 행동"을 도와줄 의사가 눈곱만큼도 없다는 말로 이를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 P551

어느 폴란드 국내군 병사는 자신의 시에 "우리는 그대를 붉은 역병을 기다린다 우리를 이 흑사병에서 구해주기를"이라고 적었다. 
- P555

소련이 입성하기 하루 전에도, 독일은 바르샤바에 남은마지막 도서관을 불사르고 있었다.
-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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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28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끝이 보입니다~!!

청아 2021-04-28 16: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네ㅋㅋㅋㅋ😭
 

<피에 젖은 땅> 내일까진 다 읽으려 하는데 쉽지 않네요. 1942년 독일과 소련의 대치 상황을 읽고 있다가 머리도 식힐겸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관한 영상을 찾게 되어 올립니다.

'모사드'쫌 많이 멋진듯.








<오랜만에 독서 자극사진^^>



스콧님이 알려주신 책도 왔는데 저는 아직 읽을 수가 없습니다.ㅠ0ㅠ

절판되어 중고로 샀는데 거의 뭐 새책이 왔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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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7 21:1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미님 이책 구하셨군요!
예전에 이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만나는 다큐 본적 있는데
힘러 딸이 정말 정말 죄를 인정 안함(아버지 힘러의 극악 범죄를)
비서 사이에서 난 아들 딸이 있는데 아들은 불치병으로 고통받았고 딸은 의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
피에 젖은 땅 읽다보면 자꾸 옆길로 빠지게 되죠 ㅎㅎ(관련 영상 다큐 찾아보면서/모사드 남미 정글까지 뒤져서 도망간 나치 당원들 싹 잡아들임!!)
우와 미미님 정말 밑줄, 인덱스,,,
정독!!!!
독서를 하는 올바른 자세에
감탄,감탄,😍


청아 2021-04-27 21:21   좋아요 5 | URL
저만 그런게 아니었네요!!ㅋㅋㅋㅋ스콧님 덕분에 찾아볼 다큐까지 늘어나 행복합니다~ㅋㅋ♡♡
시간이 없어 훑을까도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사연에 다시 정독모드예요.😭
모사드 다큐 많이 찜해놨는데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지만 심적으로 응원할 수 밖에 없네요.😔

새파랑 2021-04-27 21: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전 멋진 독서자극 사진~!! 포스트잇이랑 밑줄이 예술이네요.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청아 2021-04-27 21:45   좋아요 4 | URL
와~더할 나위 없는 칭찬입니다ㅋㅋ😆👍막판 스퍼트 올리고 있습니다!

붕붕툐툐 2021-04-27 22: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저 안심하고 갑니다~
˝맞아, 난 저렇게 책을 안 읽으니까 미미님같은 리뷰를 못 쓰는 거야.˝ 이런 안심~ㅋㅋㅋㅋ
진짜 넘 멋지심다~ ‘타고난 천재는 없다 노력하는 것이다.‘의 표본을 보여주시는 듯!
‘나치의 아이들‘ 도 내용 궁금해용~ 막판 스퍼트 내일까지 완독 성공하시길!!🙏

청아 2021-04-27 22:49   좋아요 3 | URL
아ㅋㅋㅋㅋ툐툐님도 참!😳😆😍 든든한 응원받았으니 꼭 완독할께요!!🙆‍♀️

페넬로페 2021-04-27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자아자~~
내일까지 꼭 읽고
리뷰대회 참가**✌✌

페넬로페 2021-04-27 23:54   좋아요 4 | URL
모사드가 이런 면에서는 멋진데
또 다른 면에서는 악날한것도 같아요^^

scott 2021-04-27 23:56   좋아요 4 | URL
미미님 리뷰 대회 참가 잊지 말귀 ㅎㅎㅎ
4월 30일 까지
아자아자
王모래 시계 사알짝 놓고 감

○⌒゙○
( ・(ェ)・ )
─∪─∪─⏳──

청아 2021-04-28 00:01   좋아요 4 | URL
아자아자!ㅋㅋㅋㅋ페넬로페님 응원감사해용~😆♡
그쵸! 폭력으로 해결할 순 없는건데 안타까우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드는 조직이네요.

청아 2021-04-28 00:03   좋아요 4 | URL
앗!ㅋㅋㅋㅋ모래시계 깜찍해서 절대 놓칠 수가 없겠어요!♡(⑉• ﻌ •⑉)♡

NamGiKim 2021-04-28 0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우 꼼꼼히 표기해가며 읽은게 책에 표시가 되는군요.

청아 2021-04-28 00:15   좋아요 3 | URL
열심히 정독 중인데 읽는 속도가 넘 느려서 창피합니다.😅

NamGiKim 2021-04-28 00:25   좋아요 3 | URL
사실 제가 작년3월부터 외할버지랑 살게 됐는데(부모님이 중국에 계심), 도저히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불경소리 시끄러운 티비 소리 때문에. 거기다 도서관은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 그래서 예전보다 책을 더 안읽게 된 느낌.

NamGiKim 2021-04-28 00:26   좋아요 3 | URL
최근에 보청기해서 예전보다는 나아졌는데, 여전히 쉽지 않군요.

청아 2021-04-28 00:31   좋아요 3 | URL
아 그러셨군요. 남기님 여러 책 읽고 리뷰 남겨주시길 기대하고 있어요.😊 상황이 나아지셨음 좋겠네요!

NamGiKim 2021-04-28 00:32   좋아요 3 | URL
항상 제 글에 관심가져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1-04-28 08: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정말 열독모드 대단하세요! 플래그잇? 저는 저거 어쩌다 사용하는데 ,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에 붙이시는 건가요?
정말 독서욕구 자극합니다.

청아 2021-04-28 09:52   좋아요 4 | URL
헤헷ㅋㅋ저도 다른분들 이런 사진 보면 자극 받곤해서 올렸어요~♡ 다시 읽을때 표시한 부분만 보는데 너무 많이 표기한게 함정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4-28 0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 자극 사진. 와 이거 넘 멋집니다. 미미님의 독서 열정은 가히 근접 불가. 밑줄조차 아름답습니다요. 이제 고지가 얼마 안 남았죠. 신발끈 단단히 묶고 달리십시오. ^^

청아 2021-04-28 09:59   좋아요 3 | URL
책만 읽어야는데 자꾸 뭔가 찾아보고 샛길로 빠지게 되는 책인것 같아요.ㅋㅋ 그래도 유익한 시간이었음요! 오늘 좀 단단히 묶어야 할듯~♡

mini74 2021-04-28 1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ㅎㅎ 색색의 인덱스가 펄럭이네요. *^^*저는 주로 연노랑으로 줄을 그어요 ㅎㅎ 미미님 열심히 읽으시는 모습보니 멋집니다. 자극 받고 가요. 그럴려면 먼저 인덱스 한 뭉치부터 지름을 ㅎㅎㅎ

청아 2021-04-28 17:42   좋아요 3 | URL
저도 연노랑 사놨어요! 역시 미니님도 러블리한 컬러 좋아하시는군요ㅋㅋㅋㅋ😆 언제 연노랑 화사한 자극사진 투척해주세용!👍
 

민스크는 나치의 파괴적 본성을 가장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곳이다. 독일 공군은 민스크가 항복을 선언한 1941년 6월 24일까지줄기차게 폭격을 퍼부었고, 심지어 독일 국방군은 그로 인한 불길이잦아들 때까지 도시 입성을 미뤄야 할 정도였다. 

독일인들은 7월 말까지 교육 수준이 높은 현지인 수천 명을 사살했으며, 유대인들을 도시 북쪽 구역으로 몰아넣었다. 민스크에는 이제 게토, 강제수용소,
포로수용소, 대량학살을 위한 구역들이 생길 것이었다. 

그곳은 결국승리의 대체물로, 즉 독일인들이 유대인 학살을 시연하는 일종의 무시무시한 죽음의 극장으로 바뀐다.
- P404

영구 보존 처리를 한 레닌의 시신은 안전한 보존을 위해 크렘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으나, 스탈린 자신만큼은 끝까지 그곳에 남아 지배력을과시했다. 레닌그라드는 포위당했고, 민스크와 키예프는 독일의 손에, 의떨어졌지만, 모스크바만큼은 스탈린의 완고한 지휘 아래 스스로를굳게 지켜내고 있었다. 

11월의 여섯 번째 날, 스탈린은 소련 국민에게자못 도전적인 태도로 독일이 이른바 ‘몰살 전쟁‘이라 말한 군사 작전은 실상 아무것도 아니며,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몰살을 선사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딱 한 번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언급했는데, 바로 "나치 정권은 ‘집단학살을 조직하고 시행하는 데 여념 없는정권"이라 부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진행되고 있던 대량학살의 진실을 그려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었다. 11월 7일(소비에트의 기념일) 투친카로 끌려 간 민스크 유대인들은 11월 9일(나치의 기념일) 총살당했다. 5000명이 넘는 사람이 11월 20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제정 러시아를 비롯해 역사 속 그 어떤 제국도 유대인을 이 정도까지 학살한 적은 없었다. 

1941년 하반기 어느 날 하루 동안 독일인들이 쏴 죽인 유대인의 숫자는 제정 러시아 전체 역사 속 집단학살로 인한 희생자의 숫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다.

(아무튼 러시아가 ‘제정 러시아 시대‘에도 유대인 집단학살 했구나...) - P406

스탈린도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때문에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히틀러는 연합국이 유대인을 위해 싸우고있다고 말했고, 따라서 (국민이 이 주장에 동조할까 우려하던) 연합국은자신들이 억압받는 국가들(하지만 특히 유대인은 아닌)을 해방시키고자 싸우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야 했다. 

히틀러의 선전에 대한 스탈린의 답은 이후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의 소련 역사를 빚어냈는데, 그 대답은 바로 독일 학살 정책의 모든 희생자는 "소련 국민 이지만 이 소련 국가 구성원의 최대 다수는 바로 러시아인이라는 것이었다. 

그의선전 부장 중 한 명인 알렉산드르 셰르바코프는 1942년 1월 "러시아인민, 모두 평등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인민 대중 가운데 첫째, 이들야말로 독일 침략자들과의 투쟁에서 오는 짐의 대부분을 짊어지고 있다"는 선언을 통해 이를 명백히 밝혔다. 

셰르바코프가저 말을 내뱉기까지 독일인들은 이미 몰로토프-리벤트로프 라인의동쪽에서 벨라루스 유대인 약 19만 명을 비롯해 100만 명에 이르는유대인을 학살하고 있었다.
- P408

1941년 11월 7일에 있었던 광기 어린 죽음의 행진은 그저 유대인들을 몸서리치게 했던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던 일련의 피 튀기는 사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전쟁 이전에 이름을 날렸거나 존경받던 이들을 위해 특별한 굴욕 행위들이 준비되었다. 독일인들은 한 저명한 과학자로 하여금 게토 한가운데에 위치한 주빌리 광장을 기어다니라명령했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등 위에 축구공을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곧 그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또한 그들은 유대인들을 자신들의 집을 청소시키거나 옷가지를 빨게 할 노예로 삼았다. (오스트리아계) 독일인 의사 이름프리트 에베를은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은 이 "낙원"에서 따로 돈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그는 힘러가 민스크를 방문했을 때 영상으로 기록할 유대인 처형을 담당했다. 에베를은훗날 그 당시 자신의 모습과 그가 자행한 대량학살이 담긴 영상을 본것으로 여겨진다.
- P412

유대인 여성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고통받았다.
 "인종적 더럽힘"을단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독일인은 재빨리 강간을 살인의 전주곡으로 만들었다. 적어도 일부 독일인은 유대인 여성들을 두고 일종의
"미인 대회를 개최하고는, 곧 그 여인들을 묘지로 끌고 들어갔으며,
강제로 옷을 벗긴 뒤, 몸을 그리고 목숨을 빼앗았다. 

게토 안의 경우,
독일 군인들은 유대인 소녀들에게 한밤중에 발가벗긴 채 춤을 추도록 했고, 이튿날 아침 그곳에는 소녀들의 싸늘한 시신만 남아 있었다.
- P412

소비에트의 지배는, 특히 1937년에서 1938년까지의 대숙청은 그곳 사람들이 어떤 정치 변동에도 즉각적이거나 자발적인 반응을 드러내지 않도록 만들었다. 1930년대에 민스크에서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행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쿠라파트로끌려가 내무인민위원회 손에 사살당했다. 

심지어 모스크바 공산주의자들 입장에서는, 비록 민스크의 소련 시민들 각자 독일에 저항할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소련이 훗날 그곳을 회복했을 때 벌어질 박해를 피하기 어려웠다. 

스탈린주의가 아래로부터 어떤 유의 자발적 반응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카지니에츠와 현지 공산주의자들은 하나같이 조직체 결성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각각 고립된 채, 스탈린에 대한 두려움으로 히틀러를 견더내고 있었다.

(스탈린이 어떤 면에서 히틀러보다 악랄한 이유) - P414

유럽의 유대인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히틀러의 분명한 결정은 유대인과 빨치산 사이의 관련성을 과장하여 일종의 추상적인 관념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렸다. 곧 유대인들은 독일의 적을 지원하는자들로서, 우선적으로 몰살해야 할 대상이었다

힘러와 히틀러는 유대인의 위협을 빨치산의 위협과 결부지었던 것이다. 유대인과 빨치산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 지닌 논리는 모호하고 문제투성이였지만, 빨치산 전투의 심장부인 벨라루스에 있던 유대인들에게는 아주 명백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군사 점령 지역이던 중앙 집단군 후방 지역에서는 1942년 1월부터 유대인 학살이 다시 시작되었다
한 기동대원은 자신들이 몰던 트럭에 다윗의 별 기호를 그려두고는,
확성기를 통해 자신들은 유대인을 색출해 처형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히고 다녔다. 

아인자츠그루펜 B의 지휘관들은 자신들 구역에 있던 유대인들을 히틀러의 생일인 1942년 4월 20일까지 한 명도빠짐없이 없애라는 임무를 받았고, 완수해냈다. - P422

1942년 3월 1일, 독일인들은 유대인 평의회에 이튿날까지 유대인5000여 명을 동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게토 지하활동 세력들은 반대로 그들에게 유대인의 목숨을 가지고 독일과 흥정하지 말 것을 종용했는데, 어찌됐든 그 일은 유대인 평의회 입장에서도 그리 내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몇몇 유대인 경찰은 독일인들이 그 숫자를 채우는일을 돕기보다는 동료 유대인들에게 이를 피해 숨어 있으라고 알려주는 길을 택했다. 이튿날인 3월 2일까지 숫자를 채우지 못하자, 독일인들은 유대인 고아원을 습격해 그곳에 있던 아이들을 총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 P423

당시 이 피바람을 피한 어린이 중 한 명이었던 펠릭스 립스키의이야기로는, 스탈린의 대숙청 시기에 살해당한 그의 아버지는 폴란드스파이로 몰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딘가로 끌려간 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제 그 소년은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배수로에 던져지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는 살가죽,
속옷, 눈으로 뒤덮인 창백한 광경을 기억했다. - P423

 1941년 11월 이후 스탈린은 단 한 번도 유대인들을 히틀러의 회생양으로 꼽지 않았다. 몇몇 빨치산 지휘관은 유대인들을 보호하고자 했다. 하지만 소련은 미국과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유대인 구조를위한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련 체제가 가진 논리는 항상 일선 부대의 독자적인 계획이나작전 등을 부정했고, 또 인간의 목숨을 아주 가벼이 여기고 있었다.
어찌됐든 게토의 유대인들은 강제노역을 통해 독일의 전쟁에 힘을 보태고 있었고, 따라서 그들이 웅덩이에서 죽음을 맞는 일은 모스크바 지도부에게 있어 별다른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반대로, 독일을 돕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방해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독자적인 계획을수립할 위험한 능력을 지닌 자들이기에, 훗날 소련의 지배에도 저항할 수 있는 이들로 비쳤다. 스탈린주의의 논리에 의하면, 그런 점에서유대인들은 게토에 남아 독일에 봉사를 하고 있는 아니면 그곳을 빠져나와 독자적인 행동을 할 능력을 보여주는 어떤 식으로든 미심쩍은 이들이었다. 

(스탈린의 이러한 불신은 ‘수용소군도‘에도 자주 언급된다.) - P429

1943년 9월, 민스크 최후의 유대인 몇몇은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에 있던 소비부르란 이름의 시설로끌려간다. 

그곳에서 이들은 심지어 벨라루스에서조차 몰랐던 죽음의 시설을마주하게 된다. 짐작했을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모든 종류의 공포가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P452

대량 살상의 의학은 아주 간단했다. 일산화탄소co는 산소에 비해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훨씬 더 잘 결합하고, 이에 따라 신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의 정상 작동을 막는다. 

희생자들은 표면상 의료적 실험및 치료라는 미명하에 시설로 오게 되는데, 실제로는 가스통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로 질식하게 될 "샤워장"으로 인도된다. 금니를 한 희생자들은 미리 등 뒤에 분필로 표식을 해두었는데, 이는 그들이 죽은뒤 금니를 회수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첫 희생양이었고, 부모들에게는 이들이 치료 과정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적은 가짜 소견서가전달되었다. 이 안락사" 프로그램의 희생자 대다수는 비유대 독일인이었다. 

물론 장애를 가지고 있던 독일 유대인들은 아무런 검사조차없이 곧바로 살해당하기 일쑤였다. 어느 학살 시설을 돌리던 인력들은 1만 번째 화장을 축하하기 위해 해당 시신에 꽃을 두르기도 했다.
- P461

앞날이 창창해 보이던 나치 친위대 지휘관 암살 사건은 학살의 페달을 밝기에 아주 좋은 구실이 되었다. 히틀러와 힘러의 뒤를 이어.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는 유대인 말살 정책의 가장 중요한 설계자였다. 아울러 그는 여러 조직을 한 사람에게 맡겨버리는 나치의 경향이매우 전형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하이드리히는 이미 제국보안본부의 수장이었고, 동시에 보헤미아 모라비아 보호령 및 1939년 독일에병합된 체코 지역까지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 1942년 5월 27일, 그는 영국 정보부의 사주를 받은 체코인과 슬로바이키아인의 암살 시도 중 부상을 입었고, 6월 4일 사망한다. 

히틀러와 힘러는 하이드리히가 경호 병력들을 대동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했지만, 그는 체코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인기가 높기에 별도의 경호 부대 등을 두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었다. 독일은 점령한 폴란드나 소련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체코 땅에서는 억압적 정책을 펼치지 않았고,
하이드리히는 특히 체코 노동계급의 호감을 얻는 데 공을 들여왔다.

하이드리히 암살은 마지막 해결책의 기획자를 잃었음을, 하지만동시에 그 순교자‘를 얻었음을 뜻했다. 히틀러와 힘러는 1942년 6월3일부터 5일까지 사흘에 걸쳐 만남을 갖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힘러는 다음과 같은 찬사를 던진다. 

"우리의 신성한 의무는 바로 그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가 하던 일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 그리고 우리 인민의 적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여기에 한 치의 망설임이나 자비 따위가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 P471

폴란드인들은 유대인을 태운 기차가 지나갈 때 소리를 질러댔다.
물론 폴란드인들이 꼭 유대인들의 죽음을 바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동작은 그것에 증오의 감정을 내비치며 이를기억해낸 소수 유대인 생존자의 증언에서처럼, 유대인들에게 이제 곧그들은 죽음을 맞이할 것임을 알려주던 신호였다. 

어떤 폴란드인들은돈을 요구하기도 했고, 좀더 자비로워 보이던 이들은 다른 것을 달라하거나 혹은 아이들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바르샤바에서 비교적일찍 그곳으로 끌려온 얀키엘 비에르니크는 자신의 이송 당시에 대해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나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봤습니다만, 그곳에 가득했던 사악함과 불행,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습니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P478

트레블린카에 온갖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자, 독일인들은 거짓 선전을 짜내느라 바쁜 상황이 되었다. 런던에 망명 중이던 폴란드 정부는 전부터 가스 학살에 관련된 보고를 비롯해 독일인들이 폴란드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각종 학살 소식을 동맹 영국과 미국에 전해주고 있었다. 

이들은 그해 여름 영국과 미국에 독일 시민들을 대상으로앙갚음을 해줄 것을 호소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폴란드 저항군을 이끌던 망명 정부군 소속 장교들은 트레블린카를 습격할 것을 고려했으나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독일은 가스 학살을 부인했다. 바르샤바 유대 경찰 수장이자 "재정착 위원이었던 유제프 셰린스키는 자신의 경우 트레블린카로부터 줄곧 엽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물론이 시점에도 바르샤바 게토에는 우편 업무를 취급하는 곳이 있었고,
이는 몇 주 동안이나 돌아갈 것이었다. 

이곳에서 모자를 쓴 채 일하던 이들은 밝은 오렌지색 노동 증명서를 가지고 있었던바 이송을 위해 끌려가는 일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손에는 트레블린카로부터 온 어떤 소식도 있을 턱이 없었다.  - P483

불과 몇 달 만에 슈탕글은 트레블린카의 모습을 바꿨고, 이에 따라 그곳이 가진 살인 역량 또한 더욱 강화되었다. 1942년 말 트레블린카에 도착한 유대인들이 내려선 곳은 그저 시체들로 둘러싸인 경사로가 아닌, 유대인 노역자들을 동원해 거짓으로 꾸며놓은 가짜 기차역이었다. 

그곳은 시계, 열차 시간표, 매표소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
"역"에서 내려 걷던 유대인들의 귀에는 바르샤바 출신 음악가 아르투르 골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들려왔다. 절뚝거리며 걷게나 스스로 어딘가 좋지 못한 기색을 보이던 유대인들은 이 지점에서
"치료소로 가게 되는데, 붉은 완장을 찬 유대인 노역자들이 이들을부축해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건물로 데려갔다. 

이들 병든 유대인은이 건물 뒤에서 의사처럼 꾸며 입은 독일인들 앞에 누웠고, 목 뒤에총을 맞았으며, 배수로에 버려졌다. 그들 가운데 악명 높던 처형자는유대인 노역자들이 히브리어로 ‘말라흐 하 마베트‘ 즉 죽음의 천사라부르던 아우구스트 미에테라는 인물이었다.  - P484

모든 여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음은 물론, 머리카락 한 가닥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가스실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들 각각은유대인 "이발사, 앞에 앉아 삭발당했고, 종교적 관습에 충실해 가발을 쓰고 있던 여인들은 그것마저 내놓아야 했다. 죽음이 거의 턱밑까지 차오른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여인들은 이 순간까지도 이발이 소독의 마무리 과정일 것이라 여겼고,
또 다른 이들은 이것이 곧 자신들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아차리기도 했다. 이렇게 확보된 여인들의 머리카락은 독일인 철도 노동자들이 신을 스타킹을 만들거나, 독일 잠수함 선원들이 신을 슬리퍼의안감으로 쓰일 것이었다.  - P485

거기에는 "하~님"께로 가는 문. 마땅한 자는 응당 지나가리"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유대인들은 입구에 서 있던 두명의 트라브니키 출신 경비병에 의해 거칠게 안쪽으로 밀어넣어졌기에 이를 발견한 이는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명은 몽둥이를, 다른 한 명은 칼을 들고 있던 경비병들은 고함을 지르며 유대인들을 때리기 일쑤였다. 

그 뒤 유대인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문을닫으며 자물쇠를 채우고는, 물을 틀어!"(바로 마지막 거짓말이자, 굳이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던 거짓말이었다. 

그 대상은 이미 가스실에 갇힌 불행한 유대인들이었다. 누군가는 이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있었던)라고 외쳤다. 그러면 세 번째 트라브니키 대원이 레버를 당겼고, 탱크 엔진에서 뿜어져 나온 일산화탄소가 가스실 안으로 쏟아졌다. 

<원문 표현 G-d, 너무 신성하기에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하ㅡ님이라 표현하는 정통 유대인들의 표현.> - P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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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27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절반을 향해 가시는군요~ 언제나 완독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청아 2021-04-27 10:47   좋아요 2 | URL
항상 감사해요!응원에 힘이 납니다.ㅋㅋ😆🙆‍♀️

scott 2021-04-27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٩(๑❛ʚ❛๑)۶응원 합니돵!

청아 2021-04-27 10:50   좋아요 2 | URL
스콧님도 감사해요!넘 오래 붙드는데도 계속 응원해주시니 완독을 안할수가 없네용~♡🙆‍♀️

행복한책읽기 2021-04-27 1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400페이지를 넘었는데 이제 절반이란 말입니까. 대 다 나 시 당 ~~~~ 지도 응원 대열 합류. 미미님 아자!!!

청아 2021-04-27 13:10   좋아요 2 | URL
음 다행?히 719페이지 부터는 옮긴이의 말과 주석이예요ㅋㅋㅋㅋ응원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