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슨 웰스가 일러 주었듯 해피 엔딩인지 아닌지는 어디서 이야기를 끊느냐에 달려 있다. 어느 해 1월 나는 콜롬비아에서 카리브 해안가의 바에 앉아 생선과 코코넛 라이스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내 옆자리엔 미국 남자가 앉아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에 문신을 새긴 40대 후반의남자로 팔근육은 우락부락하고 상투 머리를 한 은발 사이로는 핀이 엿보였다. 남자는 젊은 영국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열아홉 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는 좀전까지 혼자 책을 읽으며 앉아 있다가 자기와 합석하겠느냐는 남자의 물음에 주저하며 망설인 끝에 결국 응한참이었다. 처음에는 남자가 대화를 장악했다. 그러나 얼마 후 여자가 남자의 말을 끊었다. -8-
카리브 해안의 바닷가. 거기에 책을 읽으며 앉아있던 영국 여성이 있다.그녀에게 팔 근육이 우락부락한 한 남성이 합석을 제안한다. 이것부터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다. 예전에도 글에 썼지만 사람들은 혼자 있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혼자 있으면 쉽게 다가가 도를 아냐고 묻고 길을 묻고 사진 찍어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나는 단순히 말을 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데 혼자 있는 사람이 뭔가 하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통화를 하고 있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거나 책을 일고 있거나 신문을 보고 있다면 그 사람은 거리 혹은 거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더라도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상태다.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 모든 조건들)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단지 그 사람이 혼자라는 사실만 눈에 보이는 듯 말을 거는 경우는 예의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물론 나도 예전에는 이 문제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문제가 되어 경험하고 고민하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 그러므로 이제는 안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또 하나. 맨인블랙 1에서 토미리 존스의 눈에 든 윌 스미스가 MIB의 입문 테스트를 받는다. 군대며 다른 기관에서 난다 긴다 하는 후보들이 윌 스미스와 자리를 함께 했다. 다들 이 자리의 중요성을 알고 제법 갖춰 입었는데 윌스미스만 편한 차림이라 그를 보며 의아해 한다. 그러던 중 상황 대응 실기 테스트 같은 걸 치르는데 후보 들에게 총이 배급된다. 무섭게 생긴 에일리언과 과학이라고 적힌 책을 들고 있는 소녀 판넬이 후보들 앞에 타깃으로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등장하고 윌 스미스를 제외한 후보들은 에일리언에게 총을 쏜다. 윌 스미스만 어린 소녀를 공격했다. 테스트 담당자가 이유를 묻자 과학 책을 들고 있는 소녀가 가장 위험해 보였다고 말한다.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것도 어린 소녀가 과학책이라니...ㅋ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데버라 리비의 살림비용의 첫 문단에 나오는 책 읽는 여성을 생각해보자. 위험하다. 그리고 그녀는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그녀만의 시간 속으로 책 속으로 빠져 있는 거다. 그런 그녀에게 합석하자니. 정말 황당하지 않은가? 같은 공간 같은 배경을 두고 있는 사람들도 이렇듯 어떤 생각에 빠져 있고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너무 많은 차이를 지닌다. 이들을 그저 해변에 있는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책을 읽으며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은 이상 책 내용에 빠져 있었을거고 그 남자는 그런 그녀의 내면 보다는 외면에 집중해 자신만만하게 합석을 요구했을거다. 물론 좀 더 읽어봐야 이 상황의 특수성을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이 한 문단만으로도 이야깃 거리가 풍성하게 느껴진다. 훌륭한 소재로 여겨진다. 이번달 영어원서 읽기로 골랐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합석을 하고 남자가 먼저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지만 조금 전까지 책을 읽었던, 그 남자로 부터 방해받았던 여성이 그의 말을 끊는다. 나는 여기서 소름이 돋았다. 하하
애정하는 이웃들의 요청이 있어 추가로 올립니다.
데버라 리비의 문장 보고 소름 돋은 김에 구매한 책!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의 3탄이기도 함~♡
다락방님과 함께 하는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 1월의 책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에도 언급되었지만 엘렌 식수의 문장들에 워낙 꽂혀서 신간이 나왔길래 장바구니에 담아뒀었다. 이 책은 엘렌 식수가 쓴 건 아니고 엘렌 식수에 대해 이언 블라이스, 수전 셀러스가 함께 쓴 책인데 이언 블라이스는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강사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수전 셀러스의 저자소개는 다이내믹해 보이는데 그녀와 관련된 46종의 책들이 그걸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의 저자소개 참조. 라이브 이론 시리즈에는 스피박, 크리스테바,주디스 버틀러,도나 해러웨이등 다양하게 나와 있어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수하님의 글을 읽고 구매한 책!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를 먼저
읽고 보고 싶지만 그냥 읽어도 된다 하시니 그냥 읽는 걸로. 나는 순서는 바꿔도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니까. 흐흐.... 무엇보다 등장 인물 중 미미가 나온다니 빨리 읽고 싶다. 아주 매력적으로 나온다니... 이것참ㅋ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작가들이 그의 희곡을 재 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그 중『마녀의 씨』는 사두었는데 미미가 궁금해서 『시간의 틈』을 먼저 읽게 될 듯. (본명도 아닌데 왜이러는 걸까?)
이웃 베터라이프님의 글을 읽고 주문한 책!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장기화 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경제면에서 우리나라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화된 세계정세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이 책은 지금 주류인 서방의 시각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배경을 보다 다루는 듯. 궁금하신 분들은 베터라이프님의 글을 읽어보시길. 푸틴은 싫지만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하니까.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질서
https://blog.aladin.co.kr/763167159/14306160
거리의 화가님 글을 읽고 선택한 책! 전부터 읽고 싶어 장바구니에 찜해 두기도 했다. 이번달 함께 읽는『여성.인종.계급』속 정희진님의 해제에서 언급되는 책 중 하나라고. 저자인 이저벨 윌커슨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점화된 미국의 권력 카르텔을 인도의 카스트 피라미드에 비유했다고 한다. 화가님께 땡투~♡
오늘 나를 소름 돋게 한 『살림비용』의 작가 데버라 리비의 또 다른 책. 전체가 3부작으로 구성된 자전적 에세이라고 한다.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은 저자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불완전한 기억으로 곤경에 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가 썼다고 한다. 뇌과학,인지심리학 책을 가끔 사서 모으고 있다. 관심 가는 분야이기도 하고 나름 많은 것을 잘 기억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사람으로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책이다. 시집인데 서사가 담겨 있다. 이런 시를 뭐라고 하던데... 기억나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생각 없이 고른 시집인데 아무 데나 펼쳐 보고 나서 호기심이 생겼었다. 의식을 깨우는 그런 강렬함. 집에 돌아와 좀 더 읽어보니 예사롭지 않았다. 조혜은 시인의 첫 시집이라고 하던데 이런 삶이 녹아난 시를, 삶의 처연함이 담긴 시를 읽으니 다른 시는 너무 심심한것 같다.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힘듦이 곳곳에 담겨있다. 이 시집도 내가 느끼기에 여성학이다.
우리동네 내가 아는 캣맘은 길고양이들 밥 사먹이려고 일을 하신다. 나는 책을 더 사기 위해 이제 슬슬 일을 해야할 것 같다. 츄츄가 무지개 다리 건너면 일하려고 했는데 전에 일해서 모아놨던 돈 넣어둔 통장이 나의 책 구매욕구를 버티지 못하고 텅장이 되어버리고 있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