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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평점 :
이 글의 저자인 이해영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그리고 1996년부터는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 한미 FTA를 반대할 정도로 진보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하여 정치 철학에 눈을 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에 천착하게 됩니다. 특히 자리를 잡은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국제관계학을 교수하다 보니, 어느새 국제 외교와 정치 철학, 양 분야에서 강점을 갖는 학자로 명성을 얻게 되는데요. 또한 해당 전문 분야의 학자로서 국제 외교 관련 TV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그의 아내는 과거에 유명했던 방송인 허수경씨로, 그녀와 결혼하기 전에는 소설가 공지영씨와 부부지간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그 국제 환경적 여파를 다룬 그의 이 책은 2023년 2월 3일 출간 예정으로 되어있으나,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해영 교수의 이 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된 논점으로 다루면서 일방적인 러사아의 침공에 전쟁의 원인이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우크라이나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 그 이전에 미국이 주도했던 NATO의 동진, 그리고 이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미국 패권의 '단극 체제'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요목조목 분석하는 국제 정치적 논저라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저자의 이 글을 보면서 쉽사리 믿기 어려웠던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이 그만큼 보기보다 복잡하다는 것이었고, 전반적인 전황에 대해 그 진실이 다수의 서구 언론이 외치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었는데요. 물론 징집 된 러시아 군의 전반적인 무능과 부실한 무기는 어느 정도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러시아에 의한 소위 '특수 군사 작전'이 키이우를 굴복시켜 상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낭동부 지역의 친러시아 지방을 자국 영토에 편입시키는 데 있다는 러시아 군과 푸틴의 숨은 의도를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 군에 의한 다수의 민간인 공격에 대한 주장은 어쩌면 일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시 프로파간다로 여겨지기도 했는데요. 물론 민간인 구역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오폭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젤렌스키의 말처럼 공공연하게 러시아 군이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다니고 있다는 언설은 현지의 숱한 정보 왜곡과 가짜 뉴스의 범람을 고려해 봤을 때, 좀 더 진실을 규명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전쟁을 보는 서방의 시각인 "민주주의 대 독재"의 대결 구도는 저자의 비판적 분석에 따라 그 표면적인 구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해 자행된 2014년 돈바스 침공도 그렇거니와 최근에 마리우풀에서 포위되어 항복한 '아조프 연대'의 존재는 단편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과연 건전한 민주주의 정권임인지 의심하게 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아조프 연대는 네오 나치를 표방하는 무장 단체로 극우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집단입니다. 저자인 이해영 교수의 표현대로 전세계 극우 민족주의 운동 가운데 유일하게 총과 실탄으로 무장한 군사 집단인 아조프 연대는 "군대가 아니라 갱단"이라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에 3장에서 놀라울 정도로 상세히 분석되는 이들의 행적은 극명하게 민주주의와는 전혀 공생할 수 없는 괴물 그 자체인 극단주의자들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해 고문하고,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성전으로 삼아 하켄 크로이츠와 같은 과거 나치의 상징을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표상으로 드러내는 등의 폭력적 극단주의에 경도 되어 있었습니다. 젤렌스키가 정권을 잡은 이후, 전 정권과는 달리 이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던 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이들을 점차 인정하기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도 어느 정도 미화되고 있는 2014년의 유로마이단의 사례를 고려해 본다면 이 전쟁의 복잡한 성격은 단순히 앞선 대결 구도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목적은 가히 명확해 보입니다. 브레진스키가 과거 자신이 주도한 '브레진스크의 함정'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소련의 개입을 획책한 것과 같이, 이번 전쟁에서도 러시아의 극심한 전력 소모를 미국 정치권은 바라고 있을 텐데요. 저자에 의해 '민주당 네오콘'이라 규정되는 현재 로버트 케이건과 같은 부류의 실질적인 네오콘들은 확연하게 2개의 전쟁 (러시아와 중국)을 회피하기 위해 국제 정치를 입맛대로 요리하면서 그것의 일단계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방지를 목표로 삼은 듯 한 데요. 물론 러사아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멕시코 등의 거부는 그동안 미국의 외교적 패착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한국과 더불어 무조건 미국의 의사에 동조했던 이스라엘 역시 현 상황에 의문 부호를 갖게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더욱 근본적으로 과거 제임스 베이커가 고르바초프에게 장담했던 'NATO의 동진은 없다'는 확약을 폐기한 것에 있는데요.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승인된 나토의 동진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과 NATO 가입 신청으로 이어져 사실상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데 이릅니다. 여기에 만약 우크라이나가 NATO에 더해진다면 러시아가 미처 대응도 할 수 없는 서방 측의 핵미사일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배치될 수 있기에, UN 헌장과 국제 규약을 어기면서까지 감행한 푸틴의 대우크라이나 진공에는 이러한 숨은 맥락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에 의한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진공은 국제법적 정당성이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앞으로 있을 우크라이나의 불안한 정세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NATO측의 오판도 분명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코소보 사태를 떠올리면 이를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글 후반부에 이어지는 미국의 달러 패권의 추락과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여기에 인도가 한 발을 걸치는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질 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20년 전후로 세계 패권의 판도를 바꾸는 전쟁이 연이어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은 크게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원래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국가로 자신들의 천연 자원은 중국이나 다른 국가로 판로를 충분히 바꿀 수 있고,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상하이 협력 기구에 대한 이란의 가입 신청으로 어느 정도 전환점에 이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블록과 견고한 친미 동맹들간의 국제정치적 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 네오콘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실패를 초래하여, 러시아가 중국과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동쪽으로의 국력 투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다소 불확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타이완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러시아 또한 확전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겠는데요. 이만큼 우크라이나가 불러 일으킨 대전 大戰에 의한 전세계적 궤멸은 허무맹랑한 SF적 디스토피아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끝으로 이해영 교수는 자신의 이 책에서 러시아의 초음속 미사일인 지르콘의 존재를 군사적 상황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신무기로 보는 듯 했는데요. 미국의 저 견고한 항모전단을 지르콘의 먹잇감 정도로 여기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국제 해양 수송로와 많은 동맹국들의 안보를 책임진 이 항모전단이 초음속 미사일로 전부 무력화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심각한 군비 경쟁의 서막이 다시금 근래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급격하게 쇠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좀 더 근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몇 가지 확실한 부분은 앞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젤렌스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승리한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그대로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회의적이며, 서구 국가들이 지원한 무기들로 인해 전후 우크라이나는 거대한 무기 암시장이 될 가능성이 농후다는 점일 텐데요. 지금도 우크라이나 군부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무기들이 과연 테러리스트들 손에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런 불확실한 측면에서도 대표적으로 브레진스키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소련의 실패 이후, 탈레반들의 교조화 및 무장 운동에 대해 별다른 가책조차 보이지 않는 점에서 지금의 미국 정권도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더 본질적으로 미국이 과거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의 폭력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과 CIA에 의한 정치 개입을 무슨 훈장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젤렌스키의 운명 역시 미국의 손아귀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즉 미국이 원하는 정답은 우크라이나의 평화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인이 죽도록 싸워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보여주듯 대륙과 세계 공동체 운명을 워싱턴에서 전부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은 위험한 환상이다.
미국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국무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나토, 유럽연합 협의기구로 전달된 전문은 "러시아는 나토에 의한 포위와 역내 영향력 축소 시도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되지 않은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21세기 미국 대전력의 최대 목표는 ‘2전선 전쟁‘, 즉 중국 및 러시아와 동시에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다.
젤렌스키가 자신의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은폐한 수단이 바로 이 진보적 현대화 담론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진보 이념을 강조했지, 이를 사유화나 토지 매각, 긴축과 연결해 말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민주국가가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관찰하면 할수록 우크라이나 신자유주의자들이 추앙하는 칠레의 피노체트식 현대화를 생각하게 된다.
젤렌스키는 한편으로 나토가 우크라이나 가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쟁을 해야 나토 가입이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네오나치가 우크라이나 제도권에서 과잉 대표되는 구조에 있다.
포스트트루스 post-truth의 진행 단계가 고속화,고도화되면서 이제 미디어는 사실이나 진실에 특화된 사회적 체계와 기능에서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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