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가추진한 PC 운동은 1980년대에 미국 각지의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됨으로써 성차별적 · 인종차별적 표현을 시정하는 데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PC 운동은 그간 대학에서 가르쳐온 ‘위대한 책‘
이니 ‘걸작‘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서구 백인들의 문화유산이었음을 지적하면서 소수 인종 문학 텍스트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소수인종교수 채용과 학생 모집, 교과과정 개편을 위해 노력했다. 또 PC 운동은 나이에 대한 차별ageism, 동성연애자들에 대한 차별heterosexism, 외모에 대한 차별lookism, 신체의 능력에 대한 차별ableism 등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했다. - P22


이 책을 한 번 읽고나서 부분적으로 재독했다. 애초에 읽기 시작한 목적은 PC문화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고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해 얼마간의 답을 얻고 싶어서였다. PC(Political Correctness)의 의미를 보면 전혀 나쁠게 없어보인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 이를 바로 잡으려는 취지의 운동 또는 그 철학'을 일컫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미국에서 개구리 페페의 밈으로 상징되는 대안우파들의 반PC는 그야말로 살벌했다. 다른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겠지만 트럼프의 당선에 이런 대안우파의 폭력적인 유머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였을까? 일부 과잉된 PC에 대한 강준만의 지적에 미리부터 반감이 작동해 그의 글을 오독하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담아 페이퍼를 썼었는데 다행히 지혜롭게 지적해주신 이웃덕분에 창피한 글을 내렸다. 정체성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강준만의 문제제기를 내가 직접 체험한 셈이었다. 


 


금기와 반도덕의 이데올로기가 곪아터지는 사이,대다수 청년이 처음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장소로서의 비익명화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독수리눈의 관찰자들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공개적 망신주기의 감시망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 파놉티콘과 같은 것이 되었다.P.22



몇 달전 '인싸를 죽여라'를 읽다가 도중에 멈췄다. 내가 잘 모르는 용어가 잔뜩 나오고 대안우파의 혐오 수준이 세세히 담겨있어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미국의 온라인 극우주의를 잘 설명하는것 같아 꼭 읽어보려고 한곳에 치워두었었다. 오늘 오래간만에 다시 꺼내봤다. 이 책에서 앤절라 네이글은 강준만과 마찬가지로 리버럴과 학계의 위선을 꼬집기도 하지만 온라인 극우주의로 대표되는 혐오와 조롱의 현실을 고발한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만큼 심각한건 아닌데 '대안우파'라는 명칭과 그들이(미국의 극우) 사용한 밈,각종 멸칭을 비슷하게 남초커뮤니티가 사용하는걸 보면 우려스럽기도 하다. 디지털 미디어의 확장으로 한국에서도 온라인 문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지나친 PC의 과시현상이 조롱섞인 반PC즘을 자극했다는데 상당부분 동의한다. '정치적 올바름'에서도 언급되지만 586세대로 일컬어지는 운동권이 집권여당이 되면서 그들역시 기존정치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줘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결과적으로'정치적 올바름'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비판(권력 재생산 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PC의 과시적 행태는 여기 부응해 결국 자기모순에 빠지기 쉬워보인다. 



"이러한 가해자 지목 문화의 형성에는 꼭 필요한 요건이 있다. 바로, 주변에 쉽게 군중이 모여들 수 있어야 하고, 가해 혐의자에게 망신을 주거나 그를 벌한 사람을 이들군중이 추켜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셜미디어가 사회를 변화시킬 만큼 막강한 위력이 있는 까닭중 하나다." - P142


광고계엔 ‘언더도그 마케팅‘이라는 게 있다. 특정 브랜드를 띄우는 데에 ‘초라한 시작‘, ‘희망과 꿈‘, ‘역경을 이겨내는 도전 정신‘을 강조하는 마케팅이다. 이 마케팅은 초라한 시작과 더불어 고난과 시련의 역사를 갖춘 나라에서 잘 먹힌다. 고난과 시련으로 말하자면 한국도 만만치않은 나라다. 언더도그 스토리가 늘 한국 선거판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 P154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서도 여성 게임 개발자의 피해 사례가 나오지만 미국의 경우 온건한 페미니스트의 의견 개진조차 마치 21세기 온라인 부관참시인양 집단공격,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건 분명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해악이다.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해 '그 집에 찾아가서 강간하라'는 등 사이버불링으로 공식적인 글쓰기를 아예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PC의 자기과시적, 극단적 완벽주의는 분명 문제지만 일부 사례를 일반화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은 남는다. 이런 일부에 대한 과도한 접근은 오히려 백래시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각각의 사례별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하위문화에서 괴물과 싸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괴물을 없애기 위해 그들과 싸운다면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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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12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C란 용어도 생소했지만, 그 안의 내용도 무척 광범위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럼에도 올바른 기준을 잡으려면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겠군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청아 2022-10-12 20:33   좋아요 2 | URL
오독하는 바람에 반성하고 처음부터 다시 쓰느라 힘들었음요😅
요즘은 PC에 대한 비판이 조금 잠잠한것도 같은데 그럼에도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여러모로 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감사해요 나무님^^*

그레이스 2022-10-13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바름이란 말 플라톤의 국가에서 정의 대신 사용한 단어여서 그때 넘 좋았습니다.
정의보다 더 확실하게 다가오죠^^

청아 2022-10-12 22:09   좋아요 2 | URL
거기에 그렇게 나오는군요? 플라톤의 국가를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네 그레이스님 명확하게 전달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얄라알라 2022-10-13 14:57   좋아요 1 | URL
앗!
평소 약하게 관심두고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인데
미미님의 리뷰에서도, 그레이스님의 댓글에서도 이렇게 배우고 업어가는 게 생기네요...두 분 감솨합니다!

˝올바름˝이라는 표현의 역사가 깊은거네요...

˝올바름˝은 한자어로 어떤 단어가 적합할까 머리를 굴려봅니다. ‘貞‘은 아닌 거겠네요^^

청아 2022-10-13 15:24   좋아요 0 | URL
서로 서로 업어갈것들을 나누는 이곳^^*
얄라님께 도움이 되었다면 제가 기쁘죠.
부족한걸 채우는 재미로 계속 읽고 공부하는데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것 같아요.
인생이 다 그런거겠죠?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10-12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C라는 용어를 저도 서재에서 배윘어요.
그리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책을 읽어야 알 수 있겠지만 그 기준을 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정치적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극단적으로 나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해봅니다.
pc에 대한 생각이 꼭 누군가는 맞다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아서 혹시 미미님이 자신의 오독을 너무 확신하고 있는건 아닌가도 생각해요.
생각의 방향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청아 2022-10-12 22:17   좋아요 2 | URL
네 저도 PC에 대해 여기에서 관심을 갖게 된 걸로 기억해요.
뉴스나 블로그 글에서 ‘PC다 뭐다‘ 쓴 건 봤는데 이렇게 자세히
설명된 국내 책은 처음이라 반가웠어요. 오독은 발췌문들에 관한 거였는데
안그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건데 이웃님이 알려주셨어요.
따로 찾아읽은 저자의 사설은 꽤 논리적이었는데 이건 왜이럴까 했거든요.
의문이 들면 좀더 신중히 봤어야 하는데 섣불렀어요ㅠ.ㅠ
저를 믿어주신 페넬로페님 마음 감사해요~^^♡
읽고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PC다 아니다 구분도 그렇고 역시어려운 문제네요.
관련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요.

바람돌이 2022-10-12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PC운동은 처음 들었네요. 인용한 문장으로 보면 충분히 유의미한 운동일거 같은데 모든 운동이 애초에 설정했던 경로와 실제 진행이 똑같은 경우는 없으니까요. 실행과정에서 이념의 빈곤이 드러날 수도 있고, 행동이 과잉이 원래의 이념을 벗어날 수도 있고 천차만별이죠. 저도 이 책 조만간 읽어볼게요. 좋은 책 한권을 또 얻어갑니다. ^^

청아 2022-10-12 22:23   좋아요 1 | URL
저는 북플에서 관련 리뷰를 조금 보고 나중에 이준석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몇번 언급해서 PC에 관심을 갖게되었어요.바람돌이님 말씀처럼 본래 좋은 취지였는데
뭐든 과하면 부족한것만 못하단 말이 여기에도 딱 적용되네요. 그런 PC의 일부 과도함을
자기 합리와의 도구로 사용하는 여성혐오자들에게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책으로
PC의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읽기였어요.^^*

scott 2022-10-12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상세한 설명과 해석에
고개 끄덕 끄덕,
많은 이들이 PC의 본질적인 문제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들은 미미님의 원고를 받아 가서 인쇄 해야 !^^

청아 2022-10-13 07:44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ㅋ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꾸준하게 2022-10-13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와 일정 부분 책 관심사가 비슷한 점이 있는 듯하여 친구 신청했어요. 아무 말 없이 신청만 했는데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라딘 서재에서는 아직 언급한 적이 없지만 저도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류 책들을 좋아해요. 앞으로는 제 서재에 자주 기록을 남길 예정인데, 미미님 서재에 제 관심사 책이 많은듯해서 가끔 놀러와 흔적 남길게요. 이 글에서 소개해주신 책들도 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청아 2022-10-13 07:57   좋아요 2 | URL
꾸준하게님 반갑습니다.ㅎㅎ 올려주신 글들 어제 읽어봤는데 좋았어요. 이슬아 특히.(관심 있는데
아직 제대로 못읽어본 작가예요) 저도 가끔씩 들르겠습니다.
관심사가 다른 부분도 서로 다른 분야를 소개해 줄 수 있으니 기대됩니다.
자주 뵈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10-13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리뷰를 읽으니 미미님의 지식이 날로 어마어마해지는거 같아요 ^^ 전 PC가 컴퓨터 관련 의미인줄 알았어요 ㅋ

청아 2022-10-13 08:02   좋아요 2 | URL
검색결과에도 컴퓨터가 우세하죠ㅋㅋ어제는 오독도 하고 그걸 또 써올려서 아주 창피했는걸요ㅋㅋㅋ
새파랑님이 늘 응원해주시니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웃음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10-13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어제 썼던 글 지우셔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논의라고 생각했거든요.
PC라는 용어를 이번에야 알게 되었는데 PC냐 아니냐 이런 논쟁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토론과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누구나 다른 것이구요. 그래서 오독이라고 단언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은 특히나 독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뒤 문맥 자르고 사례를 드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의구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거에요. 그래서 잘못된 사례도 그대로 믿어버리는 위험한 것처럼^^;
미미님의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미미님이 계셔서 참 든든합니다^^

청아 2022-10-13 09:23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화가님!ㅜ.ㅜ PC의 부정적인 부분이 확대되고 혐오자들에 의해 PC의 전부로
치부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건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데 어제 글에서는 제가 오독한 부분이
두 군데정도 확인되어 일단 지웠습니다. 오독을 제외하고 생각한 것들을 따로 정리해 두었는데
봐서 나중에 올려보도록 할께요. 강준만 작가의 온건함이 그의 실제 정치방향과 상관없이
좋은 보수의 자질이라고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수구 세력이 아니라 이런 태도를 지향하는 분이 보수의 자리에 앉게 될 날이 오길 바랍니다.
저도 화가님 계셔서 늘 든든해요!*^^*

레삭매냐 2022-10-13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팟캐에서 들었는데,
우파 진영에서 그동안 문화전쟁
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하나같이
다 실패했다고 하더라구요.

최근에 BTS를 대하는 정치인들
의 모습에서도 보여지듯이, 아티
스트들을 도구로 생각하는 이들
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극단주의와 모든 종류의 광신을
배격한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
아자씨가 생각나네요.

청아 2022-10-13 09:53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 말씀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한 보수 의원들의 연극이 바로
떠오릅니다.

어쩌면 예술,문화 영역이야말로
분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마침 에라스무스 아자씨 평전 사두었는데
잘했네요ㅎㅎㅎ*^^*

건수하 2022-10-13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을 읽지 못해서 감이 잘 안 와요. 그래도 관련된 일을 보면 앞으로 바로 판단하기보다 좀더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PC라는 것이 긍정적 가치이지만 그 안에 갇혀서 논쟁만 하는 것도 안타깝고, 부정적인 부분이 확대되어 공격의 도구로 사용되는 게 안타깝네요.

청아 2022-10-13 09:36   좋아요 3 | URL
네 수하님 이 책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어제 오독했던 부분을 다시 읽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말도 주의깊게 제대로 읽어야된다는 것 등등요.
극단으로만 가면 결국 논리도 없는 감정싸움 상태로 갈 수 있는것 같아요.
미국은 우리보다 자기 표현이 확실한 편이라 양극화가 더 두드러지지 않나 싶어요.
글에 올린 <인싸..>꼭 읽고 싶은데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해커들의 온라인 테러등 내용 정말 무섭더군요.

얄라알라 2022-10-13 15:03   좋아요 1 | URL
미미님께서 예시들어주신 것처럼 사이버불링 때문에 글쓰기를 포기하는 수준의 테러라니,
듣기만 해도 무섭습니다.
...
저도 수하님처럼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PC는 원래 태도나 신념처럼 추상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이지만, 동시에 인간 무리, 성향지닌 인간으로도 상상되기도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책 읽어보지도 않고 주절주절이 부끄럽지만요

청아 2022-10-13 15:28   좋아요 1 | URL
글쓰기를 못하게 만든다는 거, 남의 자유를 침범할
자유라는게 과연 자유라고 할 수 있는건지...
잔인하죠. 용어들도 난해한데 그런 테러와 괴롭힘이
디테일하게 담겨 있어서 두번째 책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어요.
네 PC가 뭐랄까 그런 집단을 다 아우르는 표현이 되어버린것 같아요.
읽지 않아도 주절주절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