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초이스와 프로초이스 활동의 정치적 목적은 달랐지만, 이 둘은 임신중지를 감정적으로 끔찍한 경험으로서 재현하는데 기여했다. p.242




에리카 밀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 대학에서 젠더연구,사회학,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재생산 문제가 그녀가 살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서유럽을 중심으로 1960년대 촉발되어 1970~80년대를 거치며 정치적 산물이 된 과정을 이 책에서 분석한다. 




사람들은 소통 과정에서 무심결에 또는 좋은? 의도로 때로 악의로 타인의 영역을 침범한다. 때문에 주로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하는지 아는것은 권력관계와 사회적 젠더문제를 논의하는데 핵심적이다. 예를들어 안면은 있지만 이름조차 모르는 이웃에게 나이든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녀계획을 묻는다. 당사자 중 한명인 남편의 부재, 의견은 그들에게 상관이 없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나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나이든 어른들에게 이런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내 경우 친척들보다 그런 이웃, 관계자들에게 더 많이 침범당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녀계획과 무관한 장소(뭔가를 배우러 간곳, 운동하러간 곳, 교회)에서 그런 일들이 있어 더 당황스러웠는데 그만큼 여성의 생식과 재생산의 영역은 개인적이라기보다 사회적이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성과 관련된 일탈이, ‘어쩔 수 없는 본능‘으로 받아들여지고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의 친밀한 성적 관계는 젠더화된 권력관계의 그물에서 일어난다.(중략)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여전히 재생산과 모성에 결합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남성의 성적 신체에서 재생산을 지우는 한편 쾌락을 특권화함으로써 가능해졌다. p.188



그렇다면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여성의 성과 재생산 영역을 통제하고 싶은걸까? 여성들에게 임신중지에 그럴듯한 이유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핏대세우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어디까지가 당신들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들의 영역인가?



왜 냉동정자, 냉동난자(상당수가 폐기될 수 있는)는 되고 임신중지는 규범화하고 침범하려하는가? 이 책을 읽으며 임신중지에 관한 감정의 정치가 꽤나 골이 깊고 치밀하며 모순 투성이인것을 깨달았고 찬성하는 입장조차 다양하게 의견이 갈림과 동시에 (의도했건 아니건)모성을 자연화하는 감정정치에 기여 했단 사실을 알게되었다. 반임신중지 활동은 타인에 대한 적극적인 영역침해다. 때문에 임신중지 반대론자들은 ‘선택‘의 담론에 ‘강요‘담론으로 맞섰다가 실패하자 여성의 '선택'에 따른 심리, 감정적 결과에 집중해 정치적기획에 포함시켰다 이후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임신중지에 대해 제약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고있다.(미국 연방대법원은 6월 24일, 재임시절 트럼프가 의도한대로 그가 선임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에 의해 과거 1973년 1월 22일 낙태를 처벌하는 법률의 위헌을 결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을 뒤집었다.) 







영화는 이제 낙태 금지론 입장을 가진 이들을 조명한다. 이들의 기원이 인종차별주의 진영과 복음주의 기독교 및 보수 가톨릭 입김이 짙은 단체들이란 점을 제작진은 꼼꼼한 자료 수집과 정리를 통해 제시한다. 지극히 윤리적 의제로 간주되는 낙태권 관련 쟁점의 출발이 인종차별과 재산권 문제라는 점은 당혹스러운 동시에 맥이 탁 풀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ㅡ김상목. https://m.ajunews.com/view/20220713101421903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관련기사




이런 법의 목표는 "여성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임신중지를 막거나, 이에 실패할 경우 "임신중지보다 확실히 트라우마가 먼저라며 트라우마의 연대기를 거꾸로 뒤집어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벌하는 것이다. 한편 여성에게 태아를 묻을지 화장할지 선택하도록 하는 법도 있다.(중략)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아이를 잃고 애도하는 어머니 역할에 데려다 놓으려는 것이다.p.146



이는 임신중지 절차 전 태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얼핏 임시중지를 선택한 여성에게 도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때로 과장, 비과학적인 의견이 포함되기도 하고 임신중지를 유산등으로 인한 상실과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허물기도 하는 등 어떻게든 여성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위한 가부장주의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지된 동의'에 관한 법은 이미 의료 행위를 통제하고 있으며, 임신중지는 의료 절차에 추가 단서가 붙는 매우 드문 경우다. 여성이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는 여성을 취약하고, 약하고, 착취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이런 조치는 "여성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며, 여성이 임신중지를 적극적으로 바란다기보다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여성은 상담을 받고 국가에서 주는 정보를 받아야 한다, 반면 임신을 지속할 여성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런 식의 전제는 모성이 임신에서 문제없이 도출될 유일한 결과라는 규범적 관점을 반영하며, 이를 재차 말한다. p.147


  





마거릿 애트우드의 원작 '시녀 이야기'로 만든 핸드 메이즈 테일이란 드라마를 봤었다. 그 드라마는 끔찍하게도 여성들을 재생산도구로 국가가 적극 관리한다. 가임기 여성들은 오로지 사회에 아이를 생산하는 도구로써 준비되고 활용될 뿐이다. 그 목표를 위해 누구와 잠자리 하는지도 통제당하고 조직의 결정에 따른다. 여성들은 스스로 선택권이 없다.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아이를 원하지만 갖지못한 부인이 보는 자리에서 남편과 가임기여성이 관계를 갖는 장면이었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도대체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냈을까 다분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시선은 권력을 나타낸다고 믿는 내게 이 장면은 그러한 권력관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가임기 여성은 안주인의 치마폭에 쌓여 상대 남성의 얼굴을 봐서는 안 된다. 시선을 교환하는건 태어날 아이의 정식 부모가 될 부부이고 이들은 가임기여성의 몸을 활용하는 거다. 마치 부부간의 관계로 아이를 출산하는것처럼 현실을 애써 왜곡하는 양식을 만든 것. 







이제와 이 드라마를 회상하면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감정의 정치에서 바라볼때 여성은 임신중지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조차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신중지를 여성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던 정치인들, 활동가들, 지식인들 조차 여성들에게 감정적 책임을 물었다. 임신을 중단하고자 선택했던 여성들은 모성에 위배되었다는 죄책감, 수치, 불안,애통함 (애통함은 행복과 나란히 작동해, 임신에 관한 좋고 나쁜 선택을 만들어 낸다.즉 아이를 갖는 것은 규범적이고, 여성에게 행복을 약속하는 일이며, 그 궤도에서 일탈하는 것은 상실.후회.갈망으로 얼룩지는 일이라고 말이다...이 서사가 임신을 그려 내는 유일한 방법인 한, 임신중지는 자연.질서.윤리.행복.올바름을 거스르며 비자연.파괴.혼돈.트라우마의 편에 서게 된다...그러나 내가 주장했듯이, ‘상실‘은 임신중지 문화 지형을 지배하고 있고, 오히려 모성이 가져온 상실, 이를테면 모성 바깥의 삶에 대한 상실이야말로 실제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p.170)등으로 당당할 수 없고 수치,불안,죄책감이라는 티켓을 사회로부터 구하고 얻어내야만 임신중지를 비로소 할 수 있다.





여성들의 '선택'을 허가한다는 명목으로 임신중지 반대자들이 입법에 힘을 발휘해 여성들이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게끔 제제요건을 시술전에 포함시켰다는 점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 서유럽의 경우를 보면 임신중지에 대한 외부의 개입은 계급, 인종, 권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선주민 여성,백인여성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임신을 요구당하고 난민,선주민,유색인 여성,가난한 계급의 여성은 피임을 이용한 산아제한과 임신중지에 대한 무리한 요구, 불법화에 침해당한다. 현실에서도 여성들은 이 드라마에서처럼 자기 생식기의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반임신중지를 지지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행태가 이 영화의 상황과는 분연히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신자유주의가 그렇듯 좀더 교묘하게 자신들의 의지 (타인의 결정을 침범하는 행위)를 이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극단적 방식이 아닌 자율적 선택을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로 말이다. 드러내놓고 누군가 나의 영역을 침범하고 나에게 함부로한다면 아무리 소심한 사람도 나름의 방어를 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본래 의도를 숨긴채 내 친구인척 나를 위한 것처럼 접근해 자연스럽게 조종한다면 내 의지가 아님에도 상대에게 휘둘리기 쉽다. 스미싱이 그런것처럼, 가스라이팅처럼, 서서히 온도를 높여 개구리를 물에 익히는것처럼.



과거 여성들은 두뇌 크기로 인해 지성인라고 일컬어지던 남성들에게 조차 조롱당하고 모욕당했다. 지금 여성의 권리가 그 때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나 매일같이 쏟아지는 젠더이슈들은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함을 반증한다. 우리 세계에 많은 이슈들이 경합하고 있다. 하지만 첨예한 갈등을 빚는것으로 보이는 문제들도 본래 의도를 바탕으로 정치적 갈등양상을 보면 한쪽으로 힘의 균형이 치우쳐 있다. 손벽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손벽은 양 손바닥이 힘의 균형을 이룬다. 오히려 조화로운 상태다. 경합하는 것들의 힘이 서로 대등하다면 그것은 갈등이 아닐것이다. 일종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협화음의 지속에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오랜 갈등은 누군가의 말못함, 누군가의 과함, 그로인한 멍들고 상처입음의 증거일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뒤 개인적으로 임신중지에 있어서 감정정치에 휘둘리는 여성의 ‘선택‘을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목줄이 느슨하다고 속박되어지지 않은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구분되는 여성은 문화적으로 '인간'과 구분된다. 자연은 인류의 반이 그들 모두의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한다는 불평등을 낳았는데 그것은 나중에 남성의 이익을 위하여 강화되었고 제도화되었다. 종족번식은 여성으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문화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엄밀하게 물질적(육체적)인 면에서도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했다. (중략) 여성은 나머지 절반을 세상에서 일을 하도록 자유롭게 해주기 위하여 종족을 유지해주는 노예계급이었다. p.293

ㅡ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우리는 프레임, 사고의 틀, 액자화를 통해 세상을 본다. 누구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가에 따라 프레임의 범위가 정해진다. 틀에 따라 현실이 취사 선택되고, 무엇이 공동체의 정의를 위한 진짜 중요한 문제인지가 결정된다.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는 인식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다. 융합은 프레임 이동의 정치다. p.233 ㅡ 정희진,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상실'은 임신중지의 문화 지형을 지배하고 있고, 오히려 모성이 가져온 상실, 이를테면 모성 바깥의 삶에 대한 상실이야말로 실제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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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6 16: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의 창조에서도 아이는 아버지의 재산권으로 치부되어, 낙태 등은 재산손괴죄지만 아버지가 아이를 죽이는건 불법이 아닌 대목이 떠오르네요. 남녀 구분없이 임신을 할 수 있다면 임신중지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거 같아요. 미미님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청아 2022-08-26 16:38   좋아요 5 | URL
아 그렇군요!! 여러모로 그 책도 의미있었고 충격적이었죠. 저 이 책을 읽으면서 임신중지를 중심으로 여성의 처한 전반적인 현실을 고찰해볼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미니님. 그러다보니 메모 양이 꽤 됐고 결과적으로 줄인다고 했는데도 리뷰가 쫌 길어졌어요ㅠ.ㅠ 그러려고 하지 않겠지만 남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약물피임도 방법인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2-09-11 17:00   좋아요 2 | URL
mini74님의 ˝IF˝ 상상, 한 번도 못해봤네요. 만약 남녀 구분 없이 임신 가능하다면 그 때는 어떤 이슈가 핫할까, 궁금해집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6 16:2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반임신중지 입장이 아닌 페미니즘 측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깨달음이기도 했죠. 좀 어렵긴 했지만 이런 다양한 논쟁들을 거친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유익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미님께서 저자가 주장하는 감정의 정치적 수사라는 논리를 전체적으로 잘 정리해주신 듯해요.

청아 2022-08-26 16:42   좋아요 6 | URL
네 화가님. 이 책에서 감정의 정치라는 수사가 저는 인상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읽기 힘들었음에도 밑줄을 많이 쳤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재독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오스트레일리아 의원들의 말도 우리나라 의원들 못지않게 어리석고 유치해서 기억에 남아요. 그런 사람들의 단순한 생각과 영향력이 반영되어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들이 겪어야할 고통ㅜ.ㅜ

얄라알라 2022-09-11 17:03   좋아요 3 | URL
저도 거리의 화가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다양한 정치적 입장˝ 이 책 아니었으면 생각도 안 해봤을 거 같아요.
그동안,˝anti / pro˝ 언어에 현혹되어, 임신중지 찬반 입장이 대척점의 주장을 해왔다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이 책 읽으면서 얼마나 교묘하게 복잡하게 주장이 얽혀있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미미님의 이 페이퍼, 정리가 너무 잘 됩니다! 감사드려요.

청아 2022-09-11 18:00   좋아요 0 | URL
얄라님 도움이 되셨다면 너무 기쁩니다.^^* 감정정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저에게도 꽤 의미있는 읽기였어요. 나중에 다시 읽고싶고 앞으로의 여성학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될거라 믿습니다.

다락방 2022-08-26 16: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는 원작에서도 같아요, 미미 님. 재생산을 위한 여성이 따로 있고 남자와 관계하는 과정은 철저하게 임신을 위한 것인지라 아내가 동석한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제가 그 장면 읽으면서 정말 놀랐었거든요. 너무 끔찍하고요.
여성의 쾌락을 배제하고 순전히 아이를 재생산 도구로만의 쓰임을 보이기 위한 설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책이 진짜 천재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재생산 도구로의 여성들로 만들기 전에 가장 먼저 경제권을 박탈하는 걸로 시작해서요. 여자가 번 돈이어도 남자에게 귀속되고 그 돈을 쓰기 위해서는 주인되는 남자에게 허락을 받고 요구해야 해요. 남편에게 아버지에게 혹은 남자 친척에게. 그리고 재생산을 위한 여성들에게는 공부도 금지되죠. 어휴.. 쓰다보니 또 너무 빡치네요?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임에...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은 꾸역꾸역 읽긴 했어도 너무 어려워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지금쯤 다시 읽으면 좀 나을까요?

미미님, 저는요, 결혼하라는 참견과 잔소리가 다 너무 귀찮아서, 그래서 그런 말 듣기 싫어서 결혼하려고 했었어요.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 남자 착하니까 일단 결혼하자, 그러면 잔소리가 없겠지,사랑은 결혼하고나서 다른 남자랑 하자,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줌파 라히리가 소설에서 그려낸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던거죠. 주변의 잔소리와 참견 속에서 꼿꼿하게 자기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아무튼 그 때 결혼하지 않아서 정말,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그 후에 쭉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요.

청아 2022-08-26 16:50   좋아요 6 | URL
<시녀 이야기>꼭 읽어봐야겠네요. 드라마를 본 입장에서 다락방님 말씀을 읽어보니 다른 원작소설이 대부분그렇지만 아무래도 디테일이 다를 것 같아요. 천재적이라고 느끼셨다니 기대됩니다!

파이어스톤은 저도 관련 책 읽을때마다 부분적으로만 봐서요. (각잡고 읽다가 어려워서 놀란 뒤로는 이렇게 활용ㅋ) 뒷부분 찾아본건데 마지막 장 읽기에 좀 수월한듯 합니다.

다락방님. 저 친구들 중에도 결혼 안하고 동거만 하는 경우, 역시 안하고 엄마와 사는 경우...다양한데요. 여성학 공부하면서 결혼 안한 사람들이 제일 부럽더라구요. 자길 닮은 아이와 깊은 유대를 느끼며 사는 친구들도 멋지지만 지금 아는걸 그때 알았다면 저는 분명 혼자 자유롭게 살았을거예요.

새파랑 2022-08-26 1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시녀이야기가 더 관심이 가네요 ㅋ 이놈의 소설편식은 ㅜㅜ 미미님의 페이퍼가 날이 갈수록 근사해지는거 같아요~!! 역시 천재~!!

청아 2022-08-26 20:44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은 마음이 넓은 분이시라 편식하셔도 됩니다!! 게다가 깊이있게 읽으시잖아요!ㅋㅋ저는 속도 좁고 외골수인 편이라ㅜㅜ 다양하게 읽어야 좀 더 나은 사람이되지않을까 싶어 그러는거랍니다.

얄라알라 2022-09-11 17:06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께서 안 읽으신 소설이 있다니^^
그쵸? 이 두껍고 복잡한 책을 요렇게 본인의 목소리로 다시 정리하면서도 본문 인용을 요렇게나 잘 뽑아 해주시다니
책 읽고도 어리버리하다가, 다시 공부하게 됩니다! 감사!

청아 2022-09-11 17:56   좋아요 1 | URL
얄라님 글이 훨 명료하고 저는 더 좋았습니다. 재독하신걸로 기억하는데 그점도 멋지고요^^*

책읽는나무 2022-08-26 22: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아름답게 멋진 리뷰입니다^^
정말 갈수록....👏👏👏
목줄이 느슨하다고 속박되어지지 않은 건 아니다.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말입니다.
조선시대보다는 나은 세상이라지만 그 목줄은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 목줄을 볼 수 있는 사람과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차이점에 따라 발언이 달라지겠죠?
시녀 이야기는 코로나 돌입 초기에 집콕할 때 읽었었는데 완전 충격이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코로나 때문에 바깥에 사람들도 차도 없던 빈 거리의 을씨년스러웠던 시절이어 더욱 시녀 이야기의 세상에 몰입했었어요ㅜㅜ
증언들 읽어야 하는데...ㅜㅜ
암튼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과 맥락이 비슷하단 생각이 드네요.
미미님은 참 똑똑한 리뷰어에요^^

청아 2022-08-26 22:42   좋아요 5 | URL
나무님 부끄럽습니다^^ 이 책 여러모로 의식을 깨우쳐주어서 너무 좋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좀 과하게 길어져 오바했다...하고 구겨져 있었는데 덕분에 기분이 다시 상큼해졌습니다ㅋㅋㅋ(단순한 편)
시녀 이야기 꼭 읽어야겠어요 나무님도 충격이셨다니 어떤 느낌일지! 드라마로는 3시즌까지 봤지만 역시 책순이,책돌이들은 뭐든 책으로 읽어야 재맛이니까요ㅋ

오늘 도서관가서 나무님 소개해주신 <예술가의 서재> 사진만 후루룩 보고 왔어요. 눈호강 했습니다.
나무님도 그렇고 긴 글 읽어봐주신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단발머리 2022-08-27 1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습니다만 (8월 1일에 시작한 사람) 너무 정리를 잘해 주셔서 내용이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시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거 같은데요. 그 부분도 미미님의 시선으로 읽으니 너무 좋네요. 애트우드님은 진짜 찐천재야!를 우리 다같이 외쳐도, 아무리 외쳐도 끝나지 않을 거 같고요.
같이 읽는 기쁨을 미미님 서재에서 맘껏 누리고 갑니다. 다른 곳에 시간 쓰지 마시고요. 에너지도 쓰지 마시고요 ㅋㅋㅋㅋㅋㅋ
알라딘에서 오래오래 읽고 써 주세요^^

청아 2022-08-27 12:23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과 함께 한참 앞서서 사유하고 끌어주시는 단발머리님을 비롯해 페미니즘 책 같이 읽고 계신 분들이 열심히 써주셔서 저도 힘이 난답니다. <시녀 이야기> 드라마로 만나고 말도 안되는 디스토피아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실과 완전 동떨어지지 않다고 이번에 느꼈네요. 그걸 이미 간파하고 소설로 써낸 애트우드님 찐천재 맞다고 봅니다.ㅋㅋ네!!ㅋㅋㅋㅋ안그래도 눈도 더 아껴주고(당근, 차, 마사지등등) 시간도 낭비안하도록 (휴대폰 사용시간 체크,...)이런저런 소소한 노력들을 늘려가고 있어요. 단발머리님도 늘 지금처럼, 등대처럼 길을 밝혀주세요^^

페넬로페 2022-08-28 13: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의 내용을 어느정도 알 수 있을것 같아요. 여성에게 수많은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어 깊이 팔수록 더 어렵고 경악스럽게 느껴집니다~~
저도 새파랑님 말씀처럼 시녀 이야기 읽어야겠어요^^

청아 2022-08-28 13:53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은 제 리뷰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실듯 합니다*^^*
이 책 읽고 많이 놀랐고 아직까지도 좀 얼얼한 느낌이예요. 시녀 이야기 저도 꼭 읽어볼래요!!^^*

2022-08-2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8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08-30 18: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을 보고 <시녀이야기>를 떠올렸던 것 같은데 저는 좀 다른 맥락으로 쓰게 되었네요. 미국의 판결 뒤집기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시녀이야기> 드라마 저도 조금 봤었는데 책하고는 좀 느낌이 달라서.. (준이 드라마에서보다 책에서는 훨씬 무력하죠) <시녀이야기>와 <증언들>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이 책 저도 엄청나게 밑줄을 많이 치며 읽었어요.

‘목줄이 느슨하다고 속박되어지지 않은건 아니다.’

마음에 남을 문장이네요.

scott 2022-08-30 18:22   좋아요 5 | URL
애트우드 여사님 증언들
또 하나의 명작🤗
미미님 서재방에 꼬옥 있을겁니돠☺

청아 2022-08-30 18:27   좋아요 5 | URL
<증언들>수하님도 좋다고 하시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다음달 초 구매해야할 책들이 벌써잔뜩!

준 저는 드라마에서도 좀더 강했으면 했거든요? 아쉬운부분이네요. 그래도 책 궁금합니다.

안그래도 지금 좀 늦게 오후 북플투어중인데 수하님 글 빨리 읽고싶어요^^* 저녁으로 파스타 만들면서 중간중간 투어중요*^^*

공쟝쟝 2022-09-10 14: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이래서 사람이 문학을 읽어야 하나 봅니다 ㅋㅋㅋ 의외로 저 시녀이야기 읽은 사람입니다 ㅋㅋ <증언들> 읽어야죠 ㅠ 애트우드님 ㅜㅜㅜ 제가 또 이렇게 읽을 것들이//..

청아 2022-09-10 15:59   좋아요 3 | URL
크 그럼 저도 꼭 읽을꺼예요!! >.<
쟝쟝님! 저 토지 오디오북 듣다가 힘들어서 나폴리4부작(2) 듣고 있음요ㅋㅋㅋㅋㅋ
재미집니다ㅋㅋ👍

공쟝쟝 2022-09-10 16: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아앗!!! 그거 들으면 뜨거운데 🥵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4권 듣는 중요 ㅋㅋㅋ

청아 2022-09-10 16:44   좋아요 2 | URL
초반 안토니오와 그 씬들은 오디오북청취가 필수더라는!ㅋㅋㅋㅋㅋㅋㅋ도서관에서 다른 책 찾으며 듣다가 부끄러웠어요(내가 왜!)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0 17: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쵸 ㅋㅋㅋ 안토니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정말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