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 읽은 이리가레의 ‘하나이지 않은 성‘은 여러모로 어려운 책이었다. 특히 거울,고체,액체...같은 은유가 등장해 당황스러웠는데 함께 읽은 다른 분들도 아마 비슷한 구간에서 힘들었을것 같다. 이 책 ‘뤼스 이리가레‘는 현대 사상가들에 대한 ‘안내서‘로 나온만큼 해당 인물의 저서, 그 중 핵심키워드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있다. 이리가레가 말한 거울에 관해서 설명이 나와있어 함께 읽은 분들과도 공유하고 혹시 관심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해당 내용을 올려본다.

이리가레의 ‘반사경‘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거울의 은유와 여성

외출하기 전에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에 뭐가 묻지는 않았는지, 옷매무새는 괜찮은지 살펴볼 때 우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물 대하듯이 객관적 시선으로 관찰한다. 나 자신의 객관화라는 점에서, 거울은 서구 담론에서 중요한 은유로 사용되어 왔다. 지성적 사고를 이르는반성(réflexion)이나 사변(spéculation)이라는 말에는 이미비추어 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근대에 들어 서양철학에서 거울은 주체가 자기 자신을 두 개로 나누어 객관화된 ‘나‘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반성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 P2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정신분석이론에서 거울은이보다 훨씬 더 핵심적 의미를 띤다. 라캉이 인간의 주체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틀에서, 거울 단계는 아이가 마침내 자기 동일성을 획득하고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극복하여 상징계로 진입하는 드라마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하나의 전체로서 인식하지 못하는 유아의
‘조각난 몸의 환상은 거울 단계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극복된다. 거울에 비친 이미지를 통해 아이는 자기 신체의통일성을 이해하게 되고, 그전까지는 완전한 합일의 상태라고 믿었던 어머니와 자신을 구별하게 된다. 아이가 거울단계의 막바지에 찾아오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무사히극복한다면, 이제 아이는 법과 질서와 언어의 세계인 상징계로 들어가 말하는 주체, 욕망의 주체가 된다. - P3

여기서 거울의 역할은 자아의 신체 이미지를 제공해 주는 데 있다. 주체의 통일된 신체 이미지는 상상계를 구성하는 바탕이 되며, 상상계는 주체가 상징계 안에서 통일성,
조화, 자기동일성을 확신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남자아이의 이야기, 남성 주체의 오디세이다. 어째서인가?
이때 신체의 통일된 형태를 반사해 주는 거울이 평면거울이기 때문이다. 평면거울이 반영하는 이미지는 남성 신체의 이미지다. 왜냐하면 "편평한 거울은 하나의 구멍‘을제외하고 여성들의 성 기관 대부분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Irigaray, 1974:109, note 122). 여성과 남성의 나신을 표현한 조각상이나 회화를 떠올려 보라. 남성의 것과 달리 여성의 성기는 머리카락이나 나뭇잎 따위로 가려져 있거나, 드러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재현에 실패한다.
여성의 성 기관은 하나가 아니며 바깥쪽에도 있고 몸 안쪽에도 있기 때문이다. 평면거울이 비출 수 있는 것은 바깥에위치한 성기뿐이며, 그나마도 거울 앞에 선 채로는 드러나보이지 않는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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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30 2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ↀωↀ<)
응원 ฅ🐾

미미 2021-11-30 23:37   좋아요 3 | URL
스콧님 이모티콘 냐옹이 소리가 들립니당(ᴗ̤ .̮ ᴗ̤ )₎₎ᵗᑋᵃᐢᵏ ᵞᵒᵘෆ

그레이스 2021-11-30 23: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런 의미에서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기원>은 라깡의 관심을 끌만했죠
실제로 라깡이 그림을 샀다고 해요

미미 2021-11-30 23:44   좋아요 4 | URL
엄훠 😳 검색하니 바로 나오네요!!! 적나라하군요! 라깡이라고 써주시니 너무 귀엽습니다~♡ 라깡 책 빨리 주문해야겠어요!

새파랑 2021-11-30 2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밑줄만 읽어도 전 어려워요 😅 이런책을 읽으시는 미미님 대단~!!

미미 2021-11-30 23:58   좋아요 4 | URL
‘하나이지 않은 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집니다ㅋㅋㅋ😆

mini74 2021-12-01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슨 드라마였는지 영화였는지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다 다친 에피가 생각나요. 그러고보면 한 번도 제대로 대면해본 적이 앖는 것 같아요. 거울이 이렇게 해석이 되는군요. 전 그저 여성상징기호가 거울, 허영 나르시즘 뭐 이런식? 이었는데 객관화된 나를 본다는 것 등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둔요. 넘 잘 읽었어요 미미님 안녕히 주무세요 *^^*

미미 2021-12-01 00:22   좋아요 3 | URL
뒷부분에 남성들의 나르시즘의 의미도 있는데 너무 복잡해서 안넣었어요
거울에 관해서는 속설도 괴담도 많은게 이런 이유들 때문인가봐요ㅎㅎ미니님도 굿밤되세요~🙆‍♀️

책읽는나무 2021-12-01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울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던데...평면형 거울은 남성의 시선과 성기 남성의 관점을 비춰주고,입체형 거울 또는 반사되는 거울은 반대로 여성의 시선,몸,관점을 비춰주는 것...제대로 해석한 게 맞는 건지? 책을 읽었어도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네요?ㅋㅋㅋ
이해하기 쉽게 나왔다고 하셔도 읽어 보니 이것 또한 쉽지 않네요..ㅜㅜ
문해력이 참.....ㅋㅋㅋ

미미 2021-12-01 08:18   좋아요 3 | URL
어려운 책이었지만 거울의 그런저런 기능을 이번기회에 알게되어 큰 수확이었지않나 싶어요ㅋㅋㅋㅋ나무님 12월도 즐거운 독서생활 함께해요^^♡

수이 2021-12-01 0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사경은 지금 번역중이래요 12월에 안 나오면 내년에 나올듯요, 미미님의 부지런하고 꼼꼼한 독해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미미 2021-12-01 08:25   좋아요 1 | URL
오~타이밍이 좋네요! 미스터리를 캐네는 느낌이예요ㅋㅋㅋ비타님 감사해요^^♡

거리의화가 2021-12-01 0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군데 어려웠지만 거울이 단연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어려워서 포기할뻔..ㅋㅋ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미미 2021-12-01 10:12   좋아요 1 | URL
여성을 표현한 액체도 좀 더 알고싶었는데 이 책에는 없는듯 해요ㅋㅋㅋ거리의 화가님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1-12-01 1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울 이미지는 여러가지로 변주되어 활용되지요. 예는 많겠지만 영화 블랙스완에서도 오페라의유령에서도 저는 거울 이미지에 매료되더군요. 전자는 여자, 후자는 남자의 거울인데 압도적인 이미지였어요 제겐.
미미 님의 정리 최고입니다*^^*

미미 2021-12-01 10:38   좋아요 2 | URL
아 블랙스완 좋아서 두 번 봤어요. 오페라의 유령에도 거울이 등장했군요! 이제 거울 나오면 더 눈여겨 볼 듯 해요.ㅎㅎ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

오거서 2021-12-01 1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울을 보는 의미를 사유하고 해석해본 적이 없는데 미미님이 공유해주시니 거울, 이미지, 객관화, 욕망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독서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미미 2021-12-01 12:55   좋아요 2 | URL
이 부분 읽고 좋아서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오거서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쁩니다^^♡

공쟝쟝 2021-12-02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동영상인가 뭐시기 만든다고... 완전 하얗게 잊고 있었다.. 이리가레 페이퍼.... 써야하는데 (한숨...)

미미 2021-12-02 13:20   좋아요 0 | URL
쟝쟝님의 페이퍼 저도 기둘리고 있음요👍^^♡

페크pek0501 2021-12-02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리즈도 좋군요. ^^

미미 2021-12-02 13:56   좋아요 1 | URL
지난번에 주디스 버틀러편 읽어봤는데 알기 쉽게 쓰여져 입문용으로 딱이예요.전부 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