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조지 웰스 ㅡ 타임머신
p.182 평생 웰스의 팬을 자처했던 보르헤스는 자신이 가장좋아하는 책으로 웰스의 <타임머신>, <투명 인간 >등을 들고, 이것들이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고,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읽게될 책이라고 했다.
'타임머신'을 말할 때 내가 가장 손꼽을 만한 영화는 마이클 J.폭스 주연의 1987년작 '백투더퓨처'다. 아마 당시 세대 중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1편만 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보드를 타고 날아서 이동하는 미래라니 얼마나 멋진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전동보드 이용률이 늘어나는 데다 최근 도쿄 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 종목이 첫 선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과학기술의 발달속도를감안하면 영화 속에서 처럼 지면에서 떠 이동하는 보드도 머지 않아 일상이 될것이다. 실제로 영화 속 호버 보드가 이미 개발되었지만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직은 구리판 위에서만 작동가능하다고 한다.
p.15 「사차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사차원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이겁니다. 사차원은 <시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죠.
참고로 영화에서 선보인 자동 끈 조임 운동화도 현재 판매중이라고 한다. 미래를 상상한 영화에 등장한 각종 장비는 보통 군사용으로 먼저 개발되다가 상업성을 인정받으면 일반에게까지 보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예:드론)
물론 이번에 원작 소설을 읽어보니 원작과 가장 가까운 영화는 가이 피어스 주연의 2002년작 '타임머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과학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시간의 역학을 보여준 것은 '인터스텔라'가 아닐까? 그 외에도 웰스의 <타임머신>이 세상에 나온 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은 변주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미래를 마음껏 재현한다는 것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설레는 일일 뿐 아니라 해당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등 현실적으로도 그 파급력이 있다.
p.79 이 세계를 직시해. 이 세계의 방식을 배우고, 이 세계를 관찰해. 그 의미를 너무 서둘러 추측하지 않도록 조심해. 그러면 결국에는 그 모든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발견하게될 거야.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은 1895년에 출간된 오래전 작품이다. 검색해보니 같은 해 우리나라(조선)에서는 을미사변이 일어났으며 상투를 자르는 단발령이 시행되었고 프랑스에서는 발명가인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세계최초로 영화가 상영되었다. 작가 조지웰스의 영국에서는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아내를 때리는 것이 불법이었다니 (그럼 그 외에는 합법이란 거잖아!) 당시 여성인권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짐작해 볼 수 있는 낯설고 아득한 그런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조지 웰스는 <타임머신><투명인간><우주전쟁>같은 기발한 작품들을 줄줄이 남겼다.
p.160 이 거대한 어둠의 공포가 나를 덮쳤습니다. 골수까지 스며드는 추위,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이 나를 압도했습니다. 몸이 덜덜 떨렸고, 지독한 구역질이 났습니다. 바로 그때 하늘에 태양의 가장자리가 새빨갛게 달구어진 활처럼 나타났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시간여행자>는 의사,신문사 편집장,심리학자 등을 초대해 자신이 조금전까지 스스로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실에는 그가 미래에 다녀오는데 사용했다는 타임머신이 있었다. <시간여행자>가 다녀온 80만년 후의 미래 영국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지상과 지하에서 각각 살아가고 있었다. 지상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지적으로 오히려 후퇴했고 외모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 '엘로이'가 존재했다. 그리고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인 '몰록'이 있다. 이들은 어쩌다 그런 모습으로 각각 다른 세계를 차지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미소를 잃고 두려워하면서 한 곳에 모이는 지상의 엘로이가 경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p.106 지독한 냄새, 크고 무의미한 형체들, 그늘에 숨어 어둠이 다시 나를 덮치기만 기다리고 있는 추악한 몰골들! 그때 성냥이 다타서 내 손가락을 따끔하게 찌르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빨간점 하나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현재는 타임머신을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얼마 전 블랙홀이 발견되었으니 먼 미래에 인류는 웜홀도 찾게 되어 <타임머신>에서 처럼 시간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해 인류의 진보는 이렇듯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외면적인 성장 속도에 내면의 성장은 과연 적절히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사회주의자였던 웰스는 이 작품에서 자본주의로 양극화된 사회가 만들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그렸다.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문명을 결국 완성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 어떤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경계하라고 경고하는 느낌이다.
p.172 축적된 문명은 결국에는 필연적으로 그 축적을 이룩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무너져 그들을 파괴할 게 분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우리는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에게 미래는 여전히 암흑이고 공백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기억으로 몇 군데 불이 켜졌을 뿐, 거대한 미지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