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밥 먹는 것도 잊고 책을 붙잡고 앉아 있는 저에게 저희 집 식구들은 타박하듯, 때로는 놀리듯이 말합니다. "집안에 학자가 나왔다" "저러다 박사학위 따겠다" "곧 작가가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당황,난감,뻘쭘해 집니다. 학자는 아무나 되나? 이정도 읽어서 학자가 되고 박사가 된다면 그리고 작가가 된다면 북플에서 활동하는 상당수가 저보다 먼저 학자가 되고 작가가 되었겠죠. 


네 저희 집에는 아쉽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황당한 이야기로 저를 놀리는 겁니다. 이럴때 저의 기분은 지하철에서 다들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혼자 책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스마트 폰 오래 들여다 본다고 IT기술자가 되는 것 아닌데 말이죠. (억울) 그리고 꼭 뭔가가 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학교 공부가 재미없는 이유가 그런것 아니었나요? 뭔가가 되기 위해서 어디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하는 공부는 정말 힘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 스스로도 반성을 조금 해야 했습니다. 몇몇 글 잘 쓰는 분들에게 '빨리 책을 내야 한다.' '어서 출판하시라' 말했는데 혹시 그 분들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소름) 죄송합니다. 물론 제 뜻은 저희 가족들의 의미와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거리만큼상당히 거리가 있으니 이해해 주시길! 역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겪어보고 생각해봐야 오롯이 느낄 수 있나 봅니다.(겪기만한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님) 이야기가 아주 다른 곳으로 새어 버렸는데 이상은'체스 이야기'를 읽다가 하게 된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츠바이크의 책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감정의 혼란><초조한 마음><크리스티네,변신에 도취하다>에 이어 5번째 읽게 된 그의 소설이며(뿌듯해서 은근 자랑질;;) 두 개의 짧막한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체스 이야기>는 이른 바 딜레탕트(프:예술이나 학문 따위를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 삼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써 체스를 우연찮게 접한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나치에게 취조를 당하며 외부와 단절된 막막한 상황에서 그에게 운명처럼 체스 시합이 담긴 책이 주어지고 그는 점차 빠져들어 중독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P.20)
체스는 하늘과 땅 사이 무함마드의 관처럼 이 범주들 사이를부유하는 학문이요 예술이며, 대립하는 모든 것들을 유일하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던가? 
즉 태곳적인 것이면서도 영원히 새로운 것이요,
그 구도가 메커니즘적이면서도 판타지를 통해서만 작동하며, 기하학적으로 일정 공간에 제한되어 있으면서도 그 조합에서는 무제한적이고 항상 자기 발전적이나 번식력이 없다. 
무(無)로 이끄는 생각, 무에이르는 수학, 작품 없는 예술, 실체 없는 건축, 그럼에도 명백하게 그존재 자체가 어떤 책이나 작품보다 영속적이며, 모든 민족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유일한 게임이면서도, 지루함을 죽이고 감각들을 예리하게 하며 영혼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신이 이 땅에 가져온 게임이라는것을 아무도 모른다. 
이 게임에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체스에 대한 츠바이크의 묘사는 마치 그가 화가이자 음악가인 듯 느껴질 정도로 경이로우며 감탄을 자아냅니다. 만화에서 주인공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그가 묘사하는 상황과 이미지로 온 신경과 마음이 쏠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독서에 관한 다소 감정적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아무튼 체스에 중독된 그는 우연찮게 유람선?에서 체스 세계챔피언과 만나게 됩니다. 아 생각만 해도 다시 긴장...체스를 전문직으로 삼은 세계챔피언과 취미로 체스중독이 된 딜레탕트의 대결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막을 내린 미드<퀸즈갬빗>은 불운한 가정사 때문에 외롭게 자란 체스 천재이야기예요. 이런 저런 에피소드로 흥미로워 인기를 끌었는데 다만 그녀의 스타일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아쉬웠습니다.진짜 체스 천재라면 과연 외모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것인지. 항상 컬이 완벽한 저 머리와 진한 화장, 완벽한 옷차림? 현실성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놀랍도록 완벽한 차림을 유지하지만 체스 생각만 하는 듯한 설정이라니.. 외모를 꾸미기 위해 체스대회를 나가는 듯한 인상에 고개가 갸웃갸웃. 그래도 이쁘긴 이쁨!





(한국어 제목이 생각 안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체스에 대한 진정성 면에서 이 영화가 더 좋았던!)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지속하게 하는 힘은 그 행위에 특별한 가치를 매김할 때 가장 크다고 하네요.

돈이나 명성등 물질적이고 탐욕적인 대가는 오히려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합니다. 초반에는 그것들을 위해 열정을 쏟을 지 몰라도 곧 한계가 온다는 것.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그 행위 자체를 즐기고 기쁨을 느끼는 것만큼 아름답고 멋진일은 없겠죠? 오늘 책의 날이라는데 독서로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하루 되시길!

 

 체스를 해볼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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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3 11: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책 !!초딩을 위한 체스 교과서 냉큼 장바구니로 ~@@@@

미미 2021-04-23 11:31   좋아요 5 | URL
뿌듯뿌듯함요ㅋㅋㅋㅋ🙆‍♀️

초딩 2021-04-24 18:03   좋아요 2 | URL
깜딱이야요

새파랑 2021-04-23 11:2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은 딜레탕트가 맞네요 ㅎㅎ 저도 집에서도 그렇고 친구들도 책보는 사람이 없어서 북플만 열심히 보는중입니다. 오늘 책의 날인데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체스 재미있습니다 ㅎㅎ)

미미 2021-04-23 11:32   좋아요 4 | URL
우린 다 딜레탕트!!ㅋㅋ낯선 여인의 편지도 좋았는데 넘 길어질까봐 못남겼어요ㅋㅋ🤭

잠자냥 2021-04-23 1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양 문학 작품 읽다 보면 체스를 비유하거나, 체스 나누는 장면 묘사가 종종 있는데 체스 알못 1인은 참 그때마다 답답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초딩 체스 교과서> 관심 가네요. ㅋㅋㅋㅋ

미미 2021-04-23 11:49   좋아요 2 | URL
그런가요?!!저는 이 책이 유일ㅋㅋ 관련 책들 다 찾아 읽고 싶어요. 기초라도 알아두면 더 재밌겠죠!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4-23 11: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마지막 부분 ....ㅎㅎ

미미 2021-04-23 11:50   좋아요 4 | URL
아 그 장면!!😍그 체스 판매하는데 가격대가 좀 있더라구요.ㅋㅋㅋㅋ

mini74 2021-04-23 1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상황이 너무 비슷해요. 저도 매번 ㅠㅠ 그리고 아직도 책을 읽냐고 책은 학생때나 읽는 거 아니냐는 사람이 제 동반자 ㅎㅎ 저는 그에게 술과 스포츠를 허하고 저는 책을 ㅎㅎ 초초한 마음 아꼈는데 다 읽어갑니다 ㅠㅠ 이 책도 살포시. ㅎㅎ *^^* 미미님 기 죽지 마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미미 2021-04-23 12:27   좋아요 5 | URL
앗 미니님도 찌찌뽕ㅋㅋㅋㅋ♡
다른 취미는 올림픽 나가라고 안하잖아요?
<초조한마음>좋으셨다면 이 소설도 너무나 만족하실꺼예요! 미니님도 오늘 파이팅하세요😊♡

얄라알라 2021-04-23 13: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지인과 대화 나누다, 체스 달인들은 한 판만 두고도 살 빠진다며 온통 대화가 다요트로 흘렀는데, 역시 수준이 다른 글을^^ 같은 체스를 화두로^^

미미 2021-04-23 14:01   좋아요 4 | URL
뇌 사용을 많이 하면 살이 빠진다던데 혹그런 의미였을까요?ㅋㅋㅋㅋ🤭

2021-04-23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4-23 14: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없어요
저도 여기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책을 내면 좋겠습니다~~예전에 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늘 바둑tv를 보곤 하셨는데 바둑에 대해 잘 모르니 답답했어요^^퀸즈갬빌 볼 때도 내용은 모르고 그저 주인공이 이기면 좋겠다는 유아적인 생각만 하고요~~초보자를 위한 체스책을 읽어야할듯 해요^^

미미 2021-04-23 14:40   좋아요 4 | URL
바둑도 체스 처럼 어려운데 아버님께서 지적인 스포츠를 즐기셨군요!! 페넬로페님도 퀸즈 갬빗보셨다니 너무반가워요!♡ 저도 체스 전혀 몰라서 이 책으로 기초만이라도 알아두려구요. 나이트가 뭔지 비숍이 어떻게 생겼는지 부터 친절하게 알려줌요ㅋㅋ 😁

미미 2021-04-23 14:42   좋아요 4 | URL
새롭게 바꾸신 프사 예뻐요!!

바람돌이 2021-04-23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마트 폰 오래 들여다 본다고 IT기술자가 되는 것 아닌데 말이죠에서 빵 터짐. ㅎㅎ
츠바이크의 책 오늘 주문했어요.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ㅎㅎ 저는 바둑도 장기도 오목도 다 안 좋아하는 관계로 체스를 배워봤자 안좋아할 확률이 99.99999% 하지만 체스판은 멋져서 갖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예쁘지만 쓸데없는거 예레기 모으는거 좋아요. ㅎㅎ

미미 2021-04-23 16:09   좋아요 3 | URL
저희집은 책보고 있는데 뭐하고 있냐고 물어봅니다😭ㅋㅋㅋㅋ저도 소설에서처럼 체스를 즐길날은 아마 안올거예요ㅋㅋㅋㅋ
안그래도 아까 체스 도구들 검색해 봤는데 고르는게 고역일 정도로 다 이뻐요~♡

붕붕툐툐 2021-04-23 18:41   좋아요 3 | URL
ㅋㅋㅋ저도 진짜 판놀이에는 다 잼병임다~ 그럼에도 미미님이 체스판 사시는 거 왤케 기대됨? 사셔서 막 자랑질 해주시면 좋겠다~ㅎㅎㅎㅎㅎㅎ

미미 2021-04-23 18:52   좋아요 3 | URL
ㅋㅋ아 체스 책 보니 정말 사고싶긴해요ㅋㅋㅋㅋ
사게됨 바로 올려서 마구 자랑할께요~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4-23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웅~초조한 마음 중반인데 벌써 다음 책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전 이게 두번째라 미미님 읽으신 책을 따라 가야겠네욤! <광기와 우연의 역사>,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읽고 싶은 책장에 쏘옥~
(미미님 ‘소름‘하신 부분에서 저도 ‘소름‘- 깨달음님이 오심🐰)

미미 2021-04-23 19:41   좋아요 3 | URL
저도 툐툐님 읽은 줌바 라히리 작가 책 빨리 읽고 싶어요!! 우리 서로막 이책저책 읽고 싶게 하다 함께 깨달음의 궁극으로 숑숑숑~♡🦄🦄🦄

라로 2021-04-24 0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해든이는 초딩때 체스를 배우게 했는데요, 잘하는 것 같진 않지만 뭐 아는 척은 하는 것 같아요.ㅎㅎㅎ
그런데 난감한 것은 체스 일도 모르는 엄마에게 계속 체스를 가르쳐주겠다며 설레발 치는 거.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급하신 책은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은 지 오래고요, 올려주신 영화들은 다 봤데요!!ㅋㅋ
근데 이제는 아들을 위해서도 체스에 도전을 해야 하나? 머 그런 생각이 들던 참인데,,
더구나 츠바이크가 체스가 대립하는 것들을 유일하게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했다고 하신 글 봤는데,,
정말 그런가도 알고 싶고요.ㅋ

미미 2021-04-24 09:27   좋아요 2 | URL
오~♡초딩때 배우게 하셨다니 너무 잘하셨다 생각해요!! 두뇌발달에 좋다고 하던데, 제가 볼땐 집중력에도 도움될듯!
체스의 즐거움이 꽤나커서 엄마랑 함께하고 싶었을까요?마음이 넘 예쁨ㅋㅋㅋㅋㅋㅋ😆
이 책이면 체스 기본기는 배울 수 있겠어요~조금씩 보는데 쉽고 흥미 돋아요ㅋㅋㅋㅋ츠바이크가 그런 말을 했다니 더 좋아집니다! 뭔가 소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