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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평범한 공대 출신 사람이다. 그래서 문학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인문, 문학, 자기계발 등의 책은 전혀 읽지 않고 오로지 전공 서적만 읽어왔다. 모든 공대 출신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내 경우가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는 것에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이란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내용의 책은 아니었지만 '글을 쓴다는 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구나. 나도 지금부터라도 글을 쓰면 내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글쓰기에 대한 내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다른 글쓰기 책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글쓰기의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는 독자에게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내용으로 작가의 허기진 삶과 불안정한 미래, 지독한 어려움과 외로움 등 글쓰기의 길로 처음 들어선 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작가는 실패하더라도 괜찮단다. 단, 그냥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실패하도록 해야 하며, 실패를 돌아보며 그 속에서 지혜를 배우고 실패를 도약대 삼아 더 높이 오르라고 조언한다. 지금까지 읽은 글쓰기 관련 책은 전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했더라도 아주 가볍게 지나가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문장에서 형용사나 부사를 피하고, 접속사도 빼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결함을 해치는 군더더기를 피하고 확실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의 제1원칙이다. 사실 책상에 앉아 글을 써야만 좋은 글이 나오는 줄 알았지만, 저자는 무언가를 쓰고 싶다면 여행을 통해 습관화된 삶의 양식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여행이란 낯섦은 신선한 자극이 되어 독창적인 사고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이 책의 마지막은 작가의 문체 즉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타일이란 작품의 내적 구성원리이며 형식을 지배하는 원칙이다. 작가의 의지와 개성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게 좋은 스타일이며 김훈, 무라카미 하루키, 피천득, 박경리, 알베르 카뮈 등 대가들의 문체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밀실에서 입구, 미로, 출구, 광장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진정한 글쓰기란 무엇인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