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 나만의 특별한 셀프웨딩촬영
지아꼬 & 규호짱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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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나이인 만큼 친구 녀석 웨딩 촬영장으로 종종 불려가는 일이 생긴다. 스튜디오 촬영을 몇 번 따라가 본 결과 400에서 500컷 정도로 촬영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생판 모르는 남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거나 어설픈 포즈 취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내가 더 피곤해진다. 남들은 이렇게 고생해서 촬영했더라도 결과물만 만족스러우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사실 보정을 하더라도 결과물에 썩 만족해하는 친구 녀석 하나 없다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스튜디오 웨딩 촬영보다 셀프 웨딩 촬영 쪽에 자연스레 더 관심이 생겼고 결국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평소에 사진을 즐겨 찍는 내게 셀프 웨딩 촬영에 대한 책이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진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셀프 웨딩 촬영도 상황에 맞게 사진만 잘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프 웨딩 촬영을 하기에 앞서 준비해야 할 필수품들부터 사진의 콘셉트, 장소와 일정, 카메라 선택과 촬영 방법, 보정방법 등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남자라서 놓칠 수밖에 없던 드레스 선택 방법, 소품 선택과 만들기, 콘셉트 북 만들기 등을 읽을 땐 메모까지 하며 읽어 나갔다.

 

스튜디오 웨딩 촬영보다 셀프 웨딩 촬영은 저렴하다. 게다가 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우리다움'이 풍기는 웨딩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결혼 전 여행을 떠나 추억을 만들며 찍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예쁘게 나온 사진을 찍고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셀프 웨딩 촬영에는 장점이 많다. 저자 부부는 셀프 웨딩 촬영이 스튜디오 촬영보다 좋은 점이 무려 아홉 가지나 되며, 이것만으로도 셀프 웨딩 촬영을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파트 4에는 아홉 커플의 셀프 웨딩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아홉 커플 모두 다른 콘셉트로 행복한 모습을 담고 있어 셀프 웨딩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부부라면 참고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갑자기 결혼하고 싶어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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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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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느 날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서 깨어난 적이 있는가?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신발을 곱게 벗어두고 공중전화부스나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드는 일을 한 번쯤 경험해봤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이자 강력계 여형사인 알리스 역시 우리가 종종 겪는 필름이 끊기는 일을 겪는다. 대학 동창 친구들과 술을 거하게 마시고 난 다음 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잠이 깬 것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달랐다. 낯선 곳에서 잠을 깬 그녀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수갑의 다른 한쪽은 낯선 남자의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지품은 모두 사라졌으며, 셔츠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핏자국이, 주머니에는 총알이 한 개 비어 있는 자신의 것이 아닌 총이 들어 있었다.

 

순간 술이 과해 필름이 끊긴 자신이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는 강력계 형사답게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수갑 남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수사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부모의 이혼, 형제들로부터 무시, 우상이었던 아버지의 비리, 연쇄 살인마 검거 중 뱃속에 든 아기와 남편을 잃은 이야기 등 서른여덟, 젊은 알리스가 털어놓은 그녀의 과거는 지독하게 비극적이었다. 그녀는 절친한 친구인 동료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함과 동시에 자신이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밝힌 수갑 남에 대해 조사를 부탁한다. 얼마 후 동료는 그녀에게 수갑 남이 재즈 피아니스트가 아니라고 전한다. 알리스의 추궁으로 인해 결국 수갑 남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고 있는 FBI 요원이라고 밝히며 이야기는 새 국면을 맞는다.

 

지독하게 불행한 삶을 살아온 한 여자와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의 기억 추격전. 책장을 넘길수록 수갑 남의 정체가 의심스럽고, 절친한 친구라 믿었던 동료의 행동이 수상쩍다. 내가 마치 그녀라도 된 듯 처한 상황과 주변인들을 의심하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그리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들과 싸워 이겨낸다면 행복한 삶과 마주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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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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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의 나는 도심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좋았다. 편하고 화려해서일까. 그런 도시가 좋았다. 그러나 삼십 대의 나는 한적한 외각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한옥이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나무집 예찬이라는 책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김병종 화가가 나무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느낀 작고 소박한 행복의 순간들을 담은 책이다. 그가 처음 한옥을 장만하게 된 계기가 인상 깊다. 지인의 시골집에 초대를 받은 그는 생각 없이 나도 이런 집이 있으면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그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지인이 그 시골집을 저렴하게 넘겨준 것이다. 처음 그와 아내는 갑자기 생긴 시골집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곳의 모든 불편에 차츰 길들었고, 결국 땅까지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제대로 된 나무집을 지어보자 결심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작은 한옥 함양당(含陽堂)을 완성하게 된다.

 

사실 한옥을 짓는다고 하면 설계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목조건축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니 다른 곳의 고옥을 뜯어와 그대로 옮겨 짓는 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옥의 성패는 첫째는 나무, 둘째는 그 나무를 다루는 목수라고 한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고옥의 자재를 가져왔고 무뚝뚝하지만, 실력 좋은 목수를 만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임무를 묵묵히 책임지며, 실력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다년간 건설 현장을 뛰어왔고, 그래서 함께 작업하는 이들의 깊은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만약 깊은 신뢰와 인연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이렇게 멋진 나무집이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물마루에 못질하지 않아 생긴 틈 사이로 깔아 둔 숯 냄새가 향기처럼 올라오는 함양당의 대청마루가 인상 깊다. 섬돌 위의 고무신은 답답한 내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든다. 아파트의 무거운 자물쇠 대신 함양담은 놋쇠 수저를 꽂아놓은 모습이 예스럽다. 무엇보다 저녁이면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이 창호에 내려앉은 나무 그림자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작가가 왜 그렇게 나무집을 예찬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면 설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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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을 용기 -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이승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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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차 직장인 내가 큰 부담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다. 그건 일이 힘들고, 업무량이 많고, 일이 체질에 맞지 않는 일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내 상사나 동료 혹은 후배, 즉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이다. 일보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남자니까 개인적으로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2년 2개월 동안 싫든 좋든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함께했기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남에게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에만 온 관심을 기울일 뿐, 나를 지키는 데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직장인으로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크건 작건 비난받을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열 명이면 열 명 모두가 날 좋아할 수 없다. 이유도 없이 그냥 내가 싫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이럴 땐 날 비난하는 소수의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적당히 무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비난을 무조건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일단 나에게 들어오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귀를 기울여볼 필요는 있다. 그런 이야기 안에서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상대가 나에게 원하는 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행동하길 원하는 것인지 파악한 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 행동을 수정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은 내가 직장에서 가끔 사용하는데 마음에 조금의 생채기는 남지만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사회생활을 잘하고 싶다면 '나는 괜찮은 놈이다.' 라는 믿음과 확신을 지닌 자신감 탑재가 필요하다. 주변에 겸손의 미덕 아래 내 주장도 못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도 못 하며 눈치를 보는 동료, 후배가 많다. 나 역시 예의에 어긋나는 건 아닐까, 눈 밖에 나는 건 아닐까 조용히 지내다 별거 아닌 사람으로 낙인 찍힐 뻔했다. 뿐만 아니라 자존감이 없어져 들려오는 불쾌한 작은 소문에도 크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니 '밥맛' 없을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말대로 차라리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자존감을 높이는 편이 옳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내 인생 남들이 살아줄 건 아니니까. 험난한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고 행복을 찾기 위해서 남들에게 상처받을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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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페이지 http://blog.aladin.co.kr/banni/7282458



[서평 이벤트]


 1. 모집 기간: 12월 16일(화) ~ 22일(월)

당첨자 발표 : 12월 23일(화)

서평단에 선정되신 분은 12월 28일(일)까지 개인정보를 비밀 댓글로 적어주세요!

12월 28일(일)까지 확인이 되지 않으면 선정이 자동 취소됩니다.

서평 기간 : 12월 29일(월)~1월 9일(금)


2. 인원: 10명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 인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참여 방법


- 응모 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 방법 : 서평 기간 동안 알라딘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 후, 

<녹스머신>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알라딘 개인 블로그와 그 외 블로그, 외부 채널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본격 미스터리와 본격 SF, 두 장르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탄생!” 

                  - 오모리 노조미(평론가, SF번역가)


시간여행과 같은 장르 장치에 그럴싸하게 들리는 현대물리학 지식을 총동원해 얹었다고 해서 《녹스머신》에 실린 단편들의 SF적 속성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네 편의 현란한 모험담이, 퍼즐 추리소설에 대한 연구와 예찬이 극한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SF의 지평선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막힌 예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듀나(영화평론가, SF작가)


첫 장을 펴면서 가졌던 호기심이 작품 내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오히려 마지막 장이 아쉬워졌다.향만 피워도 가능해졌던 유치한(?) 시간여행이 진지하게 자기자리를 찾았고, 지끈지끈한 양자역학 문제 역시 기발한 미스터리로 변신했다. 내게는 최고의 미스터리인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을 작품 안에서 되살려준 작가에게 감사를!                                       

- 김상연(과학동아 편집장)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 등 화려한 수상에 빛나는,

  논리와 기발한 생각의 원더랜드!

 

《녹스머신》은 2013년 3월 일본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을 뜨겁게 달군 그야말로 ‘핫한’ 소설이다. 많은 작품을 쓰지 않는 저자 노리즈키 린타로는, 신작을 펴내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등 미스터리 분야의 1~2위 상을 석권하는 거장 중 거장이다. 그 점에서는 《녹스머신》 역시 마찬가지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에 올랐으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절대적인 독자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착상의 기발함과 신선함, 논리적이고도 과학적인 추리, 허를 찌르는 반전 등 미스터리 소설이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매번 독자들은 ‘이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스토리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짜릿한 미스터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할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녹스 머신》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논리력, 추리력으로 무장한 SF 미스터리이다. 각 작품은 연작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녹스 머신〉과 〈논리증발 - 녹스 머신 2〉는 발표 직후 SF 미스터리의 역사를 새롭게 쓸 위대한 소설로 찬사 받은 바 있으며, 〈바벨의 감옥〉은 천재적인 작가의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 공전의 히트 탈옥소설이다. 〈들러리클럽의 음모〉는 불멸의 고전 추리물에서 주인공인 셜록 홈스와 에르큘 포와로의 조수로 등장하는 왓슨 박사, 헤이스팅스 대위 등 이른바 ‘들러리’들이 모여 추리소설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서로 합종연횡하며 미스터리의 최고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스토리로 신선함을 더해 준다. 

소설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퍼즐 조각이 펼쳐지고 작가가 걸어오는 두뇌싸움에 휘말린다. 각각의 작품들은 완벽하게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절묘하게 연결돼 있다. 촘촘한 논리의 구조 속을 헤치고 나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다시 첫 번째 소설의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 복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

                              ― 로널드 A. 녹스(Ronald A. Knox)


대표작품이자 표제작인 <녹스머신>은 이 문구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가톨릭신부이자 추리소설가였던 로널드 녹스가 쓴, 추리소설의 원칙인 〈녹스의 십계〉중 한 항목이다. 녹스는 모두 열 개의 탐정소설 규칙을 정리했는데, 그중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독특한 항목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제5항 “중국인을 탐정소설에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이다.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네 편의 소설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촘촘한 논리의 그물망을 치기 시작한다. 시간여행과 양자역학 그리고 미래사회에서의 소설읽기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상상력을 풀어나간다.


2058년 4월의 어느 날, 유안 친루 박사는 국가과학기술국으로부터 소환장을 받는다. 영국작가 로널드 녹스가 1928년에 발표한 〈녹스의 십계〉를 주제로 쓴 그의 논문에 양방향 시간여행의 난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실마리가 있다는 것. 유안은 녹스가 이 책을 집필하던 130년 전으로 돌아가 양방향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돌아오라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편집자 코멘트> 

200여 쪽의 짧은 소설집이지만 각각의 작품들은 서로 놀라운 반전을 거듭하면서 종에서 횡으로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라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여름 휴가지보다는 잠이 오지 않는 깊은 겨울밤의 독서를 추천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당신도 역시 일본 아마존에 남겨진 것처럼 “굉장한 소설이다. 이 한마디밖에는!”이라는 멘트를 내뱉게 될 것이다. 아, 밝혀둘 것이라면, 다음날 충혈된 눈은 보상할 수 없다. 또 이 작품 속에 언급되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하게 되는 것도.



▌책 속으로


불겅그레받이가 일곱 색깔 무지개로 빛나는가 싶더니 난로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거기서 끝없는 심연의 검은 구멍이 열렸다. 그 구멍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얼굴 전체를 덮은 희한한 모양의 헬멧을 쓰고 은색 잠수복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등에는 커다란 상자 같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녹스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헤벌쭉 입을 벌리고, 그 인물이 헬멧을 벗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늘게 찢어진 눈매의 동양인 남성이었다.

“자네, 대체 어디로 들어왔나?”

녹스가 억누른 음성으로 묻자 남자는 겨우 정신을 차린 듯 이쪽을 보고 되물었다.

“혹시 로널드 녹스 사제이십니까?”

직위인 사제와 경칭인 신부를 혼동하는 점만 빼면 동양인 특유의 어투가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발음의 영어였다.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젊은 남자로, 유약한 인상을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눈동자에는 지성의 빛이 살아 있었다.

“그렇네만, 자네는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네.”

“죄송합니다. 그 질문에 답변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여기는 1929년 2월 28일 옥스퍼드입니까?”

참으로 이상한 질문을 하는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녹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사히 도착했군요! 집필 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녹스 사제님. 소개가 늦었는데, 제 이름은 유안 친루입니다. 2058년 중국에서 온 시간여행자입니다.”

  ― <녹스머신> 중. 본문 52~53쪽



밴 다인은 클럽의 긴급이사회에서 크리스티 여사에 대한 탄핵 연설을 했다. 들러리 클럽에 대한 모욕죄,

독자에 대한 사기죄 그리고 탐정소설 형식 자체에 대한 모독죄로 《에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죄상을 열

거하고는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탐정소설계의 규율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들러리클럽의 음모> 중. 본문 100쪽



고전 탐정소설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거린다 고모의 양자장서에 있던 애거서 크리스티 컬렉션이었다. 크리스티 작품을 다 읽고 추천 목록에 이끌려 황금기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빠짐없이 찾아 읽은 뒤 어떤 가상현실보다도 자신의 감성에 맞는, 미스터리와 논리의 이상향에 다다랐다. 그것이 바로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였다.

  ― <논리증발> 중. 본문 194~195쪽


▌저‧역자 소개


지은이_ 노리즈키 린타로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 일본 추리소설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신본격파(新本格派)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이다. 1964년 시마네 현에서 태어나 교토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명문으로 널리 알려진 교토 대학교 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현재 일본 추리소설을 이끌고 있는 아비코 다케마루, 아야쓰지 유키토 등과 함께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1988년에 쓴 첫 소설 <밀폐교실>을 눈여겨본 대작가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에도가와 란포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미국 추리소설의 거장인 엘러리 퀸에 매료되어 그녀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컨대, 천재 탐정이 등장해 단숨에 난제를 해결하는 현실성 없는 전개에 의지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치밀한 논리와 추리를 전개시켜 범인을 좁혀나가며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또 추리소설의 존재 의의나 밀실 구성의 필연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고뇌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엄격함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구축되는 추리소설을 쓰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장르의 근원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고 평가받는다. 

〈도시 전설 퍼즐〉로 제55회 단편 부문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로 제5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0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05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올랐다. 《킹을 찾아라》는 교환 살인을 소재로 도입부에서 범인과 동기를 밝히는 ‘도서(倒敍) 추리’를 도입한 형식으로 2013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 등 각종 미스터리 문학 순위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요리코를 위하여》, 《1의 비극》, 《또다시 붉은 악몽》,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눈 밀실》,《수수께끼가 다 풀리면》 등이 있다. 《녹스머신》은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에 선정되었다. 


옮긴이_ 박재현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상명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일한 통・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도서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했으며, 현재는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에 《유령인명구조대》, 《하늘색 히치하이커》,  《도망치지 마 미하루 씨》,  《움직이는 집의 살인》,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토막 난 시체의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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