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해부도감 - 가족 구성원의 감성과 소박한 일상을 건축에 고스란히 녹여내다 해부도감 시리즈
오시마 겐지 글.그림,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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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내 집은 내가 짓고 살아야겠다는 어린 마음으로 건축을 전공한 지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 들어가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지만, 지금까지 내 집은커녕 남의 집조차 지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직도 내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남아서일까? 일본 건축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오시마 겐지가 20년 동안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지었던 집들의 실제 사례를 담은 <집짓기 해부도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 건축가라서 그런지 '토방'이나 '노천탕'과 같이 한국의 가정집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런 것들도 한국 정서와 맞게 해석한다면, 내 집을 지을 때 남들과 다르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건축적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참고로 가정집에서 '토방'이란 공간이 생소할 수 있을 텐데, 토방이란 일본의 전통공간 중 하나이다. 마루나 방보다 한 단 낮은 지면과 같은 높이로 신발을 신고 활동하는 실내 공간으로, 주로 실내 작업장이나 취사장, 주방, 수납공간 등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된다. 개인적으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많은 이가 자신의 집은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설계에 참여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누군가에게 정확히 표현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건축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거나,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말이다. 그런 사람에게 있어서 이 책은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다. 집짓기에 대한 레시피가 낯선 건축 용어 없이 설명되어 있기도 하지만 620여 점이나 되는 일러스트를 참고 한다면, 건축가나 시공업자에게 자신이 짓고 싶은 집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건축을 전공한 내게도 집짓기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집을 지을 사람이 읽어본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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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새벽 4시 반 - 최고의 대학이 청춘에게 들려주는 성공 습관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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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중에 하지 뭐. 그때 할게. 내일 해도 돼.
분명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나와 같은 이가 있을 것이다. 혹 '내 이야기 아니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왜냐면 이 책을 읽고 이런 습관은 바로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93퍼센트의 사람들이 미루는 습관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간 관리의 고수다. 성공은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다 등 저자는 책 내용 전반에 걸쳐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버드는 시간을 매우 중시하는 교육 풍토가 자리 잡혀 있다고 한다. 덕분에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하버드 학생들은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입학 후 가장 처음으로 듣는 강의가 바로 시간 관리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정도니 하버드가 공부와 삶에서 '효율'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효율'이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일을 잘해낼 수 있게 하는 힘이란 것도 말이다.

 

당신의 새벽은 하버드보다 밝은가?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제목과 띠지에 적힌 글귀만 보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버드 학생들은 새벽 4시 반부터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가 보다….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열어보니 미국 대통령을 여덟 명이나 배출한 명문 하버드의 교육 문화 비밀을 새벽 4시 반 풍경에서 찾아본 책이었다. 이른 새벽이나 깊은 밤에도 하버드 캠퍼스는 대낮과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로 꽉 차 있다고 한다. 애초에 하버드 캠퍼스에 낮과 밤이 따로 있으리란 생각부터 틀려먹은 것이다.

 

노력, 자신감, 열정, 행동력, 배움, 유연성, 시간 관리 등 10개의 키워드를 통해 하버드 학생의 문화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타고난 천재라 생각하던 하버드 학생들도 사실은 충분한 자신감과 자신의 재능을 믿고 남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자신이 목표한 바를 해내려 노력하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감을 갖추면 자신이 이르고자 하는 지점에 가기 위한 방법을 볼 눈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자신감만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목표를 세우고 바로 행동을 하는 적극성과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옛말에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걸어라.'라는 격언처럼 학습과 실천이 똑같이 중요하다.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하며, 쉼 없이 걷고 남들과 나 자신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하버드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다.

 

출판사에서는 20대 청년들이 성공하는 삶을 살기 위해 권하고 있는 책이지만, 서른 중반인 내게도 참 많은 것을 남긴 책이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이 하버드 학생들과 같이 능동적인 노력과 치열함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고마운 책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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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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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준 사람이 바로 요코야마 히데오 작가다.
만약 그때 <64>라는 소설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블로그도 존재하지 않았을 테고, 나는 지금까지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의미가 있는 요코야마 히데오 작가의 신작 <그림자 밟기>를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3월 10일, 정식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에 먼저 읽어 볼 기회가 생겨서 이렇게 서평을 남겨본다.

 

정통 일본 경찰 소설을 주로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외도(?)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 외도를 했다. 소설 <그림자 밟기>에서는 그의 전공인 경찰이 아닌 바로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한 세계와 심리를 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전공인 경찰의 모습도 종종 등장한다. 그 잠깐 등장하는 모습에서도 일본 경찰의 생리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역시 그가 경찰 이야기를 할 땐 그 어떤 작가의 글보다 현장감이 있게 느껴진다. 그가 외도했다고 말하는 다른 이유는 평소 리얼리티를 강조한 소설을 쓰던 요코야마 히데오 작가가 이번에는 죽은 이와 대화하는 등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다. 아직 내가 독서끈이 짧아 그의 작품을 모두 읽어 볼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판타지는 그가 즐기는 장르가 아니라 생각한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마카베와 게이지는 쌍둥이 형제다. 쌍둥이란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려 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며, 한 명이 이렇게 할 것으로 생각하면 곧 다른 한 명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같은 얼굴과 체형, 비슷한 성격의 형제였지만, 두 사람의 삶은 크게 틀어졌다. 형 마카베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법학부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에게 인정받지 못해서였을까? 좋아하던 여자의 마음을 형에게 빼앗겨서였을까? 동생 게이지는 입시에 실패하고 뜬금없이 절도에 취미를 붙였다. 게이지에게 실망한 어머니는 집에 불을 질렀고, 그 방화 사건으로 마카베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을 모두 잃게 된다. 죽은 게이지는 차마 형 마카베 곁을 떠나지 못하고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마카베와 게이지, 쌍둥이 형제의 관계는 죽음으로도 막지 못했다.

 

절대 기억력의 소유자 게이지와 탐정처럼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마카베는 '노비카베'라는 별명으로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을 범죄자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풀어간다. <64>처럼 굵은 줄기를 갖고 있지 않지만, 총 일곱 개의 에피소드는 작은 연결고리를 갖고 이어진다. 동생 게이지는 사건을 해결하면서 형 마카베가 지금의 불안정한 삶에서 손을 털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끊임없이 조언하는데…….

 

이번 작품은 <64>처럼 무겁지도 않고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주말에 가볍게 읽기 좋았다. 개인적으로 봄으로 시작해서 이듬해 봄으로 끝을 맺는 이 소설의 계절감 표현은 정말 인상 깊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답을 찾으며 마카베와 게이지 형제의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요코야마 히데오의 색다른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팬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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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2 - 구한말에서 베트남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2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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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의 첫 번째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를 말하고 있었다.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 관련 책을 즐겨 읽는 나로서 당연히 알아야 했던 이야기지만 현대사에 대한 지식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알고 있던 것과 너무도 다른 사실의 기록에 부끄럽기도 하고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왜곡된 사실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게 되어 안심하며 인상 깊게 읽어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줄곧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궁금했던 구한말에서 베트남 전쟁까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그 날에 대해 다룬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도시락과 물통에 담긴 폭탄의 윤봉길 의사와 일왕 일행을 향해 수류탄 2개를 던진 이봉창 의사 뒤에 있었던 이화림이란 여인에 대한 이야기, 세 번씩이나 목숨을 건 의거를 감행했으나 세 번 모두 미완에 그친 통한의 독립운동가 백정기 의사 이야기, 여성으로보다는 철저히 의식화된 어머니로 한평생을 살다 가신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 이야기 등 흔히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니라 숨은 이야기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뒷이야기까지 자세히 알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나는 인천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왔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 바로 옆에 자유공원이 있었다. 자유공원에는 다들 알다시피 맥아더 동상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의 영웅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가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자만에 빠져 적의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무참히 패배를 당하자 원자폭탄 투하까지 들먹여 해임된 인물이라는 것은 미처 몰랐다. 맥아더 동상 철거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있었는지도….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우리가 자칫 모르고 지낼 수 있는 우리 현대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역사의식을 고양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조상의 부와 권력에 힘입어 고등교육을 받고 지금 우리 사회의 상류층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친일파의 후손들이 누구인지. 또, 빈부의 격차나 불안정한 민주적 제도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원을 역사적으로 접근해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책이다. 역사 교과서처럼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넓고 얕고 지식에 깊이를 더하는 책이랄까? 역사는 강제로 주입해서 알아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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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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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남자인 내게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너는 모른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린 브누아 경감은 자신이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왜 감금되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 그는 이내 자신을 가둔 사람이 일면식 없는 여성이라는 사실에 당황한다. 그 여성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그녀의 이름은 리디아. 그녀는 브누아 경감이 짓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라며 잔인하게 고문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을 자백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브누아 경감은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하는데….

 

프랑스 심리 스릴러 작가인 카린 지에벨은 <그림자>라는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림자>는 사이코패스에게 점령당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그림자>를 읽을 당시, 카린 지에벨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에 감탄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이번 작품 <너는 모른다>에서도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함정에 빠진 남자의 당황스럽고, 복잡한 심리와 오로지 복수를 위한 정신이상자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그래서일까? 과연 어떤 인물이, 어떤 이유로 그를 함정에 몰아넣었는지 등장인물의 심리를 추리하는 맛에 흥미롭게 읽힌다. 또 가독성이 있는 문체 덕분에 술술 읽힌다. 평소 여성편력이 있던 브누아 경감의 옛 애인 중 한 명일까? 아니면 남편의 행실을 알고 있던 아내일까? 이도 아니면 정말 그가 리디아에게 죄를 지었던 것일까? 그가 처한 억울한 상황 때문일까?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며, 잔인하게 고문을 하는 장면에서는 스릴러 공포 영화 장르가 생각나기도 했다. 과연 그는 리디아의 잔인한 고문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마지막에 생각지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등장할 땐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이 참 잘 지어진 제목이구나… 하며 감탄했다. 아무렴 그렇지…. 브누아 경감, 너 이 자식은 절대 그가 누군지 모를 것이다. 여자를 쉽게 취하고 가볍게 버리며 이를 훈장이라도 받은 듯 주변에 자랑하는 남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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