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앤드 산문집 시리즈
이소연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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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한줄 리뷰
_ 시를 쓰는 감수성으로 써내려간 시같은 에세이


ㅇ What it says
_ 다른 시와 책, 그리고 일상에서 시인의 감수성으로 마주친 시정을 풀어낸 산문들

_ Prologue 시인이 되어서 즐거운
1부 이런 것은 시로 써도 즐겁다
2부 시를 쓰면 처음으로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
3부 시가 이렇게 힘이 세다니
Epilogue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ㅇ What I feel
_ 시인은 무언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효율과 실용만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누구보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고, 오랜 시간의 사유를 통해 적고 적확한 단어로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래서 요즘엔 돈이 되지 않고 가난할 것이라고 낮추어 생각하기에 더 고귀한 사람들. 그런 시인에 대한 이미지를 바사삭 깨뜨린 산문집이었다. 저자인 이소연 시인은 한경 신춘문예 2회에 당선되어 등단하게 된 작가로 내가 시인이라면 응당 그러할 것이라고 그려왔던 이미지, 내향적이고 내성적이며 조용히 생각하고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쓸 것 같은 그런 시인이 전혀 아니었다. 누구보다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며, 주체적으로 사랑하고 실패해도 해보고 싶은게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나 고정관념과 편견을 안고 살고 있었는지 ㅜ

_ 그렇지만 여전히 시인 특유의 감수성과 열린 마음은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남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시상을 찾아 시를 쓰고 이런 새로운 생각들이 놓인 산문을 쓸 수 있었겠지. 부러울 따름이다. 산문집을 읽으면서 어느새 그녀의 시집을 찾아 관심도서로 추가하고 있었다. 시를 사랑하기에 이렇게 시에 대한 에세이도 쓰는 사람. 쉬거나 놀 때에도 시를 쓰고, 시인이 되어서 즐겁다고 말하는 시인의 시는 또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울지 기대되니까.

_ "시를 읽는 사람들이 문장마다 멈추어 서서 그 문장이 가져다 주는 떨림에 몰입하고 매달리고 질문하고 감탄하기를 바랐다. 호들갑을 떠는 일이 은근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호들갑. 점잖은 사람들의 내면에도 감탄과 경탄의 호들갑이 도사리고 있다" (29-30p)
> 시를 읽는 효용은 이런게 아닐까? 생각지도 못했던 고요한 호들갑을 떨기 위해서.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생각에 가슴이 뛰는 순간은 자주 만나기 어려우니까. 그 순간순간을 만나고 싶어서 시를 읽는게 아닐까. 또 내가 느낀 그러한 전율의 순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시를 쓰고.

_ "아버지의 매듭은 풀리는 일이 없다. 매듭이 담아 묶은 아버지의 마음이 그야말로 고스란히, 어디 하나 축나거나 상하는 일 없이 내게 당도했다. 뭉클할 때가 많다. 온전히 전하려는 성정을 닭고 싶다. 나도 내가 쓰는 글에 진심을 담아 온전히 전하고 싶다. 진심을 담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심이란 아버지의 매듭을 닮았을 것같다." (86p)
> 진심, 진정성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반대로 그 진심이나 진정성이라는게 워낙에 희귀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많은 것을 표면적으로만 대하고 깊이 마음을 쏟는 일이 잘 없다. 진심, 고스란히, 온전히 이런 태도를 갖고 싶다.

_ "시를 쓸 때마다 시적 대상이 주는 말을 공손히 받는 사람이 시인인가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말을 공손히 받을 수 있을까? 두 손을 모아서 받아야 하나? 아닌 것 같다. 시는 공손하게 받으려고 하면 꼭 도망가곤 했다. 사물을 읽는 마음이 잽싸야하고, 얄밉도록 시적 대상을 응시해야 겨우 시를 얻을 수 있었다." (94p)
> 시를 쓴다는 건 이런 것이구나. 어릴 적 수업시간에 동시만 지어본 나로서는 시를 쓰는 방법조차 몰랐는데, 누구보다 빠르고 날카롭게 본질을 캐치해야 쓸 수 있는게 시였다. 그 함축된 의미와 단순함이 주는 희열이 기대된다. 어서 시를 읽어보자!

_ 시인이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는 '포란'이었다. 알을 품는 것, 그 행위 안에 숨겨진 사랑. '그냥' 좋아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대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도 그저 예뻐하는 단어. ㅎㅎ 나도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윤슬'이었다. 공교롭게도 책의 표지가 매수전 작가의 '윤슬'이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책을 안읽을래야 안읽을수 없었지. 후후. '햇빛이나 달빛에 비추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순 우리말인데,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눈부시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단어를 구성하는 자음 모음조차 예뻐서 좋아하는 단어이다. 그 반짝임을 떠올리며 나도 시를 하나 지어보고 싶어진다. 시를 이토록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읽었더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심껏 읽고 정성껏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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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프라이빗 뱅커의 금융 영업 일기 - 프로 PB의 길 초거액 자산가 상대 금융 영업 사례
한정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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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한줄 리뷰
_ 멋진 양복 속에 숨겨진 PB의 애환과 보람


ㅇ What it says
_ 지방 출신으로 증권사 PB로 시작해 지점장, 임원의 자리에 까진 오른 최우수 금융영업맨의 영업 일지


ㅇ What I feel
_ PB, 프라이빗 뱅커라고 하면 그 이름부터 멋있다. 금융 전문가로서 고객의 거액 자산을 더욱 많이 늘려주는 사람.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멋진 수트로 대표되는 이미지는 익히 잘 알겠는데, 결국 더 많은 자산가의 더 많은 예수금을 끌고오는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세일즈맨과 다를 바 없는데 그 속사정도 겉모습과 같을까? 라는 궁금증과 초거액 자산가의 자산을 어떻게 굴려줬을까 하는 방법이 알고싶어서 기꺼이 읽게 된 책.

_ 읽은 후에 내가 느낀 바는 역시나 영업에 왕도는 없다는 점이다. 서로의 win-win을 위해 자산가와 피비는 만난다. 자산가는 수많은 피비 중에 수익을 가장 많이 늘려줄 전문성을 가진 사람과 영업만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진정성을 지닌 사람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피비 또한 자신의 실적을 올려줄 자산이 있으면서 전적으로 신뢰하며 운용을 맡길 자산가를 찾는 것이고. 이렇게 서로가 필요한 점을 알면 공략할 지점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진심을 내보이고 진심을 알아주기엔 세상에 너무 많은 사기꾼들과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ㅜ 그렇기에 저자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더 많이 공부하고, 자산가의 마음을 얻으려 매일 드나들고, 한번 맡겨 준 돈은 내 돈처럼 관리했다. 나도 어줍잖게나마 영업활동을 해봐서 알지만 전사적인 1등을 하긴 정말 쉽지 않다. 타고난 면도 분명 있겠지만, 못지않은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했을 것이다.

_ 세일즈맨은 항상 '을'이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고객에게 쫄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당당한 금융인으로 실력있는 증권인으로 비굴하지 말아야한다." (20p)고. 자산관리를 맡겨주기를 부탁하는 입장이지만, 나 또한 그 역할을 수임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이기에 당당하라고 말이다. 굽신거리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플러스요소임이 틀림없다.

_ 증권 전문가로서 갖고 있는 투자 원칙도 배울 수 있었다. "업종의 희망을 봤으면 반드시 그 업종의 대표주를 공략" (23p)하라. 우리는 곧 오를거라는 테마주에 혹하지만 우리가 사서 보유해야할 주식은 역시나 업종대표주라는걸 다시금 확인했다.

_ 저자는 묻는다. 부가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있는가? 자영업자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도 자신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되묻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금융영업을 꿈꾸는 금융인 뿐만 아니라 조용한 퇴사를 꿈꾸는 회사원에게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무상으로제공받아성심껏읽고정성껏작성한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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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혁명의 세계사 - 잉글랜드에서 이집트까지
피터 퍼타도 엮음, 김덕일 옮김 / 렛츠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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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한줄 리뷰
_ 사회적 변혁을 일으킨 세계사 속 혁명 들춰보기


ㅇ What it says
_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혁명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그 혁명이 가져다준 변화와 의의를 살펴보는 혁명의 역사

_ 들어가며 / 잉글랜드 혁명 / 미국 독립 혁명 / 프랑스 혁명 / 아이티 혁명 / 혁명의 해 / 일본: 메이지 유신 / 청년튀르크 혁명
멕시코 혁명 / 아일랜드 혁명 / 러시아 혁명
/ 인도 혁명 / 베트남: 8월 혁명 / 중국: 공산주의 혁명 / 쿠바 혁명 / 학생 혁명 /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 /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혁명 / 이란 혁명 /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혁명 / 폴란드: 연대 / 동유럽 /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 /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 / 아랍의 봄: 이집트


ㅇ What I feel
_ 책의 서두에 루이 16세의 일화가 나온다. 1789년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바스티유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는 이에 대해 "반란인가?"라고 묻는데, 라로슈푸코 공작의 대답은 "아니옵니다, 전하. 혁명이옵니다"라고 아뢰었다고 한다. 역사적 관점에 따라 어떤 움직임은 반란이 되고 어떤 행동은 혁명이 된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도 어떤 행동은 혁명이고, 어떤 것은 항쟁이며 또 어떤 것은 민주화운동으로 불린다. 혁명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고, 세계에서 일어났던 혁명들이 어떤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해져 읽게 된 책.

_ 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데,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혁명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던 나는 저자의 폭넓음에 놀랐다. 역사에 어떤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야 한 나라나 대륙에 치우지지 않고 이렇게 혁명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가 있는거지? 그런 면에서 한국의 혁명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아서 아쉬웠다. ㅜ

_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익숙한 영국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 혁명이 가깝게 와닿았다. 왕권마저 의회에 편입되도록 하여 입헌군주제를 만들어낸 영국 혁명의 유산이 현재까지도 이어진다는게 놀라웠고, 레미제라블의 이미지로만 익숙한 프랑스 혁명이 '자유, 평등, 박애'라는 현재의 민주주의의 큰 기치를 주장했다는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차별을 견디다 못해 영국 배에 실린 홍차를 바다에 버린 '보스턴 차 사건'에서 시작된 미국의 독립혁명은 노예제도는 폐지하지 못한 반쪽짜리 혁명이란 것도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아- 생각보다 역사는 재미나다 ㅎㅎ

_ 피흘리며 싸우는 것만을 혁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 개혁도 혁명의 범주에 넣었다.
"메이지 유신은 사회 하층이 상총에 반기를 든 혁명이 아니라 사무라이 계급이 스스로 사회적 특권을 적극 부정하는 과정이었다. 그중에서도 주로 하급 무사들이 주도한 유신으로 봉건 막부 체제가 붕괴하고 사무라이 봉록이 철페되었으며 보편적 평등에 기반한 사회가 탄생했다.
메이지 유신을 설명할 때 '혁명'은 그다지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있"(91p)지만, 복원과 쇄신, 내부개혁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혁명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는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칠 때,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이룩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를 제패하려는 제국주의를 펼치게 되었다는 내 고등학생 시절에 멈춘 역사 지식은 너무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_ 이 외에도 남아공의 혁명과 언론에서도 자주 들리는 아랍의 봄 혁명도 이야기 한다. 정치 사회적으로 나는 아는게 많이 없지만, 혁명이라는 것이 일으키는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피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변화시키려는 마음이 원천인 것은 어느정도 알겠다. 혁명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른다. 디지털 혁명처럼 수사적으로 일컬어지는 혁명외에 진짜 역사적인 혁명으로 남을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그 전에 대화와 협의로 많은 일들이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나의 마음은 너무 순진한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성심껏 읽고 정성껏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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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셰프들 -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이야기
크리스티앙 르구비.엠마뉴엘 들라콩테 지음, 파니 브리앙 그림, 박지민 옮김 / 동글디자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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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그 자체로 정신의 상태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삶에 대한 태도지!" 10p

ㅇ 한줄 리뷰
🔪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생 철학입니다

ㅇ What it says
🔪 할아버지의 권유로 미식 평론가 인턴 기자를 시작하게 된 ‘맛알못’ 청년 기욤이 프랑스 5개 지역에서 8명의 위대한 셰프들을 만나 약 30가지의 요리를 맛보며 미식의 진가를 깨우쳐 가는 미식 탐방기

🔪  프롤로그
알랭 뒤카스 〈희소식〉
알랭 뒤투르니에 〈그림〉
미셸 게라르 〈의외의 발견〉
안소피 피크 〈놀라움〉
로랑 프티 〈이웃들〉
질 구종 〈마을〉
아르노 동켈레 〈첫눈에 반하다〉
기 사부아 〈손님〉


ㅇ What I feel
🔪 책의 주인공 기욤 못지 않게 나 또한 맛알못, 요알못 이다. 하루 세끼나 챙겨야한다는게 번거로웠고, 끼니는 적당히 때우면 된다는 생각이었으며 요리하는 시간과 먹는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또 식탐은 많아서 맛있는걸 먹고 싶다느 생각, 또 맛이 특별나지 않더라도 많이 먹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왔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기욤을 바라보던 기욤의 할아버지는 기욤에게 미식 평론가 인턴기자를 권한다. 단순히 맛이 있다 없다를 평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하는 생각을 했지만 미식의 나라 프랑스의 여덟 명의 셰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음식을 맛보면서 뿌리 깊이 박혀있던 생각이 변화하고 진정한 진로를 찾게 된다.

🔪 나이가 들어가며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What you eat is what you are.라는 명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패스트푸드를 선호해왔고 짜고 기름진 음식들로 식단을 채우곤 했다. 스스로 요리 철학을 가져본 적은 당연히 없었고, 마트에서 싸고 간편히 살수 있으면서 보관기간이 긴 재료들을 사서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호했다. 샌드위치도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였는데 기욤의 할아버지가 샌드위치의 원재료를 읽었을 때, 정말 이런 것을 먹고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각종 합성 화학물질과 향료로 이루어진 식품을 정말 내 아이한테 먹이고 싶은가. 갓 수확한 제철 채소를 아이한테 먹이는게 100세 유병장수 시대에 내가 아이한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라는 깨달음이 머리를 치고 갔다.

🔪 음식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소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말한다. 요리는 그 자체로 정신의 상태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삶에 대한 태도라고. 그 말만 들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취재하는 기욤과의 대화에서 그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채롭고 색다른 맛을 느껴보는 것, 쓰고 신 맛도 마다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받아들이는 것,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다시 먹어보고 싶어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맛을 보려는 태도, 푸드 마일리지가 적는 내 텃밭에서 가꾼 채소들로 꾸미는 식탁, 고기가 아닌 채소만으로도 포만감 있는 식단, 서로의 맛을 보완해주는 페어링 음식.. 딱 집어 한가지로 집약할 수는 없지만 각각의 셰프들은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고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오늘은 아이들에게 냉동실에 사다놓은 치킨너겟을 튀겨주는 것이 아닌, 불고기에 당근, 버섯, 양파를 넣고 최소한의 양념을 넣어 끓인 불고기 덮밥을 해주었다. 높은 온도에 가열한 기름이 암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는데 나는 너무 기름에 굽고 튀기고 볶은 음식만 해줬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ㅜ

🔪 "장인 정신과 다양성 만이 식품 산업화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패" (27p)라는 말도 와닿았다. 오래 유통할 수 있도록 보존료를 넣은 똑같은 음식과 식품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건강한 재료로 나만의 레시피로 요 리하는게 조금 맛이 없더라도 훨씬 나은 식단이 될 거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깨닫는다.

🔪 요리를 그린 만화이기에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음식그림이 있을 거라고 상상했는데, 그림을 오히려 담담하고 단순하다. 요리를 맛보고 그 맛을 묘사하는 기욤의 상상 세계가 오히려 그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추억과 향수를 불러오는 요리. 그렇지만 완벽하게 같은 맛은 없기에 그때 그때 다른 느낌을 전해줄 요리. 이래서 사람들은 셰프도 파티셰도 꿈꾸는 구나.

🔪 책의 결말은 조금은 뻔했다. ㅎ 직접 만든 신선한 요리로 사랑하는 여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식의 세계로 빠져드는 기욤. 나도 조금은 더 건강하고 그래서 조금은 더 번거로울지도 모르는 식습관을 가져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성심껏 읽고 정성껏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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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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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한줄 리뷰
_ 음악사적 의의가 있는 유명한 교향곡들의 탄생기


ㅇ What it says
_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제목과 주요 부분은 들어봤음직한 10대 교향곡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유명 음악가들의 일생, 그리고 명품 교향곡의 음악사적 의의를 이야기로 설명해주는 책

_ 들어가며
교향곡은 어떤 음악인가
제1화 〈주피터〉 - 교향곡의 최고신
제2화 〈영웅〉 - 영웅이 된 교향곡
제3화 〈운명〉 - 운명이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되는 교향곡
제4화 〈전원〉 - 전원의 분위기와 정경이 느껴지는 교향곡
제5화 〈미완성〉 -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명곡이 된 교향곡
제6화 〈환상〉 - 사랑의 열병 속에 탄생한 교향곡
제7화 〈비창〉 - 조용히 끝나는 교향곡
제8화 〈신세계〉 - 대서양을 건넌 교향곡
제9화 〈거인〉 - 모습을 바꾸고 이름을 바꾼 교향곡
제10화 〈혁명〉 - 대숙청에서 탄생한 교향곡
마치며


ㅇ What I feel
_ 나에게 클래식 음악이란 조금 부유한 사람들이 듣는 음악 정도로 치부되었었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듣기 평가를 맞추기 위해 주요 부분만 기억하려 해쓰던 음감이 부족한 아이로서는 들어도 들어도 비슷하기만한 교향곡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악보는 높은음자리표 정도만 읽을 줄 알고, #이나 b을 피아노에서 어떻게 쳐야하는지도 잘 모르는 음악 문외한. 그렇지만 모차르트의 생애가 담긴 <아마데우스> 영화를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보았고, 뮤지컬이나 음악 영화도 좋아하는 편이다. 또 나 어릴적에는 가요에서도 유명한 클래식을 샘플링하여 넣곤 했다. H.O.T.의 <I yah>가 그러했고 신화의 <T.O.P.>, 더 옛날로는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 더 최근으로는 악뮤의 <오랜 날 오랜 밤>같은 노래로 클래식이 나름 귀에 익어 있다. 음악이라는게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음學이 아닌 음樂이라는건 이미 유명한 말이고. 그래서 그 어려운 교향곡이라도 악보 너머에 담긴 이야기를 알면 조금 가깝게 느껴지게 될까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_ 처음에는 교향곡과 협주곡의 차이를 알려주면서 약간 머리 아프게 하는데 ㅎㅎ 곧 모차르트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흥미를 던져준다. 오스트리아 여행할 때 어느 기념품점에 가도 모차르트 초콜릿이 있고, 모차르트도 아닌, 모차르트 어머니의 생가가 있는 장크트 길겐이 유명 관광지일 정도로 오스트리아는 모차르트에 진심이었다. 다섯살부터 작곡을 시작한 음악신동 모차르트는 영화 속 이미지에서 그러했듯 무척 자유로운 영혼이고 갑자기 떠오른 악상으로 작곡을 하는 사람일것이라 예단했는데, 의외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곡을 의뢰받고 음악을 만드는 프리랜서 음악인이었다;; 수많은 음악과 41개의 교향곡을 만들었는데, 그 마지막 41번 주피터는 로마 신화의 최고의 신(그리스신화의 제우스)을 의미하고, 그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고 승리감을 주는 음악이다.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각 챕터를 읽으면서 그 챕터에 해당하는 교향곡을 유투브에서 찾아 들으며 읽었는데, 음악이 새삼 굉장해서 책의 글씨가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는 것이 그려지고 지휘자의 열정적인 지휘가 상상되었다. 글과 음악을 같이 감상하는 시너지가 굉장했다. 책을 읽어보려는 예비 독자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독서법이다.

_ 우리는 교향곡에 이름을 붙여 운명, 비창,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이는 작곡가가 이름 붙인게 아니었다. 어떤 제목은 추후에 연주자가 붙인 것이기도 하고, 어떤 제목은 title이 아닌 표제, program으로서 이런 심상을 생각하며 들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작곡가의 바람이 들어있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지식을 하나 습득했다. 그런데 진짜 제목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 다르게 느껴진다. 베토벤의 <전원>은 원래는 '시골'이라는 번역이 더 정확하지만, 전원생활을 회상하며 그 이미지를 담은 것이라는 베토벤의 설명답게 고급스러운 전원이 딱 어울리는 제목이 되었다.

_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믿거나 말거나 썰 하나.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이라는 속칭은 첫 머리의 '다다다단'에 관해 제자에게 질문을 받은 베토벤이 '운명이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가 근거가 되었다"(105p)고 한다. 신빙성이 의심되지만 이 음악은 운명일 수 밖에 없는 음악적 심상을 가져오기에 믿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_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4분 음표와 8분 음표도 잘 구분 못하는 내가 갑자기 음악적 식견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명곡에 숨겨져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채로 전해 내려오는 일화들은 교향곡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충분했다. 가끔 멋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커피가 아닌 차와 비스킷을 차려놓고 좋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허세를 부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헤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심껏 읽고 정성껏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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