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앤드 산문집 시리즈
이소연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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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한줄 리뷰
_ 시를 쓰는 감수성으로 써내려간 시같은 에세이


ㅇ What it says
_ 다른 시와 책, 그리고 일상에서 시인의 감수성으로 마주친 시정을 풀어낸 산문들

_ Prologue 시인이 되어서 즐거운
1부 이런 것은 시로 써도 즐겁다
2부 시를 쓰면 처음으로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
3부 시가 이렇게 힘이 세다니
Epilogue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ㅇ What I feel
_ 시인은 무언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효율과 실용만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누구보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고, 오랜 시간의 사유를 통해 적고 적확한 단어로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래서 요즘엔 돈이 되지 않고 가난할 것이라고 낮추어 생각하기에 더 고귀한 사람들. 그런 시인에 대한 이미지를 바사삭 깨뜨린 산문집이었다. 저자인 이소연 시인은 한경 신춘문예 2회에 당선되어 등단하게 된 작가로 내가 시인이라면 응당 그러할 것이라고 그려왔던 이미지, 내향적이고 내성적이며 조용히 생각하고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쓸 것 같은 그런 시인이 전혀 아니었다. 누구보다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며, 주체적으로 사랑하고 실패해도 해보고 싶은게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나 고정관념과 편견을 안고 살고 있었는지 ㅜ

_ 그렇지만 여전히 시인 특유의 감수성과 열린 마음은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남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시상을 찾아 시를 쓰고 이런 새로운 생각들이 놓인 산문을 쓸 수 있었겠지. 부러울 따름이다. 산문집을 읽으면서 어느새 그녀의 시집을 찾아 관심도서로 추가하고 있었다. 시를 사랑하기에 이렇게 시에 대한 에세이도 쓰는 사람. 쉬거나 놀 때에도 시를 쓰고, 시인이 되어서 즐겁다고 말하는 시인의 시는 또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울지 기대되니까.

_ "시를 읽는 사람들이 문장마다 멈추어 서서 그 문장이 가져다 주는 떨림에 몰입하고 매달리고 질문하고 감탄하기를 바랐다. 호들갑을 떠는 일이 은근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호들갑. 점잖은 사람들의 내면에도 감탄과 경탄의 호들갑이 도사리고 있다" (29-30p)
> 시를 읽는 효용은 이런게 아닐까? 생각지도 못했던 고요한 호들갑을 떨기 위해서.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생각에 가슴이 뛰는 순간은 자주 만나기 어려우니까. 그 순간순간을 만나고 싶어서 시를 읽는게 아닐까. 또 내가 느낀 그러한 전율의 순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시를 쓰고.

_ "아버지의 매듭은 풀리는 일이 없다. 매듭이 담아 묶은 아버지의 마음이 그야말로 고스란히, 어디 하나 축나거나 상하는 일 없이 내게 당도했다. 뭉클할 때가 많다. 온전히 전하려는 성정을 닭고 싶다. 나도 내가 쓰는 글에 진심을 담아 온전히 전하고 싶다. 진심을 담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심이란 아버지의 매듭을 닮았을 것같다." (86p)
> 진심, 진정성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반대로 그 진심이나 진정성이라는게 워낙에 희귀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많은 것을 표면적으로만 대하고 깊이 마음을 쏟는 일이 잘 없다. 진심, 고스란히, 온전히 이런 태도를 갖고 싶다.

_ "시를 쓸 때마다 시적 대상이 주는 말을 공손히 받는 사람이 시인인가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말을 공손히 받을 수 있을까? 두 손을 모아서 받아야 하나? 아닌 것 같다. 시는 공손하게 받으려고 하면 꼭 도망가곤 했다. 사물을 읽는 마음이 잽싸야하고, 얄밉도록 시적 대상을 응시해야 겨우 시를 얻을 수 있었다." (94p)
> 시를 쓴다는 건 이런 것이구나. 어릴 적 수업시간에 동시만 지어본 나로서는 시를 쓰는 방법조차 몰랐는데, 누구보다 빠르고 날카롭게 본질을 캐치해야 쓸 수 있는게 시였다. 그 함축된 의미와 단순함이 주는 희열이 기대된다. 어서 시를 읽어보자!

_ 시인이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는 '포란'이었다. 알을 품는 것, 그 행위 안에 숨겨진 사랑. '그냥' 좋아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대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도 그저 예뻐하는 단어. ㅎㅎ 나도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윤슬'이었다. 공교롭게도 책의 표지가 매수전 작가의 '윤슬'이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책을 안읽을래야 안읽을수 없었지. 후후. '햇빛이나 달빛에 비추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순 우리말인데,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눈부시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단어를 구성하는 자음 모음조차 예뻐서 좋아하는 단어이다. 그 반짝임을 떠올리며 나도 시를 하나 지어보고 싶어진다. 시를 이토록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읽었더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심껏 읽고 정성껏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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