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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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미량의 빛을 포집하기 위해 확장되는 예민한 동공, 표지에서 나타내는 그림처럼 내용도 강렬하다. 일곱 편의 단편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품고 있으며 성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

 

[호르몬을 춰줘요]구도림은 인터섹스(간성, 생식기나 성호르몬과 같은 신체적 특징이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씩씩하다.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대답해줄 사람들을 찾아 이태원으로 모험을 떠난다.

 

[적어도 두 번]은 레즈비언 여성인 는 시각장애인 청소년 이테에게 성적 접촉을 하고 자기 합리화를 유파고에게 고백하는 형식이다. 자신이 쓰는 글에서 지위라고 쓰는 것은 모두 자위로 읽어주세요 부탁의 말도 있다. 세 살 때부터 자신의 몸을 만졌으며 이테에게 같은 방법을 했던 것이다. 이런 행위를 자신과 악수 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경찰은 미성년자 성추행은 가중 처벌이야. 여자라고 봐주는 거 없어라고 말했다.

 

유파고, 저는 한 번도 이테에게 동정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그 애가 불쌍해 견딜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죄를 묻는다면 추행의 죄가 아닌 동정의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p82

 

[물질계]에서 는 논문을 끝내지 못한 연구실 조교다. 집안을 말아먹을 팔자를 타고났다는 무당의 저주를 피해 과학의 물리법칙 세계로 도망쳤지만 그럼에도 대학원에서 젊음까지 말아먹었다. ‘레즈비언 사주팔자전단지를 보고 레사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레사는 사주팔자 명리학은 자기에게 적용하는 성찰이고 수양이지, 남에게 악담을 퍼붓는게 아니라고 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 그게 모여 사주팔자가 된다는 것이다.

 

[모여 있는 녹색 점]에서 해연은 친구인 미아가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강투는 해연과 미아 사이에 우정 이상의 감정이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은 하지 않았는데 해연과 통화가 안되는 날 자살시도를 하였다. 미아는 외국어를 배우듯 애인을 사귀었고 벤과 결혼하고 헤어졌다. 다시 파비앵이란 남자를 만났다. 미아는 남자를 만날때마다 물고기를 사서 똑같은 이름을 달아주었다. 강투는 그녀가 사라진 후 자신이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콜]에서 스물넷부터 지금까지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한우물을 파고 있는 중이다. 3년차 순공 시간이 열다섯 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라는 말이 우리 시대에서는 태어날 때 이미 수저의 계급이 정해진다로 바뀌어버렸다. 옆집 사는 여자의 벽 너머로 들려오는 통화로 직업, 사생활을 알게 되면서 측은한 마음도 생긴다. 각자의 방에 갇힌 채 제 앞의 생존 경쟁에 몰두하는 여성들이 맞선 운명론에 응답하고자 하는 갈망이다.

 

[스프링클러]에서 스프링클러 감열체를 수리하는 세방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 형인 세준을 만나러 가고 있다. 젊을 때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에 불이 나고 아버지는 엄마를 구했다. 엄마는 유일한 생존자였고 여공 열두 명은 목숨을 잃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는 집에 불을 내기도 하였다. 뜻밖의 지진을 만나고 세방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고 생각한다.

 

[홍이]에서 경찰인 중경은 보신탕을 먹는 직장 선배들과 함께 앉아 구역질을 참아야 했다. 사촌 동생 홍이는 잔인하게 죽인 동물 사체를 전시하는 일을 반복한다. 예전에 키우던 개(홍이)를 잡아먹어서 불운해졌다고 삼촌은 자책한다. 생존을 위한 아버지들의 억척스러운 세계가 만들어낸 것은 자기보다 약한 신체를 살해하고 전시하면서 쾌락을 얻는 것이라니 섬뜩하다.

 

작가도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한번 설명해보려고 한 시도들이라고 하였다. 퀴어적 소설을 읽다 보니 소수성에 대해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을거 같지만 아직은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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