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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밤 - 서양 중세 사람들은 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장 베르동 지음, 이병욱 옮김 / 이학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탁월한 사관이 돋보이는 역사책은 아니다. 중세 (현재의) 프랑스인의 밤 생활을 통해 그들의 삶과 문화,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미시사책이다. '제1부 사탄-소름 끼치는 밤'은 폭력, 강간 등 밤의 범죄와 악마, 마녀 같은 환상의 영역을 다룬다. '제2부 사람-길들여진 밤'에서는 밤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명, 야경대, 야회, 침실, 수면에 대해 서술한다. '제3부 신 - 승화된 밤'은 성자들의 환영과 기도를 통해 중세인의 신앙세계를 엿보게 해 준다. 모든 부분에 풍부한 예가 있어서 민담집 읽듯 술술 읽을 수 있다.
읽노라면, 우선 현대인과 같은 인류이면서 이렇게나 사고방식이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의 예의 경우가 그랬다.
그러나 일년 내내 시간의 길이가 같은 것은 아니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를 12시간, 해가 지고 뜰 때까지를 12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밤의 한 시간은 6월 보다 12월이 훨씬 길었다. 왜냐하면 12월에는 밤의 한 시간이 90분이고, 6월은 30분이었기 때문이다. - 본문 12쪽
이런 부분에서는 정말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이럴 수도 있구나, 어떻게 계절에 따라 한 시간이 달라질까?하며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서머 타임 하느라 시계 돌리고 법석을 떠느니, 이런 중세의 방법이 합리적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읽어가며 특히 유익했던 부분은 제2장이었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표현되는 중세의 모습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리의 안전 유지는 주간에는 샤틀레 법원의 경찰에게 일임되었지만 야간에는 더 특별한 조치가 요구되었다. 역대 국왕들의 칙령들을 보면, 야간 경비는 일차적으로는 여러 직업 조합의 소관으로 되어 있고 기마 경관과 무장한 보병으로 구성된 국왕 경비대의 협조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본문 119쪽
위의 부분을 보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가 말을 타고 파리 시대 순찰을 도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외 중세를 다룬 영화에서 사람들이 왜 알몸으로 침대에 들어가 자는지도. 중세에는 잠옷의 개념이 없었단다. 뭐 기타 등등,,,
다 읽고 나니 우리가 현재 다른 문화권에 대해 함부로 잣대를 들이댈 수 없듯이 다른 시대의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남는다. 아래의 경우처럼.
인간의 생리는 거의 변함이 없다. 당연한 일이지만 중세의 사람들이나 20세기의 사람들이나 꿈을 꾸고 있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러나 사고 방식이나 심리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합리적인 정신을 꿈을 환상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 그러나,,,, - 종교 또는 종교적인 것에 깊이 젖어 있던 중세에서는 꿈을 하느님으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꿈과 환영은 신자의 영적인 삶과 관력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본문 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