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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인명이야기 - 신화와 성서가 낳은 인명으로 읽는 유럽 문화사
우메다 오사무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6년 9월
평점 :
'갸가 갸가?'는'그 아이가 바로 그 아이냐?'란 뜻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서양 역사를 읽다보면 어찌나 같은 이름이 계속 나오는지, '갸가 갸가?'소리가 절로 나온다. 영국왕은 다 리처드에 헨리, 에드워드가, 프랑스 왕은 다 루이에 필립이 줄줄이 사탕으로 나온다.(하긴, 이렇게 쓰면 동양사 보는 서양 사람들은 "니네들은 다 '0종'아니면 '0조'잖아?" 하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같은 이름이 많아서인지 존엄왕 필립, 미남왕 필립, 하는 식으로 별명을 붙이는데,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럴때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기독교와 유럽 각지역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의 유래와 각 이름별 대표선수들의 일생을 짤막하게 다루어준 책이다. 그러니, 역사 시대순이 아니라 이름별로 유명인들이 나온다. 저자는 우리가 다 아는 사도 요한이란 이름이, 존, 후안, 주앙, 장, 이반, 셰인 등등으로 어떻게 각 언어권에서 변했나,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외도 여러 이름을 다룬다.
뿐만아니라, 십자군 전쟁의 기사 이름 등에서 볼 수 있듯 서양 이름의 유행 과정을 엿보는 재미도 좋다. 빨간 머리 앤이 왜 e의 철자를 강조했는지도 알 수 있고, 서부영화 <셰인>의 주인공 이름에서 아일랜드의 쓰라린 역사를 엿볼 수도 있다. 또, 동유럽 러시아의 슬라브 족을 영어 Slave라고 노예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을 보면 슬라프Slav는 명예란 뜻으로, 야로슬라프, 블라디슬라프, 보리슬라프 등 이름으로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에 읽었던 책인데 영화 <로빈 후드>를 보고나서, 로빈의 이름을 들은 성주 할아버지가 '색슨족의 이름'운운 하는 대목에서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나서 '로버트'편을 다시 찾아 읽어 보다가 그 김에 다시 통독했다. 편히 술술 읽을 수 있지만 다 읽고 나서 서양사를 읽으면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어서인지 가벼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자매편인 <뿌리깊은 지명 이야기>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마리아는 미리암, 유수프는 요셉, 이런 식으로 어차피 구약에 뿌리를 둔 이름인데, 이슬람권 이름이 더 많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