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다행이다. 내가 쓴 이 리뷰를 읽고 상처받을
일은 없을테이니.
내가 관심갖는 언니에 대해, 일단 검색해서 걸리는 국내서적은 다 구해
읽어보는 자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책도 주문해 읽었는데, 정말 돈 아까운 책이었다. 리뷰를 찾아보니 별이 보통 4,5개씩이다. 2주 사이에
열 개의 리뷰가 몰려 있다. 이럴 때 드는 느낌은,,,, (먼산) 여튼, 나라도 좀 까칠하게 써 놓겠다.
일단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언니들을 소개한다. '1장 나라를 움직인
여자들'편에는 아그리피나, 엘레오노르 다키텐, 마거릿, 이사벨 1세,
카테리나 스포르차, 카트린 드 메디시스, 엘리자베스 1세, 메리 스튜어트, 마리아 테레지아, 예카테리나 2세, 마리 앙투아네트, 빅토리아 여왕,
잔 다르크, 여후, 측천무후, 서태후가 소개되어 있다. '2장 전설과 신화 혹 히로인의 정체'는 꽤 많이 독특하다. 허구의 여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헬레네, 엘렉트라, 에우리디케, 브룬힐트, 줄리엣,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살로메 등이다. 3장은 '상류사회에 핀 열매없는 꽃'이란 제목 하에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루크레치아 보르자, 퐁파두르
부인을 다룬다. 4장은 '한 손에 펜을 들고 싸우다'란 제목으로 문인 여성들을 다룬다. 사포, 엘로이즈, 마르그리트 드 나바르, 조르주 상드,
브론테 자매, 로자 룩셈부르크. 5장은 '남편을 유명하게 만드는 테크닉'이란 황당한 제목으로 콘스탄체 모차르트, 마사 워싱턴, 메리 토드 링컨을
소개하고 있다.
살펴 본 바, 상당히 많은 인물들을 동서양 오랜 시대에 걸쳐 넘나들며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구와 중국 위주여서 편파적이긴 하다) 그만큼 엄청난 양과 폭과 깊이의 지식과 정당한 시야가 필요한 작업인데,,, 이
분의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호기심 위주의 문장 구사, 흥미 위주 에피소드 나열, 역사의 약자를 재조명 하지 않는 요사스런 비평,,,, 아,
아래 같은 내용은 과연 뭥미?
만약 현대의 레즈비언 바 같은 곳으로, 사포 여사를 안내한다면 그는 뭐라고
할까.
"어머, 내가 레즈비언의 원조라고요?"
눈썹을 치켜세우며 몹시 화를 내거나 졸도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녀가 그리스 시대에 손꼽히는 시인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본문 184쪽 사포 편에서 인용
일본의 요시카와 에이지상 수상 작가라면, 꽤 대중적인 역사 소설 작가로,
필력을 인정받는 작가일텐데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을 못 느끼겠다. 고령의 작가가 나이들어 가볍게 수다떨어 보며 자료 조사 부담없이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인 지식도 새로운 시각도 얻기 어려운 책이었다. 저자분이야 다 알기 때문에 우스개 소리로 호호거리며 가볍게 썼을지
몰라도, 읽는 독자에게는 굳이 돈 주고 사 읽을 필요를 못 느낄만한 책이다. 게다가 불쌍한 나무들 죽여가면서 까지
덕분에 확실히 배운 점이 있다. 치열한 자료 조사와 깊은 생각으로 기존에
없던 이야기를 쓸 생각이 없으면 함부로 자판을 두들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 연재 마감 기일에 쫓겨 날림으로 칼럼을 송고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점.
두고두고 작가의 오점이 남는다는 것을 명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