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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세계사 1 -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피의 백작부인까지, 우아하고 잔혹한 유럽 역사 이야기 ㅣ 풍경이 있는 역사 1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3년 10월
평점 :
아마 현재 대중 역사서 쓰는 작가들 중에 가장 젊으신 분이 아닐까 싶은 분의 첫 책이다.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을 보면 전혀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대중적인 방향으로 기획한 책 같다. 그저그런 중년 아저씨들이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떠들어대는 성적 스캔들 모음같아 보인다. 하지만 은근
내용이 품위있다.
'피의 백작 부인' 부분에서는 그동안 잘못 조명된 바토리 에레체베트를 정당히 평가하려하고 있다. 중세의 초야권의 진실을 밝히는 12장과
더불어 스포츠신문 연애면같은 후진 대중 역사서와는 다른, 필자의 차별화된 시각이 보여서 좋았다.
저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부분은 '7. 중세 유럽에 여자로 태어났다면? - 계층별로 살펴본 중세 여성의 삶
'과 '8. 중세 유럽에
남자로 태어났다면? - 계층별로 살펴본 중세 남성의 삶' 그리고 '21. 시녀는 아무나 하나요 - 유럽 궁정의 ‘시녀’와 ‘마구간 관리인’
이야기' 부분이다. 다른 책에서 일일이 짚어주지 않는 부분이지만 사람들이 오해하곤 하는 부분을 발랄하게 잘 그려냈다.
이 저자의 강점은 원서를 편히 볼 수 있는 능력같다. 그래서인지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아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직접 소개할
수 있다. 아마 저자는 영어 역사서를 국내 번역본보다 편히 읽을 수 있는 영어 실력이 있고, 다른 외국어로는 에스파뇰이 가능한 것 같다.
책에서도 에스파냐, 포르투갈 인명과 지명은 정확히 현지 발음으로 기록된 장점이 있다. 반면, 프랑스 쪽은 소소한 실수 보인다.
아쉬운 점은, 어떤 인물을 다룰 때 좀더 전체적인 시각에서, 그 인물이 그 시대의 그 사건에서 갖는 보다 정당한 위치를 평가해주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 사랑이라면 사랑, 한가지에 초점을 두어 서술하는 이 책의 성격 상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쉽다. 예를 들어 앤
불린의 경우, 프랑수아 1세의 누나인 마르그리트가 있던 프랑스 궁정에서 세련된 사교술만 배워온 것은 아닌데, 영국내 종교개혁에 대한 그녀의
기여를 간단히 처리한 것은 아쉽다.
전체적으로 가십거리 다루는 필자들과 다른, 저자의 개성이 보여 좋다. 시장에 소비되지 말고, 오래오래 수준있는 대중 역사 에세이쓰는 작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어느 정도 역사서 읽은 분들께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구어체로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것이 맘에 안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특하면서
내용있고 쉬운 역사 에세이 찾는 분이나, 대중 역사서 집필에 관심있는 분들께는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