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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라 ㅣ 기담문학 고딕총서 8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이나 <비곗덩어리>,<목걸이>등으로
자연주의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은 공포 소설에 있다. 그는 무서운 존재를 그리지 않는다. 무서운 존재를 상상하고 두려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그린다. 자기 때문에 미쳐가는 사람을 묘사한다. 그래, 나는 내가 더 무섭다!
시체를 모독한 자가 받는 징벌 <박제가 된 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
<오를라>,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독 때문에 미쳐가는 과정이 잘 표현된 <산장>, 너무도 사랑해서 연인의 무덤을 파헤치는
<무덤>,세상의 눈이 무서워 자신의 배를 스스로 갈라 태아를 꺼내 죽이는 여인의 이야기 <어린 아이>, 진리에 집착하다
미쳐가는 지식인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그리고 다른 버전의 <오를라>. 하나같이 멋지다.
어릴적 피아노 학원에서인가, 해적판 세계공포단편집? 뭐 이런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찾아내서 기쁘다. 난 그동안 이 이야기들을 모파상이 지은 지도 몰랐다. 특히 다시 만나 반가웠던 이야기는
<산장>이다.
오트 알프 지방에
위치한 목조 숙박 시설 슈바렌바흐 산장. 주인인 장 조제 가족은 일년의 반인 6달 동안은 눈이 때문에 길이 막히는 산장을 대리인들에게 맡기고
떠나곤 한다. 올해는 늙은 안내인 가스파르 아리와 젊은 안내인 울리히 쿤치가 덩지 큰 산악견 샘과 산장 지키게되었다. 둘은 카드놀이나 사냥을
하며 긴긴 알프스의 겨울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가스파르 아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울리히는 찾으러 갔지만 찾지 못한다. 혼자 남은 그는 서서히
미쳐간다. 샘이 밖으로 튀쳐 나간 것을 모르고 문을 닫았기에, 문밖에서 샘이 발톱으로 벽을 죽을 때까지 긁어댔기에 더 공포스러웠다. 눈이 녹아
주인 가족이 돌아오자, 문밖에는 샘의 해골이 있었고, 문과 창문들은 가구 등으로 다 막혀서 열리지 않았다. 간신히 문을 밀고
들어가보니 가스파르는 없고 미친 울리히가 혼자 있었다.
두 남자와 개는 창백하고
반짝이는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채, 눈 속에 고립되고 매몰된 거대하고 하얀 밤호른 언덕만을 바라보며 봄까지 그 눈의 감옥에 머물러야 했다. 눈은
그 작은 산장을 에워싸고, 지붕 위에 쌓여 산장을 짓누르고, 창턱까지 차 올라 문을 막아버릴 터였다.
- 본문 56쪽에서
인용
“가스파르! 가스파르!
가스파르!”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
산속은 온통 잠잠했다! 극심한 공포가 그를 뼛속까지 뒤흔들었다. 그는 한걸음에 산장으로 돌아가 문을 닫고 빗장을 질렀다. 그런 다음 벌벌 떨면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가스파르 아리 영감이 숨이 끊어지는 순간 그를 부른 것이 확실했다.
- 본문
72쪽에서
인용
남들은 추운 겨울 눈이 하얗게 덮인 광경을 보면 오겡끼데스까~ 하며 곱은 손을 입 옆에
대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외치고 싶다지. 나도 그랬다. 나도 늘 외치고 싶었다.
"가르파르! 가스파르! 가스파르!"
아, 이 멋진 단편집이 절판이라니,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