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의 위대한 스승 애니 설리번
마가렛 데이비슨 지음, 김완균 옮김 / 동쪽나라(=한민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이 아동용 위인전같았는데 애니 설리번에 대한 다른 책도 없고, 도서관 여성인물 쪽 서가에 있기에 일단 뽑아 읽었다. 역시나, 아동용이었다.

 

그래도 읽은 보람은 있었다. 헬렌 켈러와 마찬가지로 대중들은 애니 설리번 역시 유년, 청년기까지의 업적만 보려 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장애를 짊어진 여성의 장애 극복담, 거기까지만.

 

애니 설리번은 감자기근 당시 미국으로 이민온 아일랜드인이다.  어려서 눈병에 걸려 시력을 잃어갔지만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앞이 안 보이는 소녀는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어머니가 결핵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가출했다. 친척들이 모여 설리번의 3남매를 두고 회의했지만 성질 고약한 맹인 소녀를 맡아줄 친척은 없었다. 애니는 병에 걸린 남동생과 함께 턱스베리의 빈민구호소에 보내진다. 동생이 죽고, 애니는 기회를 잡아 맹인학교에 다니게 된다. 점자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 요행 눈수술을 하여 시력을 약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졸업을 앞두고 애니는 생계 유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마침 켈러 씨가 시각 청각 장애인인 딸 헬렌의 가정교사 파견을 요청하는 편지를 학교에 보낸다. 애니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후는 다 아는 유명한 스토리이다. 헬렌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세상의 찬사를 받으며 대학을 졸업시킨다.

 

책은 여기까지 자세하다. 그 이후는 간략하게 후일담처럼 처리해 서술한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그러랴? 가난한 아일랜드 맹인 소녀는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남들이 마다하는 헬렌의 가정교사 자리에 올 수밖에 없었다. 아픈 어린시절을 겪은 애니는 헬렌 몰래 혼자 헬렌의 인형을 갖고 놀기도 했다. 구호소에서 학대를 받아서인지 정서적으로 냉정하고 불안한 면도 있었다. 늘 헬렌에게 희생하고 헌신한 것은 아니었다. 애니는 사명감보다 살아남기 위해 헬렌에게 헌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이시와 불행한 결혼 생활도 했고, 연하 남편에게 집착했고, 헬렌에게 들어오는 후원금을 사치하느라 낭비했고 노년에는 헬렌이 벌어오는 돈에 의지했다. 뭐 이런 사실을 전기에 다 밝힌다해서 뭐가 문제랴? 하지만 이 책은 그 점까지 다 밝히진 않는다.

 

아쉽다, 나는 걍, 한 인간의 삶을 보고 싶었을뿐인데.

아동용 책이라면 나쁘진 않지만, 이 책이 도서관의 성인역사 코너에 꽂혀있기에, 이렇게 냉정하게 별 두개를 달아 리뷰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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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 여성 인물 탐구 2
최애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길을 찾아>와 <길 밖에서>, 이 좋은 여성인물열전 두 책에 리뷰가 하나도 안 달려 있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그래서 헬렌 켈러를 찾아 읽는 길에 다시 전체를 읽고 리뷰 남긴다.

 

중세와 근대 초기 여성 인물들 위주였던 <길 밖에서>와 달리 이 책은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시기의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 일단 나오는 언니들 라인업부터.

 

마리 퀴리, 로러 잉걸스 와일더, 세러 브리들러브 워커, 로자 룩셈부르크, 알렉산드라 코론타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이사도라 덩컨, 헬렌 켈러, 버지니아 울프, 마리 로랑생, 엘리노어 루스벨트, 이사크 디네센, 조지아 오키프, 나디아 불랑제, 멜리아 에어하트, 골다 메이어, 애거서 크리스티, 마리안 앤더슨, 레니 리펜슈탈, 프리다 칼로,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이유, 마더 테레사, 로슬린드 프랭클린, 마리아 칼라스, 마릴린 먼로, 다이앤 포시, 글로리아 스타이넘

 

다른 책에서 이미 많이 언급된 인물도 있지만 그 시선은 다른 흔한 여성인물열전과 다르다. 인물의 전 생애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문학적 문장도 세련되었고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이 나서서 인물의 삶이 주는 교훈을 추려 전달하려고도 않는다. 한 인물당 분량이 짧은데도 울림이 오래 남는다. 한마디로 닮고 싶고 훔치고 싶은 재능이다!

 

번역가로 더 유명한 저자분의 흔치않은 창작 저서이다. 소장가치 있다. 난 서양중세역사서 번역자로 이분을 처음 만났다. 쟈크 르 고프와 조르주 뒤비 등등,,,, 그리고 프로프 등 신화 번역과 서양문학번역자로도. 그러니까 이 저자분은 직접 크리스틴 피장과 버지니아 울프를 번역하신 분이기에 그녀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그녀들의 인생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모를 국내 자료나 위키 번역해서 짜깁기로 쓰는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다. 정말 믿고 읽을 수 있는 저자분이다.

 

절판이지만,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중고서점에서 구입해서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10년 전 책이지만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보이는, 유행을 타는 서술같은 약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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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2001년 판으로 읽었는데 절판이어서 개정판에 리뷰 남긴다. (개정판에 있는 하성란, 허병두 두 분의 추천사는 못 읽었지만, 그 사실이 이 리뷰 쓰는 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이 책을 읽으며, 헬렌 켈러보다 한 저자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1988년 출간된 이 책이 있었기에, 우리는 헬렌의 삶 전체 모습을 비로소 알게 되지 않았나. 저자 도로시 허먼은 20대 시절의 장애 극복 업적으로만 평가되는 '성녀같은 위인 헬렌 켈러'를 평생 장애와 대중들의 편견, 온갖 억압과 싸워온 '욕망을 가진 인간 헬렌'으로 독자에게 되돌려 준다. 그 사이 사이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서술이 번득인다. 한번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펜을 든 사람이라면, 시대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저자라면 마땅히 이정도 책은 써야하지 않을까!

 

헬렌 켈러의 유명한 자서전도 20대 대학시절의 위업으로 끝난다. 대부분의 전기도 그랬다. 사람들은 그녀가 80대까지 산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성인이 된 이후 사회주의자가 된 헬렌, 사랑에 빠져 연인과 야간도주를 계획했던 헬렌, 설리반이 자신을 떠날까봐 두려워했던 헬렌, 가족을 위해 보드빌 쇼에까지 나가 장애 극복담을 팔아 돈벌이를 해야했던 헬렌, 자신을 성녀로 포장하는 헬렌 켈러 기업의 비서에게 반항했던 노년의 헬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녀와 50년을 같이 보낸 설리번 선생도 성스럽고 희생적인 스승의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메이시와의 결혼과 파경, 애정결핍 증세로 인해서인지 장애를 지닌 헬렌이 자신을 평생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헌신하고 지배한 면모,,, 등등을 다 보여준다. 읽고나면 그냥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만이 남는다. 나처럼, 당신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렌의 이미지를 소비한 대중들과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그녀를 세팅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반감은 남는다. 하지만 나 역시 이런 시선에서 무죄는 아님을 안다. 아아, 우리가 유명 여성들에게 원하는 역할은 '치어 리더'가 아니었던가. 혹은 '국민 여동생' 정도. 의식을 갖고 사회참여 발언을 하고 자신의 사랑과 성에 대한 욕망을 추구하는 영향력 있는 여성은,,,, 지금도 다들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난 그녀의 장애극복담보다 이런 모든 세상의 면면에 더 관심이 간다. 게다가 헬렌이 많은 후원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에는 그녀의 외모도 한 몫했다니.

 

애니는 이 무렵부터 헬렌을 쉽게 교육시킬 수 있었다. 헬렌이 난폭한 행동을 할 때마다 애니는 손의 움직임을 딱 멈추고 아이가 바른 행동을 보일 때까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잘못할 때마다 아이를 어둡고 고요하면서도 무척이나 외로운 무덤 속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 본문 107쪽에서 인용

 

장애가 몹시 심한 탓에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없었던 세상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던 아이는 가끔 천사로 변장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했다.

- 본문 111쪽에서 인용

 

헬렌 켈러는 여전히 사슬에 묶여 있었다. 새로운 간수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헬렌이 바깥 세상과 이야기하는 것을 도와주겠다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헬렌이 희귀종이라도 되는 양 헬렌을 독차지하려 싸웠다. 여기서 벗어날 길이 없는 진짜 희생자인 헬렌은 어둡고 고요한 지하 감옥에서 나와 사회의 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사회는 모든 장애인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생김새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우월하며, 불행을 이겨낸 영웅적인 장애인만을 선별해서 받아들였다.

- 본문 184 ~ 85쪽에서 인용

 

하지만 헬렌은 남몰래 사랑을 꿈꾸었다. 그녀는 선생님처럼 결혼하고 싶어 했다. 어렸을 때부터 헬렌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끌렸고, 나중에는 스스로 털어놓은 것처럼 강한 성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애니와, 그 누구보다 금욕적이고 죄의식이 강한 어머니는 그 누구와도 절대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놓았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성관계를 삼가야 한다. 장애가 있으면서 보통 사람들처럼 성생활을 즐기는 남성들이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장애가 있는 여성들은 이중 잣대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그것은 사회가 여성들을 바라보는 잘못된 관점에서 비롯된 고통이다. 사회는 여성들의 근본적인 역할을 양육자와 어머니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헬렌처럼 장애가 심한 여성들의 생각에는 본인이 결코 성취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 242쪽에서 인용

 

책은 뜨거운 찬사를 받았고 상당히 잘 팔렸지만, 헬렌은 문학적 글쓰기를 이어가는 문제를 늘 불안하게 여겼다. 이즈음 헬렌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삶과 시각장애인에 관한 얘기만을 쓰기를 바란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볼모로 삼아서 부의 축적이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체제와 이에 대한 그녀의 정치적 견해나, 프란시스 베이컨이 셰익스피어 희곡의 진짜 작가라는 문학적 견해를 쓰려고 할 때면 편집자들이 그 글을 정중하게 거절하곤 하는 것이다.

- 본문 332쪽에서 인용

 

생계가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한 헬렌은 기금 모금 연설을 할 때마다 되도록 사회적 신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활동도 점차 줄어들었다. 1922년 이후에는 사회주의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찬양은 세계관이 같은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만 드러난다.

- 본문 458쪽에서 인용

 

헬렌의 가족들과 미국 시각장애인 협회는 헬렌이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입을 막았다.

- 본문 543쪽에서 인용

 

미국이 제 1차 세계대전에 개입하려 할 때 헬렌은 그것을 맹렬히 비난했다. 헬렌이 연설을 마치자 여섯 명의 경찰이 2천명의 열렬한 군중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했던 사실은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다. 헬렌은 제 1차 세계대전이 노동자들을 자본에 더욱 예속시키려는 자본주의의 계략이라고 일갈하여 청중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평생토록 헬렌 켈러의 대외적 이미지는 천사 같고, 성인과 같은 시각-청각장애 여성으로 남았다. 무릎 위에 점자책을 펼쳐 놓고 장미꽃 향기를 맡는 모습으로.

- 본문 640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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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지음, 박에스더 옮김 / 산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생후 19개월만에 열병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 헬렌이 래드클리프 대학 2학년 때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기록한 책이다. 원제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The Story of My Life)>라는, 쟝르 상 자서전이지만 그녀 인생의 1/4 정도만 담겨 있다. 그녀 인생의 전체를 볼 수는 없는 책이다. 그런데 그녀의 다른 저작에 비해 이 자서전이 너무 널리 알려진 것이 헬렌을 장애를 극복한 기적의 소녀 이미지로만 대중들에게 기억된 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그 유명한 설리번 선생을 만나 처음 언어를 배운 이야기(교과서에서 읽은),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 과정에 도전한 이야기, 촉각으로 세상을 느끼고 마음으로 보는 이야기,,,, 등등이 실려 있다.

 

물론, 장애 극복 과정은 감동적이고, 그런 그녀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울림이 크다. 설리번 선생과의 사제간 동반자적 애정 관계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난 여기에 드러난 모습이 그녀의 전부일까, 스스로 원한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않나. 영리한 그녀는 장애를 지닌 자신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방법, 버림받지 않는 방법을 알고 그에 맞춰 자신을 연기하고 글을 쓴 것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시각 묘사가 풍부한 문학적 문장이 온전히 그녀의 것이었을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한 사람, 그것도 핸디캡을 안고 있는 사람의 인생에 대해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이 자서전에서 드러난 헬렌 외에 성인이 된 이후 헬렌이 보여준 행보나 노년기의 삶에 비추어 볼 때, 이 시기 그녀의 모습은 대중들이 바라는 장애 극복담의 모델이 될 정도로 "너무 바람직"하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나만 이상한가? -_- ) 난 너무 긍정적이고 밝고 착한 사람들을 보이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완벽한 빛에는 완벽한 그림자가 숨어 있는 법.

 

여튼, 언어를 처음 배우는 아래 인용 부분은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우리는 펌프가를 뒤덮은 겨우살이 향기에 이끌려 오솔길을 걸었다. 누군가 펌프에서 물을 긷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물이 뿜어져 나오는 꼭지 아래에다 내 손을 갖다대셨다. 차디찬 물줄기가 꼭지에 닿은 손으로 계속해서 쏟아져 흐르는 가운데 선생님은 다른 한 손에다 처음에는 천천히, 두 번째는 빠르게 ‘물’이라고 쓰셨다. 선생님의 손가락 움직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나는 마치 얼음조각이라도 된 양 가만히 서 있었다. 갑자기 잊혀진 것, 그래서 가물가물 흐릿한 의식 저편으로부터 서서히 생각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돌아오는 떨림이 감지됐다. 언어의 신비가 그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제야 지금 내 손 위로 세차게 내리꽂히는 이 차가운 물줄기가 ‘물’이라는 것의 정체임을 알았다. 살아 숨쉬는 낱말의 입맞춤을 받은 내 영혼은 긴 잠에서 깨어나 그가 가져다준 빛과 희망과 기쁨을 맛보았을 뿐만 아니라 비로소 자유를 찾았다. 물론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장애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질 것들이었다.

펌프가에서 있었던 이 사건은 내게 배움의 열의를 불어 넣었다. 모든 사물은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각각의 이름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왔다.

- 본문 45 ~ 46쪽에서 인용

 

헬렌의 뛰어난 묘사력과 문학적 재능이 설리번의 영향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

 

선생님은 늘 내 가까이 계셨으므로 나는 선생님과 나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것들을 대할 때의 내 기쁨 가운데 얼마만큼이 내 스스로에게서 비롯된 것이며 얼마만큼이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영향인지 또한 말할 수 없다. 선생님 따로, 나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내 삶의 발자취는 고스란히 선생님의 발자취이다. 내게 훌륭한 점이 있다면 그건 모두 선생님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분의 사랑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내게 재능도 영감도 없었을 것이고, 기쁨 또한 없었을 것이다.

- 본문 69쪽에서 인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닫아버린 문'이란 표현에 마음이 저리다. 책을 읽었으니, 메모를 위해 리뷰를 남기기는 하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쓰는 것이 두렵다.

 

때로 고독이 찾아들고 차가운 안개처럼 나를 에워싼다. 다만 홀로 앉아 기다린다, 인생이 닫아버린 문 앞에서. 저 너머엔 빛이 있다. 음악과 즐거운 사귐이 있다. 입장을 허락받지 못한 채 나는 문 밖에 있다. 누가 내 길을 가로막는가, 운명, 침묵, 무자비? 아, 이 가혹한 처사에 항변하련다.

- 본문 214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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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속의 세계사 - 세계사 속에 숨겨진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장지연 엮음 / 미네르바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헬렌 켈러에 대해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은 다 찾아 보고 있다. 단행본 외, 인물 열전, 대중 역사 등등.

이 책에 '헬렌켈러는 사회주의자였다'라는 꼭지가 있어서 그 부분을 읽다가 걍 전체를 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대중 역사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은 아마 컨셉이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사실을 알려주고 유명 인물을  재조명해 주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그런데 고대문명과 신화의 미스테리를 다루는 1부는 애매하다. '고대문명보다 앞선 초고대문명은 실재하는 것일까?','바다 속에 수장된 고대문명','남극에도 비밀도시가 있었다? ' 이런 믿거나 말거나식 서술 때문이다. 나머지 책 내용도 100년 전쟁은 100년 동안이 아니었다거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아라비아 숫자는 원래 인도에서 발명되었다'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들은 바이킹이었다' 등등 대중 역사서를 즐겨 읽을만한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을 새삼 소개한다. 서술의 문제점도 보인다. '마르코 폴로는 중국을 가본 적이 없다 '는 찬반 양론을 다 다뤄주지 않는다. 인물의 일화도 호기심 위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쟌 다르크가 바지를 입은 죄로 처형당했다는 꼭지가 그 한 예.

 

읽다가 읽다가 이 책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서 지은이 관련 서지사항을 보니 장지연 지음이 아니라 '장지연 편'이다. 흠, 괜히 다 읽느라 시간 낭비했다. 리뷰까지 쓰는 것도 시간 낭비이지만, 다른 독자를 위해 남긴다.

 

여하튼, 전체 책 수준에 비해 헬렌 켈러의 사회주의자 면모를 소개한 부분은 균형잡혀 있어서 한번 읽어볼만 했다. 하지만 '편'이라니, 어떤 책의 어떤 견해를 복사해 붙였는지 모르니 읽고 잊어 버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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