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 - 서해역사문고 1
이임하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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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한국 근현대 여성사를 짧고 굵고 진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개화기의 신여성의 삶부터 여학생 교육의 확대, 전쟁 미망인, 일제 강점기 성노예, 양공주, 공순이 (양공주와 공순이는 책에 사용된 용어를 인용한 것, 나의 편견과 상관 없음) 등등,,,, 


역사 현장을 몸으로 겪어낸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생생한 이야기이기에 낯설지 않다. 하지만 한국근현대사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너무 긍정적 멘탈로 가득찬 사람이라면 이 책이 너무 거칠고 피해의식으로 가득차 있어 보일지도 모른다. 분량상 큰 줄기 위주로 이야기하다 보니 거칠어 보이는 것이지, 책의 서술이 미숙하지는 않다. 극단적 예만 열거했다고 봐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원래 역사책이란, '갑순이가 태어나 곱게 자라서 갑돌이 만나 결혼해서 평온하게 아이 낳고 손자 보며 잘 살았다' 는 식의 이야기는 기록하지 않는 법이다. 


사실 식민지배 아래에서 지식인 남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여성들이 활동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들이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 욕구를 억압하고 여성을 가정에 귀속시키기 위해 선택한 것은 그들의 활동을 성적 타락으로 연결시키는 것이없다. 

- 본문 72쪽에서 인용


도시에 올라온 미혼의 젊은 여성들은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생활했는데, 가족의 울타리 너머에 있다는 사실은 바로 그녀들을 규제할 수 있는 권력의 부재를 의미했다. 그녀들을 규제할 수 없다는 사회의 두려움은 그녀들을 잠재적인 성매매 여성으로 간주하게 했다.

- 본문 110쪽에서 인용


문학이나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여성의 성과 사랑이 문제시되어 그려지는 현상의 이면 맥락을 더듬어 보다가 찾아 읽은 책이다. 결국 문제는 여성 개인의 윤리나 성의식, 방종이 아니라 전통 사회가 위기에 처하거나 과도기이거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을 뿐이라는 생각인데,,,, 더 파 보아야겠다.


얇지만 알찬 책이다. 서해 문집의 역사 문고 시리즈와 이임하 저자에게 호감이 간다.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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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 예스>에 연재하던


    역사 에세이 칼럼 < 이 언니를 보라>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기존 연재된 11편의 이야기에 


    4편의 새 이야기를 더해 묶었습니다.


  

    





*** 작가 서문 : 이 언니를 보라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데려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왜 생겼을까? 셋째딸은 두 언니의 삶을 보며 성장한다. 언니들이 학교에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고, 졸업하여 사회에 나가고, 결혼하여 시월드에서 사는 모습을 다 목격하며 자란다. ‘나라면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야지’하는 생각이 모인다. 마음 속에 인생 매뉴얼북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언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교훈을 얻은 셋째 딸이라면 앞으로 닥칠 삶의 고난과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할만한 내공이 있다. 아마도 이런 의미로 생긴 말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삶은 하나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각자의 인생은 태어나 처음 겪는 일로 채워진다. 전생의 기억을 갖고 사는 것도 아니기에. 그래서 우리는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자 노력한다. 책을 읽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 경험하려 한다. 이때 딱 좋은 책은 역사책이다. 시대와 환경의 굴레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역사책.

 

이런 점에서 과거 역사 속 인물들은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역시 그들과 비슷한 인간적인 고민을 하며 살아가기에. 그들이 극복하고자한 여러 겹의 한계는 지금 우리 시대에도 있기에.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나의 삶과 시대의 문제에 대한 답이 나온다. 그렇다. 역사는 내 언니들의 시행착오가 가득 담긴 생생한 경험담 같은 것이다. 철부지 셋째 딸인 나를 어느덧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이런 의미에서 제목을 ‘이 언니를 보라’로 정했다. 빌라도가 ‘에케 호모(Ecce Homo), 이 사람을 보라’라고 말한 것, 그리고 니체가 쓴 철학책 제목에서 따왔음을 밝힌다. 빌라도는 피 흘리고 있는 예수를 유대인들에게 보여 주며 말한다. ‘이 사람을 보라.’ 그것은 사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예수가 전혀 위험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약한 인간임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선동당한 군중들은 무조건 처형만을 외쳤다. 예수를, 한 인간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니체는 자신에 대해 쓴 <이 사람을 보라>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말을 들으시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기 때문이오. 무엇보다 나를 혼동하지 마시오!’ 이렇듯 ‘이 사람을 보라’는 말에는 남들이 심어준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진실을 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쓰면서, 여성 인물들을 다룬 기존의 흥미위주 대중 역사서에서 자주 보이는 성녀, 악녀, 창녀, 효녀, 현모양처 등의 평가에 갇힌 여성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녀들의 진실을 다루려고 노력했다. 과거 여성들에 대한 잘못된 평가는 현대 여성인 우리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 속 여성들을 다룬 책들을 읽으면서 불편하고 언짢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느낀 부분을 더 읽고 공부하면서, 한 여성으로서 더 자유로워지고 한 인간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그 경험을 나누고 싶다.

 

좀 거칠거나 주관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반감이 드는 부분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함께 불편한 점을 이야기해 보자. 나는 평생 당신과 함께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영감을 주고 도와주신 모든 언니들에게 감사드리며.


2014년 11월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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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광장 세트 - 전20권 문학의 광장
시오노 나나미.무라카미 하루키 외 지음, 이목 외 옮김, 강대진.이현우 외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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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할인이라니!

그동안 10% 할인 가격으로 야금야금 사 모아 읽었던 책인데,,,

나는 지금 눈물을 훔치며, 아직 사 모으지 못한 각각의 책들을 카트에 담고 있다. 그래도 50%가 어디냐. 이렇게 내용이 알찬 책을 15000원에서 20000이란 가격으로 사서 서가에 모셔둘 수 있다니!

 

이 시리즈는 독자의 배경 지식 수준에 따라, 집필진의 시각에 따라 각권별로 편차가 느껴지는 점은 있다. 방대한 구비문학의 시대를 전광석화로 서술하고 지나간 고대 부분 몇 권은 참 아쉽다. 근대 서구 쪽은 참 좋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시리즈는 문학사와 관련 문학의 배경에 대해 처음 접근하는 분이나, 연구 목적이 아니라 관심있는 작가, 작품, 시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각 문학서적 뒤에 붙은 역자 해설보다는 좀더 깊이 알고 싶은 분에게 아주 좋은 책이다.

 

구성도 다른 각국 문학사 서적보다 다채롭다. 그 시대 개관이 챕터 앞에 있고, 각 작가의 대표작 위주로 연결한 작가론이 있으며, 그 시대 문화 현상이나 역사의 포인트에 대한 안내도 있다. 맨 뒤에는 본문에 다루지 못한 내용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알리바바의 보물 창고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전공과 관련 있는 국가나 서구권 유명 작가들이 살던 시대 정도만 좀 알지,동서양 제3세계까지 망라해서 전체적인 세계 문학사는 아무리 다독가라고 해도 파악하기 힘들지 않은가. 이 책으로 대강 파악한 후 각개 국가의 문학사로 들어가든가, 각 작가 연구서로 들어가면 딱 좋다. 솔직히, 처음부터<랑송 불문학사>를 읽는 것은 너무 힘들지 않은가. 게다가 도서정가제 이전까지 60% 할인이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여튼, 결론은, "어머, 이건 꼭 사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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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의 파노라마 2 - 나관중에서 루쉰까지 문학의 광장 19
이나미 리쓰코 외 지음, 이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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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과 역사를 접목한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일진광풍에 휘말려 일단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서유기, 봉신연의, 삼국지, 수호전, 홍루몽, 요재지이, 금병매 등의 명청 시대 고전들과 중국 근대를 치열히 살고 쓴 루신, 바진, 장아이링, 모옌, 리앙에 대한 짧은 연구가 담겨 있는 일종의 문학사이다. 본격적 공부 들어가기 위해 저쪽 언덕으로 돌진하기 직전의 징검다리로 삼아 읽었다.

 

책 내용은, 전공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연구내용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초보자가 읽어도 일목요연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다양한 시각적 자료와 관련 읽을 거리, 박스 기사 등등,,, 나같이 잡식성인 독자에게 딱 좋은 책이다. 국문학을 공부하면서 춘향전이 옥단춘전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구운몽이 홍루몽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금오신화가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등등의 학설을 접하면서 흘려 들었던 중국 문학의 장대한 이야기 소개를 이렇게 접하니 가슴이 벅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든가 가장 훌륭한 문학을 가졌다거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중국 문명에 대한 찬사를 듣거나 읽을 때면, 단지 그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물이 운좋게 현재까지 남아있기에 과대평가를 받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런데 이 책으로 중국 문학에 대해 아주 가볍고 얇게 접했건만, 자연스럽게 중국의 이야기 전통의 대단함에 대해 아주 자연스럽게 감탄하게 되어버렸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공부해 알게되면 얼마나 반해버릴지 두려울 정도이다.

 

예를 들어 삼국지의 유비의 경우, 중심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개성이 없고 밋밋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중국 이야기 세계에는 삼국지의 유비나 수호전의 송강, 서유기의 현장법사처럼 다른 인물에 비해 개성이 없기에 오히려 다른 인물들의 개성을 살려주어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을 중심 인물로 설정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 부분! 정말 체계적으로 전체를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내가 무식해서 용감한 비판을 해 댈수 있는지 반성까지 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전문가의 도움은 늘 필요하다. 허접한 비판은 나중에. 일단 읽고 배우자는 생각을 겸손히 해 본다.

 

게다가 그 시대의 맥락에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의 중요성, 배경을 제대로 공부하고 읽었을 경우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보일지에 대한 설레임까지,,, 문학도 아니고 문학에 대한 소개책인데도 나는 손에 땀을 쥐고 한 편의 영화처럼 정신없이 몰두하여 이 책을 행복하게 읽었다.

 

육조 시대의 지괴(志怪)는 짤막하고 많은 이야기로 구성된 책의 총칭이다. 거기서는 개, 쥐, 돼지, 호랑이, 학, 지렁이, 잡초 등 매우 다양한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가공할 만한 유혹자로 등장한다. 후세에 이런 이야기의 주역인 여우의 활약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세계의 존재가 접근하여 인간을 유혹한다. 2 결합한다. 3 정체가 드러나고 다른 세계의 존재가 떠나거나 또는 살해된다.

지괴에 나오는 유혹자는 우아한 자태도 교묘한 말솜씨도 필요없다. 인간은 저항도 못 하고 유혹당하며, 때로는 발광하고 목숨을 잃는다. 당시 지괴는 역사서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는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에게 습격을 받은 피해의 기록이었던 것이다.

- 본문 130-131쪽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의 마지막 두 문장! 나는 책에 줄 쳐놓고 "대박!"이라고 써 놓았다. 문학과 역사가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아놔, 대박!

 

이 시리즈의 원서는 일본 아사히신문사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발행한 문예주간지 <世界の文學>이라고 한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700여명의 저자가 집필해 20권의 단행본 책을 만들었다고 하니, 일본 연구자들의 시선이란 부분에 주의해서 볼만한 능력만 되면 이 시리즈를 통해 세계문학사에 접해 보는 것도 나같은 생초보자들에게는 괜찮을듯하다.

 

*** 사소한 지적

 

184쪽. <마오쩌둥과 홍루몽>이란 부분에서 제목 아래 대뜸 "홍루몽 제 82회에서 임대옥이 가보옥의 실질적인 측실인 공인을 향해 '대개 가정 내의 일은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지 않으면, 서풍이 동풍을 압도하는 법입니다'라고 했던 말에서 유래한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무슨 말의 유래에 대한 설명인지 그 말이 나와있지 않다.

=> 내가 보기에는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는 마오쩌둥의 연설 부분을 먼저 언급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번역하면서 빠졌는지, 원래 일본책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 확실히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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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의 파노라마 1 - 공자에서 두보까지 문학의 광장 18
시라카와 시즈카 외 지음, 조성진.백지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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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부터 남송 시기까지의 중국 문학을 정말 '파노라마'식으로 소개해 주는 책이다. 초보자가 처음 공부를 시작하기에 적당하기는 한데, 워낙 방대한 내용을 압축해 놓고  있어서 받아들이는 독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장단점이 생길만한 성격을 기본으로 가진 책이다. 내 경우에는 쉬운 중국문학사 이야기를 한 권 읽고 시작했기에 어떤 부분은 쿵, 하고 말하면 떡, 하고 알아듣겠고, 어떤 부분은 띵?하고 내 머리에서 빈 소리만 났다.

 

내용을 간추리는 것이 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소개해 본다면 '1. 고대의 노래와 신화'편은 중국 신화와 고대인의 공상 세계를 시경과 초사, 장자와 목천자전, 산해경, 창세 신화, 둔황 변문을 통해 소개해준다. 정말 황당무계하고 방대하고 호방한 세계! 중국 고대사와 더불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2. 사상가들의 향연'에서는 온갖 춘추전국시대의 자자자자들이 등장하신다.공자, 맹자, 순자, 손자, 추연(음양오행가), 노자, 장자, 한비자. '3. 역사가의 등장'에서는 사마천(사기)과 반고(한서), 사마광(자치통감), 춘추 전국책과 주희(자치통감강목)의 역사서들을 소개한다. 기전체(사기에 보이는 것처럼 제왕이나 유명인을 하나씩 서술), 편년체(자치통감처럼 모든 사건을 연월일 순으로 서술), 기사본말체(사건의 발생, 경과, 결말을 인과 관계에 따라 서술)의 중국 3대 역사서술에 대한 보충 설명을 읽고 있노라니 정말 중국 문학이란 문사철의 집합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유명인과 사건 위주로 서술한 역사서 외에 식화지나  화식전같은  경제서도 있었는데 유교가 상업 서술을 제약함에 따라 점차 사라지기도 했단다. 이어서 '4. 풍요의 계절'편에서는 위진남북조 문학을 다루는데 그 유명한 조조 삼부자, 조조 · 조비 · 조식이 바로 이 시대 문학의 서막을 연 대가로 등장한다. 그외 도연명 등 많은 시인들이 소개된다. 마지막 '5. 당시에서 송시로'편에는 중국 시문학의 기라성 같은 존재들이 총 망라된다. 두보, 한유, 백거이, 이백, 소식 등등,,,, 중고등 한문 교과서에서 절구나 율시 배우면서, 혹은 고전 시간에 두시언해로, 혹은 우리 고전에 인용되는 시구 등을 통해 접해보았던 작품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이 시리즈가 참 마음에 드는 것이, 이 책은 문학사를 짧게 다뤄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제한된 분량 내에서 최대한 역사적 배경 설명을 해주려 한다는 점. <목천자전>의 경우, 중심 내용은 서주의 다섯번째 천자인 목왕이 서방으로 일 년간 떠난 가상의 원정이다. 목천자는 곤륜산에 가기도 하고 서왕모를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분석한다.

 

천자와 서왕모의 만남이라는 주제는 훗날 <한무제내전>을 통해 다시 드러난다. (중략) <목천자전>과 <한무제내전>에 그려진 이 세상의 지배자와 대지모신과 즐거움을 나누었다는 신화적인 이야기에는 일정 주기마다 성스러운 혼인에 의해 천자(=우주)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재생을 꾀한다는 우주론적 의미가 숨어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주나라 목왕과 한나라 무제에게 붙었을까? 이 두사람은 공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남달라서 낙원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서역을 손에 넣으려고 했던 천자다. 둘은 많은 신선이야기가 말해주듯이 역사적인 인물이자 신화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 본문 37쪽에서 인용 

 

읽다보니 세계사 시간에, 한문 시간에, 우리 고전문학 시간에 자주 등장하던 이름들이어서 제대로 아는 것은 없지만 친숙한 기분이 든다. 내게 새롭고 인상깊은 부분은 산해경과 목천자전, 둔황변문 등 고대의 서사 세계를 소개한 부분이었다. 2권에서도 중국 고유의 황당무계하고 경이로운 서사의 세계에 감탄했던 기억이 닜는데, 이번 1권에서도 그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국인과 중국 민족성을 이야기할 때 말하는 과장과 호방, 황당함이 문학에도 잘 드러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직 공부가 덜 되어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한중일 동양 3국의 고전문학을 보면 3국의 민족성, 미의식과 문학 사이의 상관관계가 보이는 것 같다. 이제 시작인데, 재미있어서 미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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