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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의 파노라마 1 - 공자에서 두보까지 ㅣ 문학의 광장 18
시라카와 시즈카 외 지음, 조성진.백지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 고대부터 남송 시기까지의 중국 문학을 정말 '파노라마'식으로 소개해
주는 책이다. 초보자가 처음 공부를 시작하기에 적당하기는 한데, 워낙 방대한 내용을 압축해 놓고 있어서 받아들이는 독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장단점이 생길만한 성격을 기본으로 가진 책이다. 내 경우에는 쉬운 중국문학사 이야기를 한 권 읽고 시작했기에 어떤 부분은 쿵, 하고 말하면 떡,
하고 알아듣겠고, 어떤 부분은 띵?하고 내 머리에서 빈 소리만 났다.
내용을 간추리는 것이 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소개해 본다면 '1. 고대의
노래와 신화'편은 중국 신화와 고대인의 공상 세계를 시경과 초사, 장자와 목천자전, 산해경, 창세 신화, 둔황 변문을 통해 소개해준다. 정말
황당무계하고 방대하고 호방한 세계! 중국 고대사와 더불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2. 사상가들의 향연'에서는 온갖 춘추전국시대의 자자자자들이
등장하신다.공자, 맹자, 순자, 손자, 추연(음양오행가), 노자, 장자, 한비자. '3. 역사가의 등장'에서는 사마천(사기)과 반고(한서),
사마광(자치통감), 춘추 전국책과 주희(자치통감강목)의 역사서들을 소개한다. 기전체(사기에 보이는 것처럼 제왕이나 유명인을 하나씩 서술),
편년체(자치통감처럼 모든 사건을 연월일 순으로 서술), 기사본말체(사건의 발생, 경과, 결말을 인과 관계에 따라 서술)의 중국 3대 역사서술에
대한 보충 설명을 읽고 있노라니 정말 중국 문학이란 문사철의 집합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유명인과 사건 위주로 서술한 역사서
외에 식화지나 화식전같은 경제서도 있었는데 유교가 상업 서술을 제약함에 따라 점차 사라지기도 했단다. 이어서 '4. 풍요의
계절'편에서는 위진남북조 문학을 다루는데 그 유명한 조조 삼부자, 조조 · 조비 · 조식이 바로 이 시대 문학의 서막을 연 대가로 등장한다.
그외 도연명 등 많은 시인들이 소개된다. 마지막 '5. 당시에서 송시로'편에는 중국 시문학의 기라성 같은 존재들이 총 망라된다. 두보, 한유,
백거이, 이백, 소식 등등,,,, 중고등 한문 교과서에서 절구나 율시 배우면서, 혹은 고전 시간에 두시언해로, 혹은 우리 고전에 인용되는 시구
등을 통해 접해보았던 작품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이 시리즈가 참 마음에 드는 것이, 이 책은 문학사를 짧게 다뤄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제한된 분량 내에서 최대한 역사적 배경 설명을
해주려 한다는 점. <목천자전>의 경우, 중심 내용은 서주의 다섯번째 천자인 목왕이 서방으로 일 년간 떠난 가상의 원정이다. 목천자는
곤륜산에 가기도 하고 서왕모를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분석한다.
천자와 서왕모의 만남이라는 주제는 훗날 <한무제내전>을 통해 다시 드러난다. (중략) <목천자전>과
<한무제내전>에 그려진 이 세상의 지배자와 대지모신과 즐거움을 나누었다는 신화적인 이야기에는 일정 주기마다 성스러운 혼인에 의해
천자(=우주)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재생을 꾀한다는 우주론적 의미가 숨어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주나라 목왕과 한나라 무제에게
붙었을까? 이 두사람은 공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남달라서 낙원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서역을 손에 넣으려고 했던 천자다. 둘은 많은
신선이야기가 말해주듯이 역사적인 인물이자 신화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 본문 37쪽에서 인용
읽다보니
세계사 시간에, 한문 시간에, 우리 고전문학 시간에 자주 등장하던 이름들이어서 제대로 아는 것은 없지만 친숙한 기분이 든다. 내게 새롭고
인상깊은 부분은 산해경과 목천자전, 둔황변문 등 고대의 서사 세계를 소개한 부분이었다. 2권에서도 중국 고유의 황당무계하고 경이로운 서사의
세계에 감탄했던 기억이 닜는데, 이번 1권에서도 그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국인과 중국 민족성을 이야기할 때 말하는 과장과 호방, 황당함이
문학에도 잘 드러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직 공부가 덜 되어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한중일 동양 3국의 고전문학을 보면 3국의 민족성,
미의식과 문학 사이의 상관관계가 보이는 것 같다. 이제 시작인데, 재미있어서 미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