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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구법승과 인도의 불교 유적 - 인도로 떠난 순례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강희정 외 지음 / 사회평론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서유기>를 읽다보니 현장의 <대당서역기>에 관심이 갔다. 자연스레 현장을 비롯한, 목숨을 걸고 인도로 불경을 가지러 간
구법승들이 궁금해졌다. 각각의 기록을 읽으면 되지만, 이 분야 지식이 없는지라 그 기록이 갖는 역사적 의의나 어느 정도 사실성이 있는지의 여부
등을 알지 못하니 그냥 <대당서역기>만 읽어도 수박 겉핧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우선 정리하자면, 이 책은 현장, 혜초 등 구법승들이 남긴 기록과 그들에 대한 기록, 기록에
언급한 인도의 유물과 유적을 답사, 연구한 방대한 기록이다. 8인의 전문가들께서 동아시아 구법승들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계속 중간 정리를 해
주고 계셔서 두꺼운 분량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다면 구입, 서재에 비치하여 두고두고 들춰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구법승들 관련 문헌 정리, 도표, 지도 등등 이 책을 딛고 더 뻗어나갈 자료가 풍부하다. 문헌 자료 뿐만 아니라 보드가야, 날란다 등
현지 유적 답사 자료도 알차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이 책을 읽지 못했다. 솔직히, 한글을 깨쳤으니 글자만 읽은 셈. 역사
배경은 좀 알겠는데 불교 철학 나오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자은전>이 최종적으로 성립되는 688년까지도
여전히 유가론학파와 유식학파의 분파의식은 지속되었으며, 여기에 자은학파와 서명학파의 갈등은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본문 58쪽에서 인용)'는
서술을 접하면 유가론과 유식학파의 불교철학적 입장이 각각 뭔지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나는 그저 글자의 음만 읽게 된다. 그래서 내가 관심있는
현장 관련 부분만 이 리뷰에 메모해 두겠다.
3세기부터 11세기말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170여명의 구법승들이 인도로 향한다. 이름이
기록된 사람만 이 정도이다. 학자들은 이들을 700여명으로 추정한다. 그럼 여기에서 궁금해진다. 동아시아 구법승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왜
떠나야만 했던가? 본문 설명에는 이렇다.
동아시아 불교란 한역 경전을 매개로 하는 한자 문화권의 불교를 가리킨다. 즉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경전이 한역되고 이것이 한자문화권인 한국, 일본, 베트남 등지로 전해짐으로써 동아시아 불교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역'은
단순히 번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도와 중국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적 배경 및 정치, 사회적 제 조건의 차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인도 불교의 중국적 변용은 필연적이다. 서력 기원을 전후하여 인도 불교는 이미 원시불교와 부파불교를 지나 대승불교 시대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도 불교가 순차적으로 중국에 전해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교란되고 때로는 역전된 채 중국에 전해지기도
하였다. 이 역시 위진남북조의 정치, 사회적 분열상과 겹쳐지면서, 중국 불교 나아가 동아시아 불교는 매우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동아시아 불교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목숨을 걸고 서역으로의 여행을 시도한 승려들이 바로 구법승이다.
- 본문 43쪽에서 인용
그랬구나. 단순하게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국가의 언어로 중역된 불경의 원전을 구해 제대로 공부하여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종교적 열망만이
아니었구나. 당시 국제정치적 상황도 큰 변수였구나. 또 새로운 이야기도 읽었다. 현장의 <대당서역기>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 이들 구법승들이 취경길에 남긴 기록과 행적, 그들이 가져온 불경과 불교 미술품은 불교사는 물론 동서교류사 연구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인도의 불경과 미술품이 중국, 우리나라, 일본에 영향을 주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화란 상호
교류되는지라, 이들 구법승이 호신불로 가져간 불교 미술품이 현지 인도의 불교 예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 책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일단은 내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현장 관련 자료의 의의를 객관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장관련 3대 문헌자료는 <대당서역기> 12권, <속고승전> 중 권4 <현장전>, <자은전>이다.
그런데 최근 647년 무럽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현장전 초고 필사본이 일본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현장 입적 후 탈고된 기존의
<속고승전> 중 <현장전> 내용과 상당한 부분에서 다르다고 한다. 갈수록 현장을 영웅시하고 업적 미화, 신화화가 이뤄진
과정이 보이는데 이는 현장의 제자 파벌 유가파 법상종 중심으로 중국 불교를 재조직하는 과정을 반영한다고. 그리고 현장의 방대한 불경 번역 사업
이후 중국 불교는 신역불교와 구역 불교의 사상적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양 진영의 사상 투쟁을 극복하는 것이 동앙시아 불교의 과제가
되었다고 하니,,, 여튼 그저 <대당서역기>만 읽고 와~ 대단하다~ 하고 지나갈 일이 아니었다. 현실의 디테일은 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이 책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독서는 역시 다각도로 접근해서 해야한다"는, 책 전체 주제와 상관없는 독후감을 남기며 이 질
낮은 리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