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의 발자취를 따라서 / 스가와라 아쯔시 저, 양기봉 옮김 / 보림사 /1987년 10월

 

리뷰로 쓸 수 없는 책이다. 28년전에 나온 책이며 오래전에 절판되었기 때문에 검색해도 안 나온다.

 

<서유기>에 관심이 생겨 자연스레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 관련한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현장의 취경여행에 꽂혀서 그 길을 따라 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막의 발자국처럼 냇물의 징검다리처럼 내 앞에 펼쳐지는 이미 떠난 자들의 흔적,,,, 그 중 한 권으로 <현장 서유기>의 역자이자 문지사 <서유기>의 번역자이신 임홍빈선생님이 추천하는 책이 스기와라 아쯔시 저 <서유기의 발자취를 따라서>였다. 그런데 구할 방법이 없었다.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도서관 중 국립중앙도서관 한 곳에만 있었다. 그것도 종이책이 아니라 DB구축, 전자도서 시스템으로. 검색하다보니 이 책을 예찬한 리뷰도 한 편 만났다. 읽고 싶어 미치겠는데 방법이 없어 막막했다.

 

그러다, 이번 부산 강연길에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 (더불어 <아날학파>등 귀한 절판본 역사서들도 득템했다) 부산 지역 도서관에서 폐기 처리되었다가 헌책방으로 들어온 책이었나보다. 1987년 10월 초판 인쇄, 2800원. '~습니다'가 아니라 '~읍니다'로 표기된 평서형종결어미라니! (잠깐, 이 대목에서, 오버 좀 하겠다. 아! 남자만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었어! 현장법사는 천축국에 가서 날란다 사원에서 강연하고 불경을 구해 왔지만 나 껌오정은 부산에 가서 강아지똥 서원에서 강연하고 절판된 책들을 구해 왔어! 이건 나의 취경 여행이야!  자, 손오공은 어디 있지? 료마는? 오버 끝. )

 

이 책은 일본의 불교문화역사 전공자인 스기하라 아쯔시 교수가 1978년 현장의 <대당서역기> 경로를 따라 현지답사한 기록이다. 인종, 풍속, 종교, 지리, 산업, 문화 등등 관찰한 내용을 사진이 아니라 직접 스케치한 그림으로 실은 점이 특이하다.  현장의 일생, 당시 당나라의 국제 관계, 불교 문화 관련 설명이 기본 <대당서역기>의 내용과 같이 등장한다.

 

책에는 현재 남아있는 고대 목간 자료들은 건조 기후 덕분에 주로 만리장성 서쪽 관문인 옥문관과 근처 봉화대 주변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라든가, 고창국 귀족들이 먹었던-아마 현장도 대접받아 먹었을 말린 과일이며 비스킷 이야기,,,등등  정식 역사서에서 읽을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예를 들자면 아래 부분,

 

현장이 통과했던 대여행의 코스는 오늘날의 이른바 '비단길'에 해당된다. 비단길이란, 19세기에 독일의 지리학가 리히트호헨이 붙인 이름이다. 비단을 운반했던 길이기는 하나 그 비단은 단지 무역품이란 의미보다, 화폐와 마찬가지 의미로 쓰였던 물건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 본문 18쪽에서 인용

 

저자는 이렇게 서술하면서 현장이 여행 경비로 비단을 준비하거나 조각을 잘라 지불했을 경우를 상상한다. 이 점은 그동안 나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과 면포가 화폐로 쓰였기에 면포의 경우만 상상했을 뿐이다. 그런데 세상에, 실크 로드가 실크를 운반할뿐만 아니라 실크 조각을 여행 경비로 뿌리고 다니는 로드였다니. 지금도 사막을 여행하면 그 옛날의 비단 조각들이 건조 기후 덕분에 색이 하나도 바래지 않은 채 발견된다고 한단다. 아아, 사막에 나부끼는 천 년 전의 비단 조각들이라니! 상상력 돋는다. 이렇듯 이 책에는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오밀조밀 실려 있다. <현장 서유기>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다. 아, 재미있다. 

 

답사 당시 현지 상황도 곁들여 있는데, 이 내용 역시 겨우 30여년 전이지만 1300여년전 현장의 여행 당시 상황만큼이나 내겐 아득하니 멀게 느껴진다. 아마 지금 당장 내가 이 길을 따라 여행한다면 현장의 취경여행 당시 상황은 물론, 스기하라 교수의 답사여행 당시 상황과도 굉장히 다를 것 같다. 현장의 <대당 서역기>에는 바비얀 석불의 얼굴이 멀쩡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스기와라 교수의 이 책에는 이미 바비얀 석불의 얼굴 부분이 파괴되어 있다. 지금은,,,, 몸체도 다 파괴되어 있지 않은가.

 

현장의 여정과 달리, 바미얀(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책이 끝나서 아쉽다.  

 

 

- 이렇게 책 본문 곳곳에 약간 엉성한듯한 지도와 그림이 있는데, 모두 저자 스기하라 교수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한다. 표지 역시 저자분 작품. 표지디자인도 삽화도 일본 원서와 똑같이 냈다고 한다.

 

- 일본 원서를 찾아 보니, 한국번역판과 표지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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