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크라이나여! 드네프르강이여!
타라스 쉐브첸코 지음, 김석원 옮김 / 지식마당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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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브첸코(1814~1861) 시인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민족시인이다. 그의 시 <광인>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우리의 '아리랑'처럼 노래로 불린다. 그는 농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우연히 화가에게 임대되어 재능을 인정받아 그림과 문학 수업을 하고 농노에서 해방되었다. 1840년, 첫 시집 <코브자르>를 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역사, 민중의 삶을 담은 민족주의 시를 썼다. 러시아 저항단체를 꾸리다 체포, 10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러시아 지배 아래 우크라이나 언어 사용이 금지되었던 당시, 그의 시는 우크라이나 어 교본 역할을 했다. 1991년에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연방에서 탈퇴, 러시아에서 300년만에 독립한 셈이지만 여전히 현재 우크라이나의 시위현장에서는 그의 저항시가 불려진다.

 

울부짖으며 신음하는

넓은 드네프르 강이여!

 

이는 그의 시 <광인>의 첫 2행이다. 우크라이나 이민 후예들은 이 단 두행에 눈물짓는다고 한다.

 

바다같이 드넓은

드네프르 강 급류는

소리치며 흐르고

묘지들 산처럼 높이 일어셨거니

그곳에서 코자크의 자유

떨치고 일어났어라,

따따르인과 폴란드 귀족들

광야에 스러져

벌판은 시체로 덮였었지,

 

그의 시 <노래여 노래여>중 일부를 인용했다. 시인은 코자크 용사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렇구나 폴란드 친구 나의 형제여,

사제들과 귀족들이

우리를 갈라놓았구나,

이제까지 우리 함께 살았을 것을

그대여 다시 한 번 코자크에게 손을 다오

순결한 마음을 고이 바치리

다시 한번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우리의 고요한 낙원을 만들어 보자구나

 

그의 시 <폴란드인에게>의 마지막 부분이다. 시인은 우크라이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러시아와 폴란드, 타타르 등의 외세를 증오하지만 한편 이런 식으로 그리스도교 정신의 진수를 보이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그는 낭만적 사랑시도 썼고, 가슴 뛰는 저항시도 썼다. 그의 시에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기독교 정신이 보인다. 김소월과 윤동주와 이육사를 합친 것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외국시를 번역본으로 읽는 것이라, 운율 등등 제대로 시를 감상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의 첫 시집 제목이기도한 '코브자르'는 우크라이나 마을을 떠도는 음유시인을 말한다. 그들은 '크브자'라는 악기 연주에 맞춰 서사시를 외워서 노래하여 우크라이나 역사와 문화를 전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개 문학에서는 호메로스처럼 장님 시인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스탈린 시대에도 코브자르는 언론탄압을 피해 각 마을에 뉴스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떠돌이 가객 코브자르는 없다. 일반적으로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코브자르'하면 쉐브첸코 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시인은 진정 우크라이나 국민시인이라는.

 

(,,, 그런데 이 시인이 예찬하는 코자크 용사들은 <타라스 불바>의 그들 아닌가? 아아, 할 수 없구나. 이어서 <타라스 불바>를 읽을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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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의 슬픈 운명 - 우크라이나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모든 것
김병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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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역사가 궁금해 찾아 읽은 책이다. '슬픈 운명'이 들어간 책 제목을 보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반식민지가 되고 폴란드의 지배를 받던 시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책은 현대사 위주였다. 20세기 이전 역사는 단 한 장에 요약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아, 물론 저자와 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실수다.

 

다시 말한다. 이 책은 현대사 위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 경제, 국제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현지 특파원으로서 2004년 오렌지 혁명과 10년후 시민혁명을 취재한 경험이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정계 인물 정리와 러시아와의 관계 분석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저자는 오렌지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역사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물론 정치인들의 부패와 지역감정과 재벌, 외세 의존 등등으로 민생이 어려워진 점을 생각하면 그렇긴 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이 혼란스러운 10년을 보내면서 얻은 것은 없었을까? (이 부분은 내가 알지 못하니 저자가 어떤 시각으로 어떤 현실을 책에 담아 보여주는 것인지 판단이 안 되어 쓴다)

 

여튼, 내가 아는 것이 없으니 이 책을 제대로 리뷰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편집은 꽝이다. 어떻게 지도 한 장 안 넣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특집 기사를 그대로 책에 실은듯, 전체 책의 구성과 맥락 면에서 공을 덜들인 티가 난다. 

 

( ,,, 그런데 나는 우크라이나 정치 현황보다, 우크라이나 민중들이 시위하면서 노래부른다는 타라스 쉐브첸코 시인이 더 궁금하다. 이어서 쉐브첸코의 시집을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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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삶은 지속된다
마샤 스크리푸치 엮음, 김남주 옮김 / 뜨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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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도모르(우크라이나 대기근)에 대한 기록을 찾다가 만난 책이다. 편자 마샤 스크리푸치는 캐나다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의 후손이다. 그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캐나다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의 경험과 역사를 담은 수기, 소설 등의 기록을 모아 이 책을 냈다. 책에는 총 12편의 실화와 실화에 근거한 소설이 실려 있다. 일단 강추!부터 쓴다.

 

책에 실린 이야기를 각각 소개하자면, 이민 1세대들이 집을 짓고 정착하는 이야기인〈어머니의 집>, 우크라이나 이민자들의 풍습과 일상이 잘 담겨 있는〈빨간 부츠>와〈거래>는 따뜻하고 정답다. <초원의 집>이나 <빨간머리 앤>을 읽는 느낌이다. <초컬릿 바>와 <묘지 옮기기>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 웃게 만드는 놀라운 유머감각을 보여준다. 위니펙 총파업 경험을 회상하는〈나예요, 타탸>와 〈카타리나를 위한 노래>는 역사가 어떻게 한 여성의 개인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1차대전 당시 우크라이나가 독일에 점령당했기때문에, 캐나다에 있는 우크라이나 이민자들이 적국민으로 몰려 수용소에 갇혀 부당대우 받은 사실을 고발한〈안드리의 휴식>과 스탈린의 기아학살인 홀로도모르를 생생하게 기록한〈살아남은 자의 슬픔>,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수기인〈아우슈비츠, 지옥의 끝>은 읽기 끔찍하다. 가슴 먹먹해지고 눈물이 고여서 쉬었다가 책장을 넘겨야했다. 이 세 이야기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

 

책의 마지막 이야기는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을 배경으로한〈키예프의 촛불들〉이다. 해외동포들이 고국의 민주 항쟁과 정권 교체를 응원하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오렌지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 현실에 대한 후일담이 없어서 이후 우크라이나 현대사를 모르는 독자에게는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겠다는 기우가 든다. 뭔가, 서구 선진국 해외 동포가 모국에 대해 갖는 시혜의식 같은? 나는 좀 불편한 감정이 읽힌다.

 

근래 읽은 책들 중에 제일 좋았다. 역사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지만 책상머리 글쟁이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겪어낸 역사와 삶의 이야기. 식민지인이고 힘없고 가진 것 없고 어리고,,, 게다가 여성이어서 부당하게 감수해야하는 폭력,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난 이런 역사가 담긴 이야기가 끌린다. 기억해주고 싶다, 그들의 이야기와 삶을. 나는 다른 시공간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삶을 읽고 쓰는 방식으로 지금 내가 있는 이 현실의 부당함에 조금이나마 저항하고 싶다.

 

다음날 아침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우크라이나로 여행가요. " 그 과수원에 가봐야겠다.  카타리나 고모를 위해 추모의 노래를 불러야겠다. 그러면 내 영혼도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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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움의 진실
알랜 B. 치넨 지음, 김승환 옮김 / 현실과미래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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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드디어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바로 이 책이 그동안 내가 찾던 책이었다!

 

신화 전설 민담의 설화나 동화를 심리학자가 분석하는 책은 참 많다. 대표적으로 베텔하임. 그리고 융. 국내 저자가 국내 민담으로 분석한 책이 드물지, 서구에는 흔하다. 그래서인지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책은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소재, 사건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여 읽는 내내 피곤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군계일학이다. 세세한 이야기의 분석뿐만 아니라 책 한 권 전체로 주제를 연결해 전달하는 힘이 대단하다.

 

융심리학자인 저자는 동화를 아동용과 성인동화로 나눈다. 아동용은 용을 무찌르는 영웅이나 모험을 떠났다가 성공하는 가난한 셋째 아들 이야기처럼 외부의 악과 대결하여 자아를 확립하고 인생의 이상이나 목표를 달성하는 이야기 위주이다. 반면 성인동화는 뚜렷한 악인이 없다. 자기 내면의 그림자, 악과 대결하고 내적 성찰을 통해 지혜를 얻고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나뭇꾼 할아버지가 부자가 되는 이야기여도, 가난한 상태는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영혼이 가난한 상태를 상징한다. 결국 내적 성숙에 도달하는 것이 성인동화의 목적인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중년 이후, 어른은 내적인 사악함이나 인생의 비극적 측면과 격투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 34

 

성숙한 어른은 자기 자신과 의견 사이에 거리를 두고 자신의 신념은 진실이 아니고, 단지 견해일 뿐임을 인식한다. 그들은 개인적인 관점을 초월해 있는 것이다. - 101

 

영웅적인 이상과 사물을 보는 숭고한 관점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목표나 가치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숙한 뒤에 다시 이러한 이상이 중요해지는데, 젊을 때와는 다른 형태로 인용된다. 이상은 자기 발견이 아니라 자기 초월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 137

 

융을 포함하여, 나이를 먹는 현상을 연구하는 많은 심리학자들은 내적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분명 성인 동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많은 과제가 내적 성찰의 필요성인 것이다. 자신의 악과 마주치는 것, 혹은 내면 속에서 어린아이 같은 심성을 되찾는 일이다. - 235 

 

바로 이거였어! 내가 이 나이에 설화나 동화에 집착하는 것이 공주병을 극복하지 못해서가 아니었어! 난 제대로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간이었던 거야! 우왕!

 

융 심리학 저자들의 설화를 통한 집단 무의식과 그림자 분석, 개인의 성장을 담고 있는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만난 책이다. 23년전에 발간되어 이미 절판인데 도서관에도 없다. 인터넷 서점의 소개글에 별 정보도 안 달린 책인데 너무 끌렸다. 꼭 읽고 싶었다. 열심히 검색해 드디어 헌책방에서 구입해 읽었다. 책을 펼쳐 첫 장을 읽는데 아아아,,,, 느낌이 팍 왔다. 아, 드디어 임자를 만났구나. 역시, 운명적 상대는 있는 거였어. 아껴가며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는데 막 심장이 뛰고 눈물이 났다. ,,, 흑흑흑. 바로, 이 책이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이었다. 사랑해요, 치넨 선생님.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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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9-2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니 저도 읽고 싶네요. 그런데 진짜 책구하기 힘드네요.
헌책방 주로 어떤 사이트 이용하세요?

자유도비 2015-10-02 22:54   좋아요 0 | URL
헌책도 알라딘, 예스 검색으로 헌책방을 각각 찾아내 주문합니다. 특히 훈민정음 헌책방에 도서관에서 폐기한 책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절판된 귀한 역사서인데 싼 값에 득템한 적 많았어요. ^^
 
여자로 나이든다는 것 - 민담, 전설, 신화로 들려주는 나이듦의 여섯 가지 여정
앤 G. 토머스 지음, 박은영 옮김 / 열대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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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자로 나이들어 성장하는 것에 대해 이 책은 신화, 전설, 민담을 통해 접근한다. 융의 분석심리학이 바탕이다. 설화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사인 저자 자신이 경험한 여러 사례들도 같이 다룬다.

 

20대때부터 친척이나 선배 언니뻘 되는 분들이 40세를 넘어가면서 이상하게 변하고 - 심지어 망가져가는 이유가 참 궁금했다. 남편과 아이에만 매달려 자신을 잃었다며 한탄하던 언니들이, 자녀 성장 후 본격적으로 자기 삶을 즐기기는커녕 자식(특히 며느리)을 괴롭히며 더욱 집착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리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남편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모를 가꾸는 것도 웃겼다. 왜 원래 공주였던 이들이 나이가 먹으며 계모 마녀 왕비가 되어버린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얻고저 이 책을 골라 읽었다.

 

내향적인 여자들은 육체적으로나 내적인 방식으로 이 억압의 효과를 더 쉽게 경험한다. 이런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를 방기하고, 남편이나 자녀들이나 또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맞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고유한 자아의 측면들을 희생했거나 잡아먹혀 온 것이다.

결국 내향적인 여자는 질병이나 기력 고갈의 무게에 눌려 무너져 버릴 수 있다. 그들은 지나치게 스스로 내적 마녀-를 통제한 나머지 고역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수 없는 지점까지 스스로를 마모시켜 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것이 이 무시무시한 에너지에게 게걸스럽게 잠아 먹히는 내향적 여자들의 특징이다.

반면에 외향적인 여자들은 이 마녀, 즉 다크 페미닌의 인격화된 존재를 발견하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힌다. 외향적인 여자는 남을 통제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고,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

- 208쪽에서 인용

 

나이듦의 또 다른 과업 중 하나는 스스로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노년 여성들은 정서적 흉터를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에 다친 이후 내내 껴안고 있다가 무의식으로 묻어 버렸던 상처들이 치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들 중 많은 수가 마더링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법은 전혀 익히지 못했다. 우리는 수 세대 동안 여자가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지니고 살아왔다. 이기적이라고 하는 이 관념은 여자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치며, 건강하게 나이드는 일에 대한 준비를 지극히 제한해 왔다. 여자들이 자신의 필요를 무시해 버리면 스스로의 엄마 노릇을 할 수 없기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는 무기력해져 버린다.

- 246쪽에서 인용

 

유년기의 박탈감에서 비롯된 상처는 치유될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여자는 자신이 상상하는, 다른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받았던 것 같은 완전한 사랑을 갈망한다. 여기에는 좋은 엄마란 무조건사랑해 주고 내주는 사람이라는 판타지가 깃들여 있다.

- 247쪽에서 인용

 

우리는 상처 입은 경험이 퍼스낼리티에 미친 효과를 모른 채 틀에 박힌 행동을 하곤 한다.

- 251쪽에서 인용

 

그러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 것만으로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또 아니다. 해법은 행동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할 줄 아는 것이다. 내적으로 무엇이 진행되는지 인식할 줄 아는 사람만이 틀을 깨고 행동의 패턴을 바꿀 수 있다.

- 252쪽에서 인용

 

내가 막연히 느꼈던 문제점과 그 원인들을 전공자의 제대로된 문장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여성 영웅의 탄생>과 더불어, 만족스런 독서 경험을 했다. 미국 여성들도 엄마와 딸의 관계에대해 이렇게나 고민을 많이 하다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인간 성장의 기본 과업과 문제 패턴은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 고민이 시시해졌다.

 

설화와 피상담자의 예, 가상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와 저자 자신의 경험과 각성이 종횡으로 얽혀서 좀 읽기 산만하다. 게다가 예로 든 설화들이 익숙하지 않아 이 책의 장점이 깊이 와닿지 않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이들어가면서 성장을 고민하는 내 또래 다른 여성 친구분들께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적으로 무엇이 진행되는지 인식할 줄 아는 사람만이 틀을 깨고 행동의 패턴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 명심 또 명심하고 계속 읽고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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