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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움의 진실
알랜 B. 치넨 지음, 김승환 옮김 / 현실과미래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아아아, 드디어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바로 이 책이 그동안 내가 찾던 책이었다!
신화 전설 민담의 설화나 동화를 심리학자가 분석하는 책은 참 많다. 대표적으로 베텔하임. 그리고 융. 국내 저자가 국내 민담으로 분석한
책이 드물지, 서구에는 흔하다. 그래서인지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책은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소재, 사건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여
읽는 내내 피곤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군계일학이다. 세세한 이야기의 분석뿐만 아니라 책 한 권 전체로 주제를 연결해 전달하는 힘이
대단하다.
융심리학자인 저자는 동화를 아동용과 성인동화로 나눈다. 아동용은 용을 무찌르는 영웅이나 모험을 떠났다가 성공하는 가난한 셋째 아들
이야기처럼 외부의 악과 대결하여 자아를 확립하고 인생의 이상이나 목표를 달성하는 이야기 위주이다. 반면 성인동화는 뚜렷한 악인이 없다. 자기
내면의 그림자, 악과 대결하고 내적 성찰을 통해 지혜를 얻고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나뭇꾼 할아버지가 부자가 되는 이야기여도, 가난한
상태는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영혼이 가난한 상태를 상징한다. 결국 내적 성숙에 도달하는 것이 성인동화의 목적인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중년 이후, 어른은 내적인 사악함이나 인생의 비극적 측면과 격투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 34
성숙한 어른은 자기 자신과 의견 사이에 거리를 두고 자신의 신념은 진실이 아니고, 단지 견해일 뿐임을 인식한다. 그들은 개인적인 관점을
초월해 있는 것이다. - 101
영웅적인 이상과 사물을 보는 숭고한 관점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목표나 가치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숙한 뒤에 다시 이러한
이상이 중요해지는데, 젊을 때와는 다른 형태로 인용된다. 이상은 자기 발견이 아니라 자기 초월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 137
융을 포함하여, 나이를 먹는 현상을 연구하는 많은 심리학자들은 내적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분명 성인 동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많은
과제가 내적 성찰의 필요성인 것이다. 자신의 악과 마주치는 것, 혹은 내면 속에서 어린아이 같은 심성을 되찾는 일이다. - 235
바로 이거였어! 내가 이 나이에 설화나 동화에 집착하는 것이 공주병을 극복하지 못해서가 아니었어! 난 제대로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간이었던 거야! 우왕!
융 심리학 저자들의 설화를 통한 집단 무의식과 그림자 분석, 개인의 성장을 담고 있는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만난 책이다.
23년전에 발간되어 이미 절판인데 도서관에도 없다. 인터넷 서점의 소개글에 별 정보도 안 달린 책인데 너무 끌렸다. 꼭 읽고
싶었다. 열심히 검색해 드디어 헌책방에서 구입해 읽었다. 책을 펼쳐 첫 장을 읽는데 아아아,,,, 느낌이 팍 왔다. 아, 드디어 임자를
만났구나. 역시, 운명적 상대는 있는 거였어. 아껴가며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는데 막 심장이 뛰고 눈물이 났다. ,,, 흑흑흑. 바로, 이
책이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이었다. 사랑해요, 치넨 선생님.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