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있어왔지만 요즈음 공론화된 데이트 폭력 포함,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 강간을 다루는 이
책
은 30여년전인 1982년에 미국 전역의 32개 재학 재학 중인 6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반영
한다. 놀랍게도, 미국 여대생의 50%는 강간 혹은 강간 미수를 겪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를 다룬다. 세간의 통념과 달리 성폭력은 낯선
사람이 갑자기 흉기를 들이대는 식으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아는 사람(부부, 연인,
데
이트 중인 관계, 썸 타는 관계, 그냥 얼굴만
아는 지인, 지인의 지인,,,,)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다. 전자보다 후자, 즉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의
경우 피해자는 자신이 강간을 당했다
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여,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고해도 기소율이 떨어지
며 법정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아는 사람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런
경우에는 성'폭력'보다 좀 거친 '성관계'라고 생각하고, 피해자도
내심 원했거나 성적 행동을 유발
했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와같은 편견을 깨 주는 연구를 담고 있다. 통계자료, 피해자들의 인터뷰, 가해 남성들의
이야기, 심리학자들의 분석, 전문가의 조언, 법정 공방의 예, (가해자가 문제이지만 그래도)
피해
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등등. 궁극적으로는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사건의 근본 문제는 사회에
만
연한, 남성들의 그릇된 성의식임을 밝힌다. 아래 인용부분과 같은.
폭력은 생물학적으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강간은
남성성의 본질이 아니며,
다만 폭력적으로
사회화된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자아를 표출하는 방법
인 거죠.
-
170 쪽
이 연구서적 출간 후,
미국은 학교와 사회 내에서 성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
다.
모든 사람이 어릴 때부터 현재 남녀 관계에서 나타나는 공격적,
수동적 구도를
탈피하도록 교육받
을 때만이,
비로소 우리 사회는
성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에 더해 갈등과
분노 상황에 생산
적이고 비폭력적 방식으로 대처하는 법,
책임감 있는
음주,
마약의 위험성 등을
가르치고 성폭력
을 정당화하는 통념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인지시키는 것도 중요한 교육적
과제라 하겠다.
이에 관련해 연구자 버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성관계란 서로의
합의 아래,
자유롭게,
그
리고 완전히 의식적으로 선택되는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이 장려되어야만,
우리는 강간의
위협으로
부터 안전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
170쪽
읽다보니
한숨이 나온다. 성폭력,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사건이 기사화될 때마다 남성 가해자를
여성
피해자보다 더 배려하고, 여성 피해자를 더 비난하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생각나서. 그저
여성들은 생존하기만 빌며
이 모든 폭력과 부조리를 견디어야만 하는 것일까. 자신이
피해당했다
는
것을 차후에 입증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저항해서 온 몸에 증거를 남겨야만
하는
것일까? 그게
사회가
원하는 '피해자상'인가?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그러니 그가 그가 당신을 강간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스스로를
질책하지 말라.
피해자 로서
당신이 유일하게 책임져야 할 것은 당신 자신뿐이다.
당신이 강간당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부상을 입거나 죽을 필요는 없다.
그
대신,
부디 살아
있으라.
- 259쪽
정리한다. 강간은 거친 '성관계'가 아니라 '폭력'이다.
서로 자유롭게
합의하여 공동으로 내린 결 정에 의해
성사된 것만 동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이다.
이때 합의는 협박이나 폭력, 상대 의 불안함이나
죄책감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더 많이 요구하는 사람이 더 적게 원하는 사람에게 맞춰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 부부나 연인 사이의 강간은 둘 사이의 사적 문제나
사랑 싸움이 아니다. 걍 '아는 사람에
의한 폭력,
강간'이며 형사사건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성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다.
위의 표는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의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위의
표는 강간 사건 관려자들이 아닌, 일반 대학생들의 인식 설문 조사 결과다.
책을 읽다가, 나는
위두 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위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남자대학생들은 성폭력에
대해, 여성의
의사표현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 세상에, 일반 남자들이 다들 저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건 완전
사이코패스?.
그런데 남자들의
범죄와 폭력에는 너그러운 남자들이
자신의 여친이 강간 당했을 때는 피해자인
여친보다 더 충격받아
결별을 선언하는
예가 많은 것을
보면, 완전히 성폭력에 둔감한 것도
아닌
데.
그렇다면 이들의
감수성은 무조건
본인, 남성의
이익 위주인 것일까? 아, 모르겠다. 난 도대체
같은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왜
이렇게
편견을 가지고 자기
합리화까지 해가며 폭력적 언행을 하는
지 정말 모르겠다.
이런 사실을 보고 들어도 본인의 왜곡된 성관념이나 여성관을 고치려 들지도
않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도 좋고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일까?
정리하자. 성폭력.
근본 문제는 남성의 과도한 성욕도 아니고 여성의 부주의도 아니다. 남성, 권력
을
쥔 사람의 욕망에
관대하며, 그들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가
문제다. 교육, 캠페인이 중요하다.
여튼, 나이불문,
데이트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은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남녀불문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각종 병폐에 대해 알고 싶다면 10년전 일본을, 30년전 미국 사례를
찾아보
면 얼추 비슷한 상황이 보이기에, 지금 우리나라의 이 시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
기타 이 책 읽으면서 놀란 점 :
1 남성 강간 피해자도 10%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가해자는 역시 남성이라고 한다. 남성도 여성의
성적 폭력에 피해본다고 외치는 분들께 이 책의 이 부분 일독을 권한다.
2 남자들은 그렇다치고, 여성들도 여성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할머니 등
가부장제
에 평생 세뇌당해 명예 남성이 되어버려 저절로 남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점에는 다음과 같은 심리가 있다고 한다. 모든 여자들이
강간에 취약하고 아는 사람에 의해 빈
번히
강간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사는 것보다,
일부 나쁜 여자들만
강간을 당하고 제 정신이
아닌
낯선 남자들만 강간을 저지른다고 믿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기때문이라는. 아아,
이는 이 미친 세상에서 나름 생존하기 위한 자동 현실 왜곡 인식인가? 아놔. 왜 이리 슬프고 사는
게 무섭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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