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해 메이드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3
이케가미 료타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엄청난 책이다. 이상한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듯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을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지 디자인과 "부르셨어요 주인님! ♥" 하는 요상한 표지문구에 속지 말자. 이 책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고용인과 관련 문화, 시대에 대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당시 소설이나 역사서 읽으면서, 영화 보면서 궁금했던 항목을 바로바로 찾아보기 쉽게 편집되어 있다. 도판도 풍부하다.


'메이드'만 제목에 붙였지만 책은 큰 범위에서 남녀 가내 고용인과 사용주의 관계, 사용인 분류, 처우와 급료, 저택과 부엌 등 그들의 활동 공간, 그들이 다루는 도구, 그들의 의복, 패션, 제복 등은 물론  빅토리아 왕조의 통화, 오락, 가치, 상점, 쇼핑, 운송 수단,,,, 등등 엄청난 미시사를 다룬다. 심지어 공개 처형 이야기도 있다.

 

걍 모두 메이드, 라지만 여성 고용인 중 가정부(Housekeeper), 여성 가정교사, 시녀(Lady's maid)는 일반  하녀(Housemaid) 와 다른 급이었다는 것. 가정부는 안살림과 여성 사용인의 고용과 급여 지불에 대해 상당히 큰 권한을 갖고 있었다. 시녀는 안주인 직속으로 가정부의 감독 하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가정교사 역시 독립적이었다는 것. 여기에 요리사와 유모를 더하면 상급 사용인이고, 주방 하녀, 설겆이 하녀, 세탁, 잡일 답당 하녀는 하급 사용인이었다. 이들 하급 사용인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메이드.

 

중세 영국에는 두 종류의 사용인, 즉 '대접을 잘 받는 사용인'과 '학대를 받는 사용인'이 있었다. '대접을 잘 받는 사용인'은 고용주와 같은 계층의 출신자가 대부분으로 그 목적도 어디까지나 사회 공부의 일환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어떨 때는 귀족 자제의 사설 군대에서 일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한편 '학대를 받는 사용인'은 노예나 다름 없었다.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며 농업을 포함해 여러 가지 노동을 해야만 했던, 농업 고용인(농노)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이 식사와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는 귀족의 저택에서 고용되는 것뿐이었다.

- 10쪽

 

19세기의 영국은 그야말로 사용인 전성기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세기부터 계속된 산업 혁명과 대외 교역의 영향으로 사용인을 고용하는 계층이 더 늘어났던 것이다. 아마도 당시 사용인의 수가 역사상 가장 많았을 것이다. 가까스로 유지했던 농업 고용인이 거의 자취를 감추면서 사용인의 역할은 가사 분야로 한정되었다. 남성 사용인 자체도 많이 줄어 사용인 대부분은 여성, 즉 메이드로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현대의 메이드 이미지를 만든 제복이 등장한 것도 바로 19세기였다.

- 12쪽

 

그외,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가정부는 기혼 미혼 여부를 떠나 존경의 의미를 떠나 꼭 미세스라고 불렸다고 한다. (흠, 그래서 <제인 에어>에는 미세스 페어팩스만 나오는군) 프랑스인 등의 외국인은 직속 시녀나 요리장 등의 전문직으로 인기가 많고 급여가 높았다고 한다. (흠, 그래서 <작은 아씨들>에 마치 할머니는 프랑스인 시녀 에스더를 두고 있었군) 당시만 해도 중류 계층 이상의 여성이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은 여자 가정교사나 상류 계층 부인들의 이야기 상대밖에 없었다고. (이건 제인 에어와 작은 아씨들의 직업이었군) 여자 가정교사는 가족의 연애 대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해서인지 외모가 뛰어난 여자 가정교사는 환영받지 못했다고. (그래서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의 외모 운운했던가!) 시녀는 18세기 경까지는 상류 계층 가정의 자녀가 이 역할을 맡았으며 19세기 이후에도 다른 여성 사용인보다 유복한 가정의 출신이 많았고 안주인의 패션에 조언을 하고 옷을 물려받는 특혜가 있었다고. (이건 중세 유럽 궁정 문화의 연속인가?)

 

대다수의 사용인은 노동자 계층 출신이다. 특히 여성은 12 ~ 13살이 되면 가사일을 돕는 하녀로 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활이 힘든 시골에서 도시로 나오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기도 했다. 살 곳과 식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적지만 급여도 받을 수 있는 사용인은 노동자 계층의 젊은 남녀에게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그러나 빅토리아 왕조도 중기에 접어 들면서 공장에서의 여성 노동이 일반화되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직업이 다양화되면서 사용인이 되려는 여성들이 줄어든 것이었다. 이미 사용인으로 일하고 있던 여성은 정해진 노동 시간에만 일하고 스스로 번 돈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치장하는 여공들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38쪽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글을 쓰는 분께는 좋은 참고서가 될 듯한 책이다. 그러니, 표지는 신경쓰지 말고 이 책을 카트에 담아도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숨길 게 뭐 있나. 야하다기에 찾아 읽었다. 언젠가는 고급지면서 관능적인 문체로 <여성을 위한 19금 세계사> 같은 에로틱한 책을 한 권 써 보고 싶기에, 공부 삼아 읽은 거다. (믿거나 말거나죠  ^^)

 

저자인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유명한 일본의 국민 작가란다. 이 책에는 자신의 남편을 모델로 한 '가모카(오사카 사투리로 잡아먹겠다는 뜻이라 한다) 아저씨'와 남녀간의 성에 대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설정으로 써서 연재한 에세이가 실려 있다. 

 

역시, 성(性)스런 책인지라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성자(田邊 聖子, 다나베 세이코)분이 쓰신 성담론이라니, 일단 웃기지 않은가.  만담가처럼 느물느물 상대와 주고 받고 치고 빠지는 남녀의 대화를 객석에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가모카 아저씨가 말하는 대목을 읽으면 새롭다. 이건 뭐 여자인 내가 상상도 못하는 부분이 막 튀어나오는데,,, 아아, 난 아직 모르는게 너무 많구나, 더 공부해야겠구나, 야한 책을 더 읽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구적이어서 그런겁니다. ㅋㅋ)

 

하지만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여자의 '평생에 걸친 성욕'을 이야기하면서도 결혼을 강조한다거나 정관수술한 남자는 성적 매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도 종종 있었다. 저자분이 1920년대 생이어서 그런가. 반면, 이런 점이 소소한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은 내겐 뜻밖의 수확을 얻게 해 주었다. 연배가 있으신 두 분의 경험담과 견문이기에, 이론서에서 찾아 읽을 수 없는 생생한 부분이 종종 있다. 전근대 일본의 '요바이', '침소 사퇴식'에 대한 서술 부분이 특히 그렇다. (요바이는 남성이 밤에 여성의 침소에 찾아가 성관계를 하고 날이 밝기 전에 돌아오는 것. 결혼, 약혼이나 연애 관계랑 상관없이 성관계만 목적. 침소사퇴식은 장군 혹은 영주의 부인이 서른이 넘기면 부군의 침소에 드는 것을 스스로 사양하고 첩을 추천하는 것. - 이런 거 어떻게 아냐고 묻지 마세요. 일본사나 일본 역사 소설 읽으면 많이 나옵니다. -_-)

 

요바이에는 기나긴 세월 동안 그것을 체험한 사람들이 생활의 지혜를 발휘해 만들어 온 '요바이 법'이라고 할 만한 룰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그 룰이 지금 엉망이 돼 버렸다. 룰이 어그러지면 요바이를 진심으로 즐길 수 없다. 지금의 일본인은 요바이를 진심으로 즐길 만한 문화적 수준에 이르지 않은 것이다.

- 189쪽에서 인용

 

저자는 프리섹스나 원나잇의 성행을 요바이 문화의 확대라고 보지 않는다. 마을의 여러 남자를 상대하다 처녀가  애비 모를 아이를 임신하면, 그녀가 아버지라고 지목한 남자는 무조건 그녀와 아이를 책임진다는 '요바이 룰'이 지켜지지 않기에, 남자들이 쾌락만 맛보고 여성을 이용하려 드는 이런 프리 섹스 문화가 만연한 현대 일본은 오히려 요바이 풍속이 성행하던 전근대보다 문화적 수준이 낮다고 일갈한다. 흠, 이런 시선, 멋지다.

 

침소를 사퇴하는 건 여자의 체면 때문이었어요. 색을 밝히는 여자라고 여겨지는 건 옛날 여자들에게 있어서 죽기보다 싫은 수치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침소를 물리는 본래 목적은 고령 출산을 피하기 위해서였대요. 책에서 봤어요. 옛날 귀족의 정부인은 머나먼 도쿄에서 온 대단한 집안 따님이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바람 한 번 쐬어 본 적 없이 자란지라 몸이 약한 사람이 많았고, 따라서 고령 출산을 하게 되면 죽게 될 수도 있었대요. 고귀한 가문의 따님이 시가에서 죽으면 자칫 정치 문제로도 번질 수 있었기 때문에 정성껏 모셨던 것이지요. 이게 관습이 되고 규율이 된 거랍니다. 부인들이 조신해서 침소를 물린 게 아니라고요.

- 228쪽

 

이런 식으로 저자는 침소 사퇴식에 대해서도 본질적인 면을 이야기한다. 본처를 몇년 상대하다가 질릴 즈음 그녀를 물리고 새 여자를 상대할 판타지에 젖어서 현대에도 침소 사퇴식이 있었으면, 하고 좋아라하는 가모카 아저씨를 말로 물리친다. 재미있다.

 

그런데, 40대 중년 남녀가 대화하는 형식이고, 1970년대가 배경이어서 그런지, 가모카 아저씨는 너무도 당당하게 유부남의 불륜과 성매매 경험을 말한다. 거사를 앞두고 출격 준비를 말하는 대목에서 여자인 오세이는 생리 주기 체크와 화장품 속옷 등을 말하는데 이 아저씨는 지갑과 '아내에 대한 알리바이'를 말한다. 뜻밖에 허를 찌르는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불쾌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아내를 속이고 꼬신 상대 여성에게 돈을 많이 들여 근사한 대접을 해서 분위기를 잡았는데 결정적 순간에 상대 여성이 생리 기간이라고 거부하자, 가모카 아저씨가

 

 "그럼 그렇다고 처음부터 말했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이건 사기 아닌가요? 편취아닌가요?(127쪽)"뭬야? 먹고 튀겠다는 거야. 뭐야?(128쪽)"

 

이런 말을 하는 것에서는 아주 질렸다. 그런데 상대 여성은 매우 미안해하며 아저씨를 달래주고 있다! 나원참, 나 같으면 당장 지갑에서 그날 저녁값을 꺼내 아저씨 면전에 뿌린 다음, 하이힐을 벗어 들고 마구 패 줄텐데. 이 견공의 자제분아! 사기에 먹튀라니? 하고 소리지르면서. 아놔, 나는 이 분야의 경험과 공부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성격이 이래서 평생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책은 못 쓰겠구나!

 

참, 제목인 '여자는 허벅지'는 가모카 아저씨가 첫 경험을 할 때 여자의 허벅지가 상상보다 너무 두꺼워서 놀랐다는 경험담에서 유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세의 성과 봉건주의 아이세움 지식백과 거인의 어깨 7
갈리마르-라루스 출판사 엮음, 고수현 옮김, 조한욱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오, 이 책도 꽤 괜찮다. 중세의 영지와 성에서 시작해서 십자군 원정, 고딕 양식의 대성당, 교황과 황제를 거쳐 중세 도시와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흐름도 좋고 도판도 훌륭하다. 본격 유럽사 서적에서도 못 보던 중세 목판화나 유물 사진들이 많다. 게다가 '조한욱 감수'라니, 믿을만하지 않은가. 이건 아동용이 아니라 성인 독자용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솔직히,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없다면 소화하기 어려울듯한 내용도 많다.

 

적군의 요새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데는 요새 아래쪽 공략, 위쪽 공략 그리고 성벽을 넘어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성곽 밑으로 굴을 파서 요새의 지반을 약화시켜 벽이 허물어지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는 기습 공격은 성공률이 낮았고, 아군의 인명 피해가 심했다. 사출기와 같은 포위 공격용 기계는 먼 거리에서 성벽을 무너뜨리거나 요새에 불을 지르는 데 유용했다. 적의 요새에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속임수나 적과 내통하는 방법 등등 다양한 전술이 사용되었다.

- 15쪽

 

작업하다가 막힐 때, 서양사의 경우 괜찮은 서구 아동서적을 빨리 훑어보면 뜻밖에 아이디어가 펑펑 터지곤 한다. 그럼 그 쪽을 더 깊이 파보면 된다. 이 책 덕분에 서양 중세 광부의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튼, 세계사 공부 시작하는 중학생이 주위에 있다면 권해주고 싶다. 기본 시선도 좋다. 십자군 원정도 서구인 시각으로 미화하지 않고 '약탈'을 명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 모르는 유럽사
역사교육자협의회 엮음, 양인실 옮김 / 모멘토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서 나오는 대중 역사에세이를 종종 읽는다. 과거 로마제국과 대영제국 시절을 이어받은 듯한 제국주의 사관에 젖어있는 책이 종종 걸리는 점만 주의하면, 배울 점이 꽤 있다. 일반 대중 독자들이 역사 쪽으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잡아내어 기획하는지, 저자가 어떤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서술하는지 등등.

 

이 책 역시 내용보다는 기획에 관심이 가서 찾아 읽은 책이다. 필진은 일본의 고교와 대학에서 유럽사를 가르치는 역사 전공자들이 꾸린 역사교육자협의회에 속한 37명의 교사들이다. 이들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유럽사를 배우면서 궁금했던 점, 더 알고 싶은 점을 물었다. 괜찮은 방법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 설문을 바탕으로 꾸린 101가지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게르만인은 어떤 신을 믿었는지, 로빈 후드는 실제 인물인지, 유럽의 상류 계급은 왜 가발을 썼는지, 일본 제독 도고의 이름을 딴 토고 맥주와 러일 전쟁 등등,,,,

 

책에는 유럽사의 흐름을 기본적으로 배운 학생들이 큰 흐름에 굳이 필요하지는 않아도 궁금해하는 곁가지 이야기들이 주로 등장한다. <헨젤과 그레텔>의 배경인 독일의 숲이야기도 있고, <마지막 수업>과 보불 전쟁, 프랑스어 사용 인구 비율 이야기도 있다. 나도 그게 참 궁금했었는데, 옆 나라 일본 학생들 역시 나처럼 그 점이 궁금했다니, 하하, 웃음이 나온다.

 

굳이 다른 독자에게 권할 정도는 아닌 책이다. 어느 정도 역사서 독서 이력이 쌓인 분들은 목차만 훑어봐도 알만한 내용들이다. 튜더 왕조와 스튜어트 왕조도 바꿔 써 놓는 등, 오타도 많다. 지도 보다 허접한 일러스트 위주로 있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병원에서 대기하면서 읽었는데, 다른 책을 더 갖고 오지 않아서 그냥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포터, 이것이 알고 싶어요!
데이빗 콜버트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들 이름, 마술, 마법 주문과 도구들의 유래를 추적한 얇은 책이다. 예상대로 서양의 신화와 전설에서 근원을 찾아 보여주고 있다. 53개의 질문을 가나다 순으로 배치해서 질문하고 답해주는 구성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게르만 전설, 호메로스, 초서, 셰익스피어, 스펜서, 찰스 디킨스, 톨킨 등등 서구의 웬만한 중요한 문학 텍스트는 다 나온다. 그런데, 그리 깊지는 않다. 해리 포터 시리즈 읽을 때 나온 이건 여기에서 따 온 거다, 정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정도?  이쪽으로 관심 두어 좀 읽어본 사람들은 다 알만한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불의 잔>편에서 덤스트랭 학생들이 타고 오는 배에서 오페라 '저주받은 화란인'이나 '플라잉 더치맨 호'을 떠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아쉽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온갖 환타지 상징들의 기원을 좀 더 깊이 읽고 싶었는데.

 

갑자기 집요정 도비가 생각나서, 중세 유럽 도제제도와 관련해서 찾아보는 중에 읽었다. 이 책에 그 내용은 없다. 아니 전체적으로 역사 쪽으로는 별 내용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저자 조앤 롤링이 분명 중세사를 읽고 도제 제도와 관련해서 도비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왜 무급 노동을 하다가 양말을 받고  해방되겠느냐구.


서구 역사와 문화, 문학에 대한 방대한 배경 지식을 가졌기에 이렇게 구석구석 유래가 있는 에피소드를 숨겨 놓았을 터,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평소 독서량에 감탄하게 된다.

 

이래저래, 이 완벽한 현대의 영웅신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책은 불만족스러웠지만 원작 해리 포터는 여전히 날 사로잡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