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 책도 꽤 괜찮다. 중세의 영지와 성에서 시작해서 십자군 원정, 고딕 양식의 대성당, 교황과 황제를 거쳐 중세 도시와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흐름도 좋고 도판도 훌륭하다. 본격 유럽사 서적에서도 못 보던 중세 목판화나 유물 사진들이 많다. 게다가 '조한욱 감수'라니,
믿을만하지 않은가. 이건 아동용이 아니라 성인 독자용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솔직히,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없다면 소화하기 어려울듯한 내용도
많다.
적군의 요새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데는 요새 아래쪽 공략, 위쪽 공략 그리고 성벽을 넘어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성곽 밑으로 굴을 파서
요새의 지반을 약화시켜 벽이 허물어지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는 기습 공격은
성공률이 낮았고, 아군의 인명 피해가 심했다. 사출기와 같은 포위 공격용 기계는 먼 거리에서 성벽을 무너뜨리거나 요새에 불을 지르는 데
유용했다. 적의 요새에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속임수나 적과 내통하는 방법 등등 다양한 전술이 사용되었다.
- 15쪽
작업하다가 막힐 때, 서양사의 경우 괜찮은 서구 아동서적을 빨리 훑어보면 뜻밖에 아이디어가 펑펑 터지곤 한다. 그럼 그 쪽을 더 깊이
파보면 된다. 이 책 덕분에 서양 중세 광부의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튼, 세계사 공부 시작하는 중학생이 주위에 있다면 권해주고 싶다. 기본 시선도 좋다. 십자군 원정도 서구인 시각으로 미화하지 않고
'약탈'을 명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