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나오는 대중 역사에세이를 종종 읽는다. 과거 로마제국과 대영제국 시절을 이어받은 듯한 제국주의 사관에 젖어있는 책이 종종
걸리는 점만 주의하면, 배울 점이 꽤 있다. 일반 대중 독자들이 역사 쪽으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잡아내어 기획하는지, 저자가 어떤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서술하는지 등등.
이 책 역시 내용보다는 기획에 관심이 가서 찾아 읽은 책이다. 필진은 일본의 고교와 대학에서 유럽사를 가르치는 역사 전공자들이 꾸린
역사교육자협의회에 속한 37명의 교사들이다. 이들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유럽사를 배우면서 궁금했던 점, 더 알고 싶은
점을 물었다. 괜찮은 방법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 설문을 바탕으로 꾸린 101가지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게르만인은 어떤 신을 믿었는지, 로빈
후드는 실제 인물인지, 유럽의 상류 계급은 왜 가발을 썼는지, 일본 제독 도고의 이름을 딴 토고 맥주와 러일 전쟁 등등,,,,
책에는 유럽사의 흐름을 기본적으로 배운 학생들이 큰 흐름에 굳이 필요하지는 않아도 궁금해하는 곁가지 이야기들이 주로 등장한다.
<헨젤과 그레텔>의 배경인 독일의 숲이야기도 있고, <마지막 수업>과 보불 전쟁, 프랑스어 사용 인구 비율 이야기도 있다.
나도 그게 참 궁금했었는데, 옆 나라 일본 학생들 역시 나처럼 그 점이 궁금했다니, 하하, 웃음이 나온다.
굳이 다른 독자에게 권할 정도는 아닌 책이다. 어느 정도 역사서 독서 이력이 쌓인 분들은 목차만 훑어봐도 알만한 내용들이다. 튜더 왕조와
스튜어트 왕조도 바꿔 써 놓는 등, 오타도 많다. 지도 보다 허접한 일러스트 위주로 있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병원에서 대기하면서
읽었는데, 다른 책을 더 갖고 오지 않아서 그냥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