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도서인데 "심봤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책은 서양 중세의 직업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 했어. ~ 지."라고 아이에게 쉽게
이야기해 주는 문체로 씌여졌지만 내용은 아동용이 아니다. 왠만한 성인독자 대상 중세 문화사 서적 못지 않다.
책은 우선 중세 연대표 제시로 시작한다. 이어 중세 개관에 해당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중세 유럽의 인구와 중세 유럽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설명 후 크게 보아 귀족, 성직자, 전문 직업인, 농민으로 이루어진 신분 사회였던 중세 사회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직업 선택과 중세 유럽의
여성이 처한 상황도 서술한다.
이어서 본격적 직업 설명에 들어간다. 엄밀히 말하자면 직업이라기보다 중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다. 강도나 공주에
대한 설명까지 있기 때문이다. 여튼, 이러한 중세 사회 구성원을 소개하자면,
제1장인 '먹을 것과 입을 것에 관련된 직업'에서는
농민(소작농), 농민(농노), 농민(자작농), 주부, 푸주한, 거지, 양조업자, 제분업자, 제빵사, 방적공, 직조공, 축융공, 코도반 직공,
신기료장수, 대장장이, 양초 · 비누 제조인, 소금 장수, 생선 장수를 소개한다. 제2장 '종교 관련 직업'에서는 교황, 추기경, 주교,
수도원장, 수녀원장, 탁발 수도사, 교구 주임 신부, 수도사, 수녀, 전속 신부, 싸우는 성직자가 등장한다. 싸우는 성직자는 기사단 소속 기사를
말한다. 제3장은 '성에서 일하는 직업'인데 시동, 종사,기사, 의전관(전령),무기 담당관,귀족 여성,공주,장원 마름,관리
장관,기마대장,매사냥꾼,궁병,어릿광대,구호품 분배인,시종. 주류 관리인, 하인, 요리사(수석 제빵사)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다. 이어서 제4장
"기술을 발휘하는 직업'에서는 발명가, 장치 전문가, 건축가, 석공, 군사 공학가(공병),금세공인,필사가, 제본공,문구 상인이 등장한다.
제5장 '삶과 죽음에 관한 직업 '에서는 이발사 겸 외과 의사, 외과 의사(수술 전문가),의사,약사(약재상), 산파, 나환자 간병인이 나온다.
제6장은 '학문 관련 직업'인데 교사, 철학자,박식가, 연금술사, 서기, 점성술사, 논픽션 작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제7장은 '예술 관련
직업'이다. 스테인드글라스 미술가, 화가,수예가,목공예가,조각가,극작가, 연극배우, 채식사, 시인(문학 작가)가 이에 해당한다. 제8장인
'불결한 직업'은 꽤 흥미롭다. 거리 청소부, 분뇨 수거인, 대중목욕탕 종업원, 광부, 면죄부 판매인, 마녀 사냥꾼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제9장
' 법질서 관련 직업'에는 변호사, 감독관, 소환 담당관, 사형 집행인, 고문 기술자, 환전상,주 장관, 강도, 사치 규제법 집행관이 있다.
마지막인 제10장 '여행 관련 직업'에는 사자, 음유 시인(민스트럴), 음유 시인(트루바두르),포고인, 여관업자, 순례자, 짐수레꾼,
행상인,무역상, 탐험가에 대해 설명한다.
중세사 전공 학자의 전문 역사서 못지 않게 내용이 충실하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중세사에서는 '중세 도시'에서 길드나 장인, 직인, 도제를
설명하거나 중세의 신분제를 설명하면서 기사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한 권에 중세의 직업과 신분, 각계 구성원,
여성들의 삶까지 다 담고 있다. 게다가 좋은 점은 예상 독자인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에피소드를 넣다보니 오히려 다른 서적에서 못 읽은
내용까지 담겨 있다는 점. 예를 들자면
구호품 분배인은 가난한 사람, 거지, 병자들에게 음식이나 돈 따위를 나누어 주는 일을 해. 귀족이 마을을 돌아보는 동안 그 옆을
따라다니면서,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동젼을 던져.
- 50쪽
여러 길드에서 제각기 연극을 상연했어. 자연히 배를 만드는 조선공들은 큰 배가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공연했지.
- 76쪽
등등, 서양 중세 배경 영화나 드라마, 소설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두면 두고두고 유용할 내용이 많다. 어린이책으로 나왔지만 중세의
직업에 대해 이만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은 없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