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중세의 삶에 대한 포괄적인 개론서이다. 유럽의 연대기라든가 각 나라의 군왕이나 전쟁 같은 정치사는 다루지 않는다. 어느 정도 유럽
중세 통사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가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카롤링거 왕조 설명없이 바로 카롤링거 르네상스를 서술하는
식이다.
사실 중세라 칭하지만 말은 쉽다. 시간적으로는 거의 1000년이고 공간적으로는 유럽 대륙 전체다. 현재의 독일권과 프랑스, 동유럽,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반도, 영국 쪽 중세는 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중 이 책은 서양 중세에서도 현재의 프랑스 지역 중심으로 서술한다.
그래서 이 책의 카롤링거는 카롤링거가 아니라 까롤랭이다. 그건 이해한다만, 독일어권 지명이나 인명도 다 프랑스어로 표기하는 일관성을 보이고 있어
좀 당황스러웠다. 번역의 문제이다만, 1999년에 나온 책이니 뭐.
책은 일반적 중세 문화사, 생활사 서적이 다 그렇듯, 중세적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중세의 인간과 환경의 관계,
중세인의 세계 인식, 그들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해하고 의미 부여하는 방식 등등,,,, 큰 틀은 그들의 종교인 기독교 안에서 형성된다. 이런
내용이 1장과 2장에 담겨 있다. 이어서 3장은 '일하는 사람들 : 농민'을, 4장은 '싸우는 사람들 : 기사 계급'을, 5장은 '기도하는
사람들 : 성직자'를, 6장은 '도시: 상인, 장인, 도시민'을 다룬다. 아주 기본적이고 교과서적인 구성이다. 조르주 뒤비 등 프랑스 역사학자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솔직히, 전체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없다. 성실하게 강의시간 꽉꽉 채워서 학생들이 졸건 말건 농담 한 마디 안하고 자기 강의록만
줄줄 읽어나가는 교수님의 수업같은 책이었다. 재미는 없지만 유익한 건 사실이다. 절판이지만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 읽어볼만하다.